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몰아보기

대상과 나를 분리해내기

by 바다

스토브리그 몰아보기를 보고 있다. 야구와 관련된 것 중에 좋아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지만 공교롭게도 야구 드라마인 스토브리그는 참 재밌다. 흠. 아니 감동적이다. 비슷한 이유로 브래드피트가 나오는 야구 영화인 '머니볼'도 좋아한다.


스토브리그는 야구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구단을 재구성하는 시기를 말한다. 선수를 트레이드하고, 개별 선수에 맞는 훈련을 진행하고, 팀별 합동 훈련도 진행한다. 지난 시즌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강점은 더 강화시키고, 약점을 보강하는 시기다. 운동권 말로하자면 조직을 재구성 혹은 내부조직화를 하는 시기.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단장은 스토브리그 시기가 끝나면서 구단을 떠난다. 타의반 자의반이긴 했지만 그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몇개월간 욕도먹고 싸움도 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조직을 재구성했지만 결국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경기는 보지 않고 떠나는 모습이 멋졌다. 어떤 준비를 하건 결과는 장담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어떤 통달한 자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인간은 자신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한 것 '노동'을 집어넣은 것에 애착을 가지기 마련이다. 인간은 그것을 통해서 그 대상을 소유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오래 만난 애인, 함께 살아온 가족, 평생을 노력해서 일궈온 회사 따위에 그렇게 집착하게 되는 이유다. 나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아주 원초적인 특성 혹은 습관이다. 매우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자신의 노동이 투여된 것에서 자신을 분리해낼 수 있다. 자신의 노동이 투여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뜻대로 조정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일 수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단장은 구단을 가지려는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결과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말 속에서 그저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잘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답한다. 깔끔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스스로를 사회운동가,활동가,사회주의자와 같은 이름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평생을 스토브리그의 마음으로 살아야하지 않을까. 내가 꿈꾸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부단하게 조직하고 노력하고 희생하고 헌신하지만 나는 정작 그 경기의 시작조차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 내가 많은 것을 투여했다고해서 조직,운동,사람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지혜로운 생각을 가져야겠다. 그저 경기가 시작되면 구단을 떠나는 단장처럼 그렇게 스토브리그를 최대한 잘 준비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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