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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han Jun 22. 2019

영감의 공유. 공간의 공유.

천국은 나의 것.

알렉스룸의 첫 전시회. 신지운 이어진 2인전 '천국은 나의 것'

알렉스룸을 만들며 좀 더 하고 싶었던 건 가까운 크리에이터들의 작품들을 놓는 것이었다. 외국 명화라던가 유명하고 비싸 보이는 작품들보다는 그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고. 을지로에도 이곳저곳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므로, 어쩌면 그들과도 공간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독립 예술가들이 모이는 장터, 페어 같은 곳을 둘러보며 작품 몇 점을 샀다. 주로 프린트물 아니면 독립 출간물이었는데 혹시 카페를 오픈하게 되면 나중에 연락을 하고 작품이 걸려 있으니 허락을 받아야 할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알렉스룸 옆에는 사무실 두 개가 붙어있는데 이 중 하나의 사무실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그 공간이 빈 벽이 많아 추가로 계약할 경우 갤러리로 쓰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미 갖고 있는 공간만으로도 제대로 운영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 시점이라. 그렇게 망설이던 동안, 그 옆 사무실에는 젊은 두 아티스트가 공간을 작업실로 쓰겠다며 들어왔다. 왠지 생각하던 공간을 뺏긴 것 같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왕 이웃이 되었으니 잘 지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사를 하던 그 날. 우리는 알렉스룸에서 진행되는 첫 전시를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신지운 이어진 작가의 2인전이 기획되고, 또 첫 전시가 시작되는 시점에 알렉스룸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다른 두 작가와의 전시 일정도 미리 확정되었다. 공간에 대한 안내 자료를 만들고 전시 규정을 만들고. 알렉스룸이 해야 할 일들과 작가들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역할들을 정리하고. 단순히 작가들에게 공간을 공유하겠다는 선의로 시작된 일은 생각보다 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아티스트들과 원하는 것들을 조율하는 과정 또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첫 번째 전시가 진행된 신지운 이어진 작가의 전시회에 대해, 작가들이 생각하는 의미와 알렉스룸이 생각하는 전시의 의미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마 작가들은 어떠한 기대효과보다는 자신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선보인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을 테지만, 알렉스룸은 사실 그들을 좀 더 앞으로 끌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작업실에만 있는 작가들을 좀 더 시장으로 이끌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 그들이 준비가 되어 있을지 아닐지에 대한 고민에 앞서. 아마 그래서 그건 알렉스룸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살다 보면 내가 준비되었다고 만족스러운 시점에 나를 기다려 기회가 오는 법은 아니니까.


그렇게 그들의 전시, '천국은 나의 것'은 세상에 나와 사람들과 만났다.


created by a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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