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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lli Jan 14. 2024

여행지에서 만나는 FOOD

#치앙마이입니다


평소에는 먹지도 않던 음식을 새롭게 접하게 되는 게 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라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맛집 같은 건 찾아다니지도 않고, 더군다나 줄 서서 밥 먹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 내게 여행지에서 맛집 찾아다니는 거라던지,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건 관심 밖의 일이다. 적당히 먹을만하면 되고(그래도 맛있는 건 귀신 같이 안다. 오랜 시간 맛집 식당을 운영하게 우리 엄마라서) 웬만하면 음식에 별다른 거부감도 없다. 처음 고수를 접했던 게 캄보디아 시엡립이었는데 그게 고수인지도 모르고 그냥 먹었다. 두리안 냄새는 그냥 물고기 썩는 냄새인가 싶었고 (바닷가가 고향이라 생선 냄새에는 익숙하다) 타이베이에서 곱창 국수도 그냥 먹긴 했다.(같이 간 언니는 손도 안 댔지만) 물론 나도 가성비를 따지는 현대인이라서 아무 식당에 들어가도 구글맵으로 4.0 이상은 되어야 들어간다.


이렇게 밥에 큰 관심이 없는 나도 여행에서 마주한 먹을거리로 인해 취향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카페에 가면 주로 카푸치노를 많이 시켜 먹는데, 이건 크로아티아 여행 이후부터 생긴 취향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유럽 지역은 더운 여름에도 아이스보다 핫 커피를 마신다. 물론 나도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따뜻한 커피를 주로 마시긴 하는데 크로아티에서 우연히 먹은 카푸치노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렇게 거기서 카푸치노만 마시다가 한국에 들어와서도 계속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아메리카노나 라테와는 달리 카푸치노는 카페마다 그 맛이 다르다. 원두가 달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떤 카페는 굉장히 진하고, 어떤 곳을 쓰고, 어떤 곳은 매우 부드럽다. 단순히 우유를 붓는 라테와는 달리 아마도 우유를 스팀하는 기술이 다른 건지, 에스프레소 자체의 맛이 더 잘 표현돼서 그런 건지 이유는 모르겠다만. 그래서 난 카푸치노가 맛있는 카페가 커피가 좋은 카페라고 내 맘대로 생각한다.


그다음은 올리브다. 올리브라고 하면 흔히 피자에 올라간 원모양의 잘라진 단면 그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건 내 입맛에 너무 짰다. 어렸을 때는 피자 먹을 때 빼놓고 먹었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마트에서 통올리브가 절여진 걸 사와 종종 꺼내먹는 걸 보면 올리브에 대한 내 마인드가 바뀌긴 했다. 올리브는 모로코에 갔을 때 접했다. 가는 호텔마다 로비에 있는 탁자 한가운데 올리브가 잔뜩 담긴 바구니 있었다. 처음에 먹어보고는 대체 이 짠 걸 왜 이렇게 먹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올리브라이팅을 당한 건지 그렇게 어딘가에 갈 때마다 먹었던 올리브에 적응해 버렸다. 단순히 짜다고 표현하기엔 올리브 맛의 맛이 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검정색이랑 올리브색(채도가 낮은 연두색)도 오묘하게 맛이 다르다. 나는 올리브색 올리브가 더 맛있더라. 덕분에 이제는 통올리브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다시는 먹을 수 없지만 잊지 못하는 음식도 있다. 모로코 호텔 조식당에서 먹었던 오믈렛, 직원이 바로 눈앞에서 만들어주었던 그 퐁실퐁실하고 부드러운 오믈렛은 어디에서도 먹을 수가 없다.(심지어 호텔이름도 몰라서 다시 못간다) 크로아티아 갔을 때 친구들이 가야 한다고 해서 따라갔던 연어 스테이크도 기억에 남는다. 이건 물고기(난 원래 생선을 싫어한다)가 소고기보다 더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깨달았던 음식이었다. 혼자 여행 갔으면 절대 안 갔을 테지만 맛집 가야 한다는 친구들 덕에 먹었으니 안 하던 짓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딜 가든 조식이 주는 숙소가 기억에 남는데 스리랑카와 쿠바는 조식의 천국이었다. 호텔에 묵으면 조식을 주니까 좋긴 하지만 호텔은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스리랑카와 쿠바는 과일부터 빵, 온갖 잼에 등등 기억도 안 나지만 늘 푸짐하게 조식을 마련해 줬다. 당연히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음식이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여행자에게는 뭘 그렇게 많이 줬는지, 근데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왜 해외여행을 다니면 조식에서 커피, 주스, 우유를 몽땅 다 같이 주는 걸까, 서양 사람들의 식습관이 그래서 자연스레 그렇게 굳어진 걸까.


태국에 와서 알게된 한 가지 신기한 일은 피자에 올리브유를 뿌려 먹으니 생각보다 궁합이 잘 맞는다는 사실이다. 치앙라이에 잠시 들렀을 때 먹을 데가 없어서 피자가게에 들어갔는데 온갖 뿌려먹을 걸 다 주길래 하나씩 실험해보다가 올리브유가 내 입에 딱 맞았다. 느끼한 게 아니라 뭔가 맵고 짠맛을 잡아준다고 해야하나, 이건 한국에 가서도 전파해야돼.


언제부터인가 호텔을 주로 다니다 보니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에서 주는 조식을 먹어본 지 오래되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치앙마이에서는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었는데 어제 묵은 숙소에서 아침 조식을 주었다. 리뷰에 잊지 못할 팬케이크라고 해서 엄청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건 기대를 뛰어넘는 맛이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인생 팬케이크를 캐나다가 아닌 치앙마이에서 만나다니. 거기에 오믈렛도 내가 모로코에서 먹었던 그런 퐁신퐁신한 느낌 그대로 아닌가. 모로코의 기억이 오래전이라 그 느낌을 잊어가고 있었는데 다시 떠오르게 만들어줬다. 아 왜 나는 이곳에서 2박 밖에 머무르지 않는 걸까. 다음에 온다면 팬케익 먹으러 다시 와야겠다. 깨끗하고 맛있는 호텔 조식보다 게스트하우스의 소소하고 다정한 조식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걸 보니 내가 좋아하는 건 숙소 호스트의 마음과 그 분위기인가 싶다.


타이 음식이라고는 팟타이 밖에 몰랐는데 까오소이라는 태국식 누들을 어제 처음 먹어보았다. 푸팟퐁커리 맛이 국물베이스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 맛이 내 입맛에 맞나 보다. 맵기 조절도 가능해서 1단계로 먹었는데 너무너무 맛있어서 국물까지 다 마셔버렸다. 아, 나 카레에 코코넛밀크 탄 거 좋아했네. 타이음식은 대부분 다 맛있다 아직 못 먹어본 팟씨유, 소고기누들도 먹어봐야 하는데 웬만하면 구글 평점 4.0이니 나 같은 여행자가 다니기엔 너무 좋은 여행지이다. 어디 어디가 맛집이라고 하는데 관심 없고, 그저 친절하고 수줍은 식당 사장님들 덕에 Thai Food가 점점 더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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