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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기일 Aug 18. 2022

한국 고전시가의 콘텐츠 적용의 방향성 [3]

한국 고전시가 활용의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이유

    한국에서의 재해석은 옛 서사문학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마이너리티 클럽』은 『홍길동전』, 『요술 항아리』, 『우렁각시』, 『장화홍련』을 각색하여 만든 창작물이다. 옛이야기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현대적인 관점으로 바꾼 작품들은 현재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서사 콘텐츠에서는 원본이 가지는 전통적인 가치와 의미들을 계속해서 살려내려 노력하고 있고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경우도 종종 존재하고는 한다. 사극이 한 때 유행을 지배했던 경우도 있고, 국제적 트렌드로까지 번졌던 『주몽』의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서사 콘텐츠가 미디어를 지배하는 주된 흐름 속에서 고전 서정문학은 설 자리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시와 같은 서정문학은 일반적으로 음악과 같은 분야에서 힘을 발휘하고는 한다. 고전시가를 그대로 가져다 차용한 것은 아니지만, 고전시가가 내포하는 의미나 가치, 그리고 분위기들을 살리는 음악들은 현재도 계속해서 창작되고 있으며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문화적인 면에서는 고전시가 작품 자체에 대한 활용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 대중가요는 기존 고전에서 다루는 주제의식이나 분위기와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대중들의 호응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으로 다룰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두하는 디지털, 미디어 세대에서 콘텐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학계에서는 인정을 받는 작품들이 오히려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존재한다. 반면, 학계에서는 외면당하는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대중들의 관심은 일반적으로 재미가 전제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전문학이 독자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재미없고, 난해하고, 가독성이 떨어지고, 현재의 내 삶과 무관하고 등 셀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글쓰기이다. [1] 해당 인용에 따르면,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입맛에, 그리고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고전 서사문학은 충분히 영화나 드라마로 재해석되어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독자적인 영역을 추구하고 있지만, 고전 서정문학 쪽은 그렇지 않다. 앞서 인용한 문장과 최근 대중들의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난해하고 가독성이 떨어지는데 재미조차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그다지 향유하고 싶어하지 않고, 콘텐츠화가 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 한국이 역사에 관심이 없다거나 역사적 지적 재산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기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일본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2005년도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小助川元太, 2015:11-13)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 고전문학이 좋다고 응답한 학생은 8.5%, 그저 그렇다고 한 학생은 14.6%, 그다지 좋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21.5%, 좋아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51.2%, 잘 모르겠다는 4%의 응답률을 보였다. 즉 70%가 넘는 학생이 고전을 싫어한다고 대답한 앙케트이다.”[2] 해당 인용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적인 문화 요소들을 활용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일본에서도 학생들이 고전을 피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고등학생이 대중이라는 집단의 대표성을 띨 수는 없겠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한민국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인식을 가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현상이 단순히 대중의 선호도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한국의 고전시가 활용 능력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은 것은 애초에 선호되지 않는 장르라는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단순히 하나의 작품 당 하나의 각색물을 내놓는다는 방식의 재해석 방향성을 재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무도하가를 다른 콘텐츠로 각색한다고 하였을 때, 해당 작품을 해당 콘텐츠를 대세인 서사 장르로 바꾸어 내놓는다 해서 고전시가라는 장르가 대중들에게 익숙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음악으로 창작을 하기에는 현재 대중가요 정도의 인기를 누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참고 자료

[1] 함복희. (2011). 고전문학의 문화콘텐츠화. 어문론집, 46(), 108 page

[2] 임찬수, 김다흰. (2022). 고전시가를 활용한 일본 문화콘텐츠 양상분석 - 『백인일수』 작품을 중심으로 -. 일본문화연구, 82(), 249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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