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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ng Jul 16. 2023

이제 막 시작되는 이야기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출판사 디플롯




나는 타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렇게 고백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것도, 저것도 혼자 다 해냈어.”라고 숨 쉬듯 잘난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찾아볼 수 없는 겸손이다.

 

이슬아 작가의 책 <끝내주는 인생>은 나에게 ‘이슬아를 구성하고 있는 타인들’로 읽혔다. 현존하는 작가를 이루고 있는 여러겹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겉에서 보기엔 그냥 마냥 짱짱해 보이는 작가에게 타인들은 끊임없이 ‘그냥 너로 살아도 암시랑토 안해’라고 말해준다. 작가는 그들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 안에 넣어둔다. 그리울 때 언제든 꺼내보려는 듯이.

 

책의 부제가 ‘슬아를 살린 사람들’이라고 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니 괜히 코끝이 시큰해진다. 나를 살아보고 싶게 만들어줬던, 나를 살린 사람들의 얼굴이 마구 달려든다. 내 앞에 뒤엉킨 그들은 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궁둥이를 팡팡 때려 달래주고, 꼭 안아주거나 먹을 것을 사서 입에 넣어준다. 나도 타인 덕분에 살고 있구나. 다시 깨닫는다.

 

이 책은 “나에게나 남에게나 사랑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한 나다움”은 바깥에서부터 온다고 말하는 책이다. 물론 “영원히 멋진 타인 같은 건 없을 테지만”, “우리가 좋은 이야기 속에 있었다는 사실만은 잘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슬아 작가의 귀한 타인들을 잔뜩 소개받은 지금, 갑자기 내 배에 힘이 빡 들어간다. 나도 ‘나의 타인들’에게 사랑을 한 겹 덮어주고 싶어져 마음이 급해진다.

 

그렇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시작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끝내주는 인생>의 10 문장


- “계속 달라지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오래오래 듣고 싶어요.”(28쪽)


- 사랑과 용기에 취했을 때는 한 사람이라도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결코 알수가 없었다.(60쪽)


- 먼 곳에 있을 고독한 독자를 떠올릴수록 더 고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진다.(77쪽)


-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더 멀리 가라는, 네가 가고 싶은 곳까지 멀리멀리 가보라는 말뿐이다.(90쪽)


-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들이 누구에게나 있고 그런 게 모여 생활이 된다.(98쪽)


- 못 본 사이 미세하게 나이 들었지만 입 밖에 내지 않은 비밀 때문에 전보다 더 아름다워져 있다.(102쪽)


- 사랑한다면 그 모든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부지런해지고 강해져야 해.(131쪽)


- 나에게나 남에게나 사랑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한 나다움, 도대체 가능하기나 한 건지 모르겠는 그 자기다움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도달하기 힘든 경지인지 다들 안다.(133쪽)


-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도 어여삐 여기지도 않는채로 기억해야 할 일이란 게 있다.(136쪽)


- 자신의 안팎을 오로지 혼자서 가꿔온 사람도 있을까.(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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