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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ng Aug 30. 2023

내가 직접 쓰는 나의 부고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제임스 R.해거티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요즘이다. 나와 형제들을 평생 키워낸 우리의 늙은 여자, 할머니가 자주 죽음에 대면했기 때문이다. 나와는 29년을 함께 살았고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손수 반찬을 사러 시장에 갔던 할머니였다.


하루는 할머니가 이불장에서 무거운 이불들을 꺼내다 넘어져 팔이 부러지셨다. 할머니는 밤에 본인이 이불을 꺼내려다 넘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약해지는 할머니를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 당시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었던 나는 수업 과제 중 '인터뷰 과제'로 할머니를 인터뷰해 글을 써냈다. 할머니는 본인은 아는 것이 없어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는데, 옆에서 궁금했던 옛날 일들을 하나 둘 묻자 두서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그 녹취록을 한 편의 글로 적어놓았고 수십 번 읽으며 할머니를 공부했다.


인터뷰를 하고 몇 달이 지난 어느날, 할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할머니를 보지 않은 채 질주하던 트럭이 할머니를 넘어뜨렸다. 이후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병원에 누워계신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는 그 사람에게서만 들을 수 있다고.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나온 그 글과 녹취록은 평생 간직할 할머니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https://brunch.co.kr/@massi86/226


"우리의 삶을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드는 부고의 세계"


그리고 여기, 죽음을 맞이하기 전 자신의 부고를 적어보라고 권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자신에 대한 글은 물론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짧게나마 적어놓는다는 일이 얼마나 귀한 경험이 될지 알게 될 것이다.


병원에 계시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던 날,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의 리뷰를 제안받았다. 운명 같은 우연이었다.


그렇게 읽게 된 이 책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는 월스트리트 저널 유일의 부고 전문기자 제임스 R.해거티의 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명인이나 일반인의 부고장에는  장례식장, 발인일, 상주와 가족들의 이름 같은 간단한 정보만 적혀있게 마련이다. 또한 부고에 고인의 연혁, 취미, 수집하는 물건, 좋아하던 장소 등을 언급하는 부고의 사례들은 독자에게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따뜻한 이유는 수백 명의 부고와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인용하며 누군가의 삶을 글로 적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사소한 인생 이야기는 없다고 말한다.


저자 제임스 R.해거티는 어머니에 대한 글쓰기를 해내고 실제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가 그대로 실어준 기사 <우리 엄마가 바이럴을 탈 때>라는 글은 너무나 가깝게 맞닿아 있어 대하기가 더 어려운 가족에 대해 글을 쓴다는 일이 사랑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저자는 자신의 부고를 직접 쓰고 책에 공개하기도 한다. 자신의 부고에는 닥스훈트를 포함한 좋아하는 것, 부고 기사를 포함해 그간 써온 것들, 결혼, 이혼, 결혼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꼭 쓰라는 말을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알까.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영원히 오해받은 채로 잠들 수 없으니 사랑하는 사람과 이런 약속을 해보면 어떨까. 만약 네가 죽는다면 친구들에게 어떤 편지를 보내고 싶니. 우리의 진짜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문장들 


- 언젠가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글로 쓰이는 날이 올 것이다.(10쪽)


-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지, 그 이야기를 생각하고 준비하면서 얼마나 더 나은 삶을 살게 될지를 다룬다.(10쪽)


- 나의 인생 이야기, 우리의 인생 이야기가 이보다는 더 나은 대접을 받았으면 좋겠다.(12쪽)


- 누구도 내 부고를 나보다 잘 쓸 수 없다.(25쪽)


-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제껏 살아온 것과 같습니다.(115쪽)


- 가족과 친구는 우리의 별난 성격, 이상한 습관, 실패한 목표, 당황스러운 행동, 집착, 기벽, 고집마저 소중히 여길 것이다.(309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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