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각자 바쁜 개인 시간엔 단톡방에 '우리 을지로 가족들 보고 싶다.'라며 편히 말을 건네는 이웃들과 함께 술을 한잔 하던 참이었다.
"아니, 사장님. 그냥 장사가 아니라 그래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지성인으로서".
이 사람이. "지성에 대한 욕구도 그걸 이용해 돈을 만들어 잘했다고 손뼉 쳐주는 세상에, 무슨 '지성인'같은 소리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왔지만 참았다. 참 오랜만에 듣는 신박한 말이네. '지성인'이라니...
- 이웃은 현재 직장에 다니는 프로그래머인데. 을지로 초창기 이름을 대면 알만한 '돈을 꽤 벌 것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가 결국 생업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가게를 팔아 직장으로 돌아갔다. 다들 '아니 월급 받는 것보다 낫지 않았어?'라고 물을 정도였는데 당시 그 가게는 '자아실현'이상의 목적을 갖고 있지 않았고 가게가 알려지고 잘 되어 언제나 웨이팅에 걸려 있어도 어떻게 이걸 돈을 더 벌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할지 고민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장사를 하던 사람이 가게를 이어받게 되었는데 현재는 후회가 될 정도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내가 대학 다닐 때 선배들이 말하던 그 단어를 듣긴 했는데, 십수 년이 지나 서른 초반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그런 단어를 들으니 신선한 충격이랄까. 사실 감성이 폭발하는 을지로에도 몇 군데 독립서점 등 지성의 힘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몇 군데 있다. 그래도 그닥 깊이 와닿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단어였는데.
을지로의 지성. 입 안에 그 단어가 몇 번이나 떠돌던 그런 밤이었다.
영화 속 몇 가지 명대사들이 떠오르기도 했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I just hope my death makes more cents than m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