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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uzzyy Nov 25. 2021

거기 디자이너 당신, 이력서 씁시다 (1)

이력서의 목적은 이직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이직을 준비하는 2개월 동안 회사생활 3년 중 어느 때보다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도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했지만,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는 더뎠던 것 같습니다. 현업이 있는 상태에서 여러 회사들과 동시에 전형을 진행하니 어느 순간에는 다 때려치우고 싶었던 밤도 많았습니다.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금 저와 같은 커리어 고민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이번 글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평소에 멋지다고 생각한 회사에 이력서 들고 지원하세요. 그 이유는 단지 이직뿐만이 아닙니다."


첫째, 마감 기한 없이 우리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둘째, 두렵지만 냉정하게 나의 현재 상황, 실력, 시장 가격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마감 기한 없이 우리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현업 디자이너 중에서 포트폴리오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디자이너에게 포트폴리오는 단순 아카이빙이 아니라, 시장에 나를 어필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거의 유일한) 셀링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회사 다니면서 작업했던 수십 개의 프로젝트들은 어디에 있냐고요? 저의 마지막 포트폴리오는 미술대학 졸업 때 만들었던 포트폴리오가 마지막이었습니다. 하하하.. 


올해 8월 저의 초반 계획은 이랬습니다.

"지금부터 슬슬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서 내년 즈음 이력서를 넣어보자"

막연했고, 희망찼습니다(응?). 이왕 하는 거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니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니 아주 멋들어진 사이트를 갖고 있더라고요. 나도 저런 거 하나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멋들어진 포트폴리오 템플릿 레퍼런스들


안에 넣을 콘텐츠도 없지만 일단 사이트 제작 툴부터 고민이 되었습니다. 노션으로 만들까? 워드프레스? 느리더라도 코딩 배워서 내가 직접 만들까? 2주 간 고민의 결과는 '노션으로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제작한다'였습니다. 포트폴리오 사이트 완성을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 고민은 1%의 진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속도로 제작한다면 포트폴리오 완성까지 200주가 걸리는 계산이 나오는데, 아마 그전에 포기했을 겁니다.


"이 속도로 하면 내 포폴은 200주 후에,, 아니 다음 생에 나오겠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아주 멋진 회사에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고 싶다는 요청이 왔고, 저에게는 포트폴리오 제출까지 3일 남짓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말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해야만 했습니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허접한 작업물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요. 


"3,,,3일이라고!!"


흩어져 있던 자료를 모으고 UI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논리적 사고의 과정을 잘 보여주기 위해 블로그 형식으로 이미지와 함께 글이 상당수 포함된 형식으로 제작했습니다. 시간 단위로 쪼개 전체 레이아웃을 짜고 세부 사항을 정리해갔습니다.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도 안나는 와다다다 3일이 지난 후, 어느 정도 면접에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포트폴리오 1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3일 만에 만든 포트폴리오를 어디에 보여주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3일 걸려 만든 작업 하나와 10일 걸려 만든 작업 총 두 개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4군데의 회사와 면접을 진행했고 3군데에서 최종 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 보아도 참 부족하고 고칠 점 많은 포트폴리오들입니다. 그렇지만 처음에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했었다면 현재의 어떤 결과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의 내가 일단 일을 벌여 놓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적지 않은 이유는 포트폴리오 제작 과정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건 각자 해보며 터득하게 되는 것이고 이미 좋은 포트폴리오 레퍼런스는 비핸스와 핀터레스트에 넘쳐납니다.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자 한다면 영원히 완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건 마치 유니콘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현생을 사는 우리는 현실을 최대한 영리하게 이용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타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여 포트폴리오 마감 기한을 만드는 것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경우와 달리 지원하려는 회사에서 초반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모두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원 마감일이 있는 회사를 지원하거나, 다른 멋진 회사를 찾아 지원해보세요. 모든 것을 다 떠나 본인이 진짜 원하는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 최고의 동기부여가 될 것이기에 본인에 맞는 멋진 회사를 찾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다음 글에서 <거기 디자이너 당신, 이력서 씁시다 (2)> 가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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