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이행기
진료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온 그녀의 눈빛에서 걱정이 묻어났다. 48세, 평범한 체격의 그녀가 최근 겪고 있는 변화는 생리 주기가 길어지고, 생리양이 눈에 띄게 줄어 이제는 팬티라이너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라고 했다.
"혹시 다른 증상은 없으셨나요?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리거나, 잠을 잘 못 이루시는 경우는요?"
나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다만 고3 수험생 자녀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대답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나는 그녀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어내려 노력했다.
난포자극호르몬(FSH) 수치 30, 그리고 의심되는 고지혈증. 이는 갱년기 이행기의 시작을 알리는 조용한 속삭임이었다. 다행히 심한 갱년기 증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갱년기 이행기, 혹은 폐경 이행기. 이 시기는 마치 인생의 계절이 바뀌는 것과 같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듯, 여성의 몸도 서서히 변화를 맞이한다.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결국 멈추는 이 과정은, 새로운 인생의 장을 여는 문턱과도 같다.
진단 과정을 설명하면서, 나는 그녀의 눈빛이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생리 주기의 변화, 안면 홍조, 야간 발한, 수면 장애, 기분 변화.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자연스러운 변화의 일부임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이 특별한 시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조언들을 나누면서, 나는 마치 오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말을 이어갔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의 중요성, 균형 잡힌 식단과 영양 보충의 필요성,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의 이점.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새로운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휴식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나는 그녀의 일상에 작은 휴식의 순간들을 그려 넣고 싶었다. 요가 매트 위에서 깊은숨을 들이쉬는 모습,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는 순간, 편안한 잠자리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어내는 모습.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그녀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갱년기 이행기는 모든 여성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와 같아요. 지금은 그 변화의 초입에 서 계신 것 같네요. 건강한 습관들로 이 시기를 잘 보내신다면 앞으로 남은 시기들을 더 건강하게 지내게 되실 거예요. 아직은 완전하게 폐경이 진행되신 것은 아니고 생리 주기와 양의 변화 말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호르몬 치료는 추후에 경과를 보면서 진행해도 좋을 것 같아요. "
진료실을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처음 내원 했을 때보다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갱년기 이행기라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그녀가, 이 시기를 지혜롭고 아름답게 보낼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