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나의 삶을 투영했다
새벽 3시경, 뭔지 모를 불안감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가위에 눌려 억압된 상황에서 버둥거리다가 말문이 힘겹게 터지 듯 신음 소리를 내며 깨기도 하고 무언가의 긴박한 상황에 쫓기는 꿈을 꾸다가 깨기도 한다. 그렇게 잠을 깬 날은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새벽 내내 이런저런 생각에 불안을 이어가게 된다.
살아오면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생각보다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흐뭇하고 뿌듯했던 기억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생각들이 되돌리고 싶은 후회되는 기억들이다. 그리고 그런 기억이 반복되면서 후회의 감정은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꿈에서의 나는 언제나 고등학생이었다.
아침에 학교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뛰고 있었고, 기한이 다가오는데 과제를 완성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시험 시간을 잘못 알아 기회가 날아간 것에 대해 허망해하고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우울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꿈에서 깨고 나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잠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상하게도 그러한 꿈은 유사한 내용으로 계속 반복되었다.
시간을 거슬러 살아온 날들에 대해 반추해 보면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다.
그 시절을 방황만 하며 보냈다거나 딱히 잘못한 일을 한건 아니었는데 그 시기의 노력이 지금의 나의 위치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 좀 더 열심히 살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공부만 하면 되는 상황이나 나 자신만 컨트롤하면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정말 단순하고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그 좋은 시기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번쯤 독해볼 걸, 미리 한계를 짓고 포기하지 말걸, 누가 뭐라 해도 나를 믿고 과감하게 도전해 볼걸 하는 후회가 있다.
가끔 SNS에서 그때의 친구들의 삶을 훔쳐보곤 한다. 목표했던 원하는 대학을 갔고, 원하는 직업을 갖고 그들끼리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위치에서 인정받는 타이틀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그들은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산 결과로 지금까지의 삶이 탄탄대로인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못내 부러워졌다. 나의 그러한 시각이 한심하고 부끄러우면서도 부정할 수가 없다.
과거의 시간에 대한 후회가 없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만족할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었다면 지금의 나의 상황을 과거에 귀인하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내가 세상을 보고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내 모습에 대한 후회가 나에게는 결핍이었다. 그리고 그 결핍은 현재의 나의 삶을 언제나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현실에 대한 불만의 원인을 자꾸만 과거로 돌리게 만들었다.
아이와의 문제도 그러한 나의 결핍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나의 후회와 욕심이 아이에게 전가되었고 나는 아이를 통해 그 결핍을 채우려고 했던 것이다. 모든 부모들이 아이의 성적과 대학입시에 관심과 기대가 있다는 것으로 일반화하면서 나는 그렇게 나의 결핍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와 나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의 길을 가야 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나의 상황은 내가 만든 것이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마음 깊은 곳에서 동의해야 했다. 내가 나의 삶을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을 때 만족도 개선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아이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아이만의 인생을 간섭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 줘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씩 조금씩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