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보금자리
- 이사를 완료했다. 정말 많은 불안과 고비를 넘겼다. 머리 쓰고 돈 쓰고 몸 쓰는 일은 나보다는 짝지가 많이 했지만, 나도 나름대로 맘고생은 했다. 성질상 맘고생보다는 몸고생이 더 편한 스타일이라 걱정 없는 몸고생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건방지기 이를 때 없는 말이겠지만. 말이 그렇다고 말이.
- 원룸에서 근 3년을 살다가 공간 분리상 2룸 + 주방, 규모상 1.5룸의 집으로 오게 되었는데, 공간적 여유에서 오는 심적 편안함이 상당하다. 몸을 자유롭게 뻗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침대에 덜 눕게 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노래라도 듣고 글이라도 쓰게 된다. 공간의 구조가 사람에게 강제하는 것이 얼마나 강한지 새삼 느끼는 중이다. 오늘도 퇴근 후에 저녁을 먹고 앉아서 무려 책을 읽었다. 원룸에서 살던 3년 동안 나는 책상에서 단 한 번도 책을 읽지 않았다. 좁아터진 책상은 보기만 해도 답답하고 책과 노트 위에는 온통 먼지가 천지라 앉기 싫었다. 이제는 아무도 시키지도 않고, 강제할만한 목표도 없지만 스스로 앉아서 책을 읽게 되었다. 좋다. 참 좋다.
- 이전 원룸은 배수관의 문제인지 무엇의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양치하고 세수만 해도 화장실 바닥이 물바다로 변했다. 그 구역질 나는 물들의 역류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 꼴을 보기가 싫어서 샤워를 최대한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새로운 집도 오래된 집이지만 그래도 물이 잘 내려간다. 샤워기도 벽에 걸 수 있어서 여유롭게 샤워를 즐길 수도 있다. 책상에 앉아서 책 읽기를 즐겨하고, 샤워를 즐거워하는 몸이 되었으니 더 이상 바라는 것도 없다. 돈을 조금 더 아껴 쓰고, 살을 빼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 여전히 월급은 적고, 카드값 조절은 어렵기만 하지만 잘 씻고, 잘 먹고, 꾸준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으니 훨씬 해볼 만한 인생이 되었다. 집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서 밖으로 나도는 일은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다. 드디어 집이 생겼다. 마음의 안식처. 외부 세계로부터의 보호막. 나의 자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