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말아라>
슬퍼하지 말아라, 저쪽에서 보면 이 길도 우회로이다. 들키지 않은 허위들을 감당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만 배운다. 삶은 환기되지 않는 것이다.
슬퍼하지 말아라, 저쪽에서도 이 길을 볼 수가 없다. 방심한 터널이든 위압적 대로이든, 투항하는 것이 삶인 까닭에 우리가 들고 갈 선물꾸러미는 우리를 위한 것이다.
슬퍼하지 말아라, 과녁을 벗어난 화살들이여. 떨어져 내린 곳이 삶의 과녁임을,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와버렸다고 슬퍼하지 말아라.
<중력이 소멸한>
뒤를 돌아볼수록 중력이 소멸하는 땅이다. 더 멀리 더듬을수록. 때때로 꺼냈던 사치한 희망도 내 생애, 사과의 제스처였나. 그렇게 살지는 않겠다고 생각한 삶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버렸던 마지막 자유였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리. 허공에서 시들은 이파리의 혼곤한 용서와 용서보다 깊은 한기를.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중력이 소멸하는 땅이다. 앞으로 나서지 않아도. 어떤 그물로도 건져지고 마는 커다란 동공을 띄웠던 해저는 내 생애, 못다 한 몰락이었나. 흘러다니는 수초는 흘러다니는 일이 힘들고, 잃어버린 발바닥은 홀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였으므로 내 생애, 떠오르지 않는 유적지였나. 아무도 노여워 못하리, 그리워 못하리. 중력이 소멸한 땅, 중력이 화해한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