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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색등대 Dec 15. 2020

멀어져가는 아이를 보며

저에게는 만 3살이 된 남자 아이가 있습니다. 

미끄럼틀이나 자동차를 타는 것 보다 집에 있는 온갖 물건들로 

소꿉놀이 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엄마의 작은 변화도 곧잘 알아차리며 

애교를 부리기도 하는 감성적이고 딸같은 아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아들은 더 아가일때부터 엄마가 화장실도 못가게 하고 엄마가 없으면 

잠을 못자며 엄마가 안보이는 1분을 못기다리고 엄마, 엄마를 찾는 엄마 껌딱지였습니다. 

지긋이 저를 바라보며 엄마 사랑해요~ 라고 자주 말해주는데 

그럴때마다 기분이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자식이지만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닌지

조금은 답답함이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싱가포르에는 어제 비가 많이 왔습니다. 

간만에 오랫동안 내린 비가 그치고 나니 공기가 무척 상쾌하고 시원하더군요.

심심해하는 아들을 데리고 아파트 단지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요즘 동네 친구들과 놀기 시작한 아들은 방금 비가 그친터라 친구들이 없어서 실망했습니다. 


조금 뒤 몇몇 누나들이 나와서 뛰어가는 것을 보고 

아들도 그들을 따라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신나서 마구 뛰어가는 아들이 넘어질까봐 "천천히 가! 조심해!" 라고 외쳤지만

아들은 들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 좋아하던 엄마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아들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지고 코너를 돌아서 보이지 않을때까지 

아들은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거나 엄마를 찾지 않았고 친구들과 즐거워했습니다. 


멀어지던 아들의 뒷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여지며 그런 상황이 신기하게 생각됐어요. 

고작 만 3살인데 벌써 저만큼 친구가 좋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앞으로도 오랫동안 엄마의 품이 필요하고 더 좋겠지만 말입니다. 


저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옭아매기도 하는 

사랑스러운 아들이 언젠가는 엄마 품을 떠나서 세상에 나가는 때가 오겠죠.

건강하고 담담히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게 저의 숙제이겠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을 음미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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