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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이 심해진 그녀의 생리

스트레스성 생리불순

27세의 그녀가 피부과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권유받아 진료실에 들어왔다. 

몇 달 전만 해도 매끄러웠던 피부가 이제는 붉고 화난 듯한 여드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녀는 항상 규칙적이었던 생리가 점점 더 불규칙해지면서, 이 모든 변화가 자신에게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6개월 전, 그녀는 직장을 옮겼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졌으며, 식사 시간도 불규칙해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스트레스성 여드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드름은 더 심해졌다. 피부과에서 피지조절제와 항생제를 복용하면 조금 나아지다가 약을 중단하면 다시 여드름이 재발했고, 생리도 이전과 달리 불규칙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지막 생리는 2개월 전이었고, 그마저도 아주 소량만 나왔다고 한다. 초음파 검사 결과, 양쪽 난소에서 다낭성 난소가 의심되기는 했지만 그렇게 심해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여드름의 원인이 단순히 스트레스나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호르몬 불균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생리가 불규칙해진 것도 이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호르몬 검사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일반적인 다낭성 난소증후군(PCOS) 환자의 혈액검사와는 달리 남성호르몬 검사결과만 높아진 소견을 보였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미치면서, 특히 부신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이 증가하며 남성 호르몬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그녀의 피부와 생리 주기 모두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녀에게 설명을 하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의 건강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결국 몸이 비명을 지를 때까지 기다리곤 하는 것은 아닐지. 

스트레스성 호르몬에 의한 생리 불순은 생활 습관 변화와 스트레스 관리가 핵심이다. 나는 그녀에게 우선 높아진 남성 호르몬 수치와 여드름 조절, 생리주기 조절을 위해 피임약을 처방했다. 약을 처방하며,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 약은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이에요. 진짜 치료는 일상생활에서 시작돼요. 충분한 휴식, 규칙적인 식사,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그녀는 피임약을 복용하면서 여드름이나 생리 관련 증상들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피임약을 중단한 후의 그녀 몸의 변화는 그녀가 얼마나 몸이 보내는 신호에 잘 반응해서 변화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몸의 변화는 한순간에 오지 않는다. 나는 그녀가 몸이 균형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보며, 스스로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자신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응원해 본다. 그녀는 여전히 바쁜 삶을 살고 있겠지만, 이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한 시간을 우선시하며,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시간을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그녀의 다음 방문에서는 여드름이 줄어든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빛이 되찾아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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