대한민국에서의 고전문학 컨텐츠화
일본에는 와카(和歌)라는 전통적 정형시가가 있다고 한다면, 한국에는 고전시가라는 영역이 존재한다. 고전시가는 향가, 고려가요, 한시와 같은 시가들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개념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발달하는 콘텐츠 산업 안에서 여러 고전들을 재해석하려 시도하고 있다. 고전의 재해석 사례로는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2010)이 존재하는데, 이는 춘향전을 원본으로 삼아 방자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승격시켜 재해석한 경우이다. 고전시가의 경우, 영화와 연관지어 재해석된 경우는 유하 감독의 쌍화점(2008)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하지만 이를 고전시가 자체를 완전히 활용하여 영화를 창작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쌍화점과 같은 서정문학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이끌어나가려면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확장시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미를 확장시키게 되면 또다른 서사를 대입시켜야 하기 때문에 원본 시가는 관객들에게 추상적인 의미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하 감독은 “음란하고 외설적인 이미지를 가진 고려가요 <쌍화점>의 제목을 가져옴으로써, 타락한 고려 말의 도덕적 패러다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고전시가의 활용에 있어 시가의 제목을 상징적으로 활용하여 창작된 작품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방식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최근 콘텐츠를 창작하는데 있어 고전시가는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담론은 이미 형성되어 있지만, 몇몇 작품들을 보며 그 활용 방식이 너무나도 당대 시대상에 국한되어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고려 시대의 시가인 쌍화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려 시대의 이야기를 이용해야 한다는 방식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물론 원작에 가장 충실한 각색, 혹은 재해석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대 시대상에만 국한되는 방식은 관객에게 있어서도, 혹은 독자들이 작품을 향유한 후 원 작품의 시의성이 자연스럽게 현대 사회와 연관지어질 수 있는 방식인지는 의문점이 들었다.
정리하자면, 고전시가와 같은 서정문학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서정문학 자체의 특징을 살리기보다는 서사적인 측면이나 시대성에 주목하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하고, 이런 경우에 있어서 과연 고전시가의 시의성을 충분히 잘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에 대해 서술하려 한다.
[참조] 최선경, 길태숙. (2015). 고전시가의 문화 콘텐츠 소재로의 활용 사례 분석 - 고려가요 <쌍화점>의 영화화를 중심으로 -. 열상고전연구, 48, 261-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