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한창 기승이라 연일 확진자수가 보도되던 때에 양성이 나오는 즉시 격리를 해야 했던 시기였다.
가족들에게 혹시라도 옮길 새라 자발적으로 철저히 분리했다. 일주일 정도 방에서의 시간은 제법 지루하지 않았다. 아프지만 않았으면 꽤나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끙끙 앓으면서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채로 보냈다.
두 줄에서 한 줄은 해방인지라 방문을 열고 나왔다.
방안에 있을 때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종종 했지만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와서 쐬는 공기는 매우 신선했다. 출산 또는 며칠동안 입원과 퇴원했을 때에도 그랬다. 손끝과 뺨에 감기는 바람의 감촉이 생생했던 순간은 세월이 지나도 기억될 것 같다.
우리는 감정이나 감각이 더해진 순간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한다. 정신없이 분주한 현대인은 정처없이 흘러간 시간에 대해 한번쯤은 세월 참 빠르다, 뭘하며 보냈을까 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좋은 걸 누리는 기회를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것들을 곱씹은 날이 더 많았을 수도 있다.
가만 보면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다. 심장, 머리, 눈, 입, 손, 다리, 피부…..
몸에 있는 기관들이 우리가 생존하도록 기능한다.
인간이 오감을 갖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 팀 역활을 맡은 도널 글리슨이 아빠의 권유로 같은 하루를 다시 살아보는 장면이다.
살면서 놓쳤던 것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보라고 팀의 아빠는 조언한다.
출근길 옆 사람의 시끄러운 음악에 함께 흥얼거리고 잔소리하는 상사에 대해 동료와 유쾌한 농담을 나눈다. 카페 직원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에 힘을 얻기도 하고 잠시 멈춰서 그림을 감상한다.
긴장과 걱정에 휩쌓여서 느낄 수 없던 세상을 두번째는 제대로 느끼며 즐겁게 보낸다.
같은 하루지만 다른 하루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작정하고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흠뻑 느껴보자.
미세먼지가 없는 아침에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눈을 감고 들이키거나 깊게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좋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들어 귀를 호강시키고 흐르는 물을 손으로 느끼며 얼굴에 닿는 물에 감촉과 부드러운 타올로 얼굴을 감싸는 포근함도 느낄 수 있다.
사랑하는 이를 깊이 안으며 가만히 교감하는 것도 참 좋다.
순간을 누리는 삶은 긴장을 풀고 완전하게 한다.
온 몸으로 느끼는 좋은 자극을 영혼이 의식하고 기뻐하는 시간이 쌓일 수록 나를 더 충만하게 한다.
지금 시대의 우리는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져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돌려 나무와 하늘, 사람을 바라보자. 나의 육감들이 살아있어야 직감력이 살아나고 알곡을 찾아낼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게 한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