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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Jun 11. 2024

우연과 필연의 바다

원하기만 한다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살았다. 물론 창문을 연다고 뱃소동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배가 나를 반기는 그런 시골은 아니고, 소풍을 가려고 맘을 먹으면 삼십분 안에 근처 해수욕장 정도는 갈 수 있는, 원하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바다를 볼 수 있는 도시에 살았다. 동네의 작은 시장바닥에는 미역 줄기와 파래와 해삼과 멍게가 항상 깔려있고 눈을 들어 식당을 찾을 땐 꼼장어 구이집이 심심치않게는 보이는 그런 바닷가의 도시.

 고등학교에서는 등교를 할 때도, 야간자율학습을 할 때도 바다가 보였다. 친구들 사이엔 ‘바다보이는 학교는 친일’이라고 하던 말이 풍문처럼 있었다. 우리 학교도 세워질 때 친일을 한걸거야. 라며 새벽 아침부터 매일 매일 봐도 반짝임이 다르던 윤슬을 보며 등교하고, 온통 까맣기만 한 바다의 밤항구에 별처럼 박혀있는 대교와 등대 불빛에 위안을 얻었다.

 어느무렵부터는 바다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하루는 족히 잡아야 하는 곳으로 옮겨왔다. 밤이 내리면 까만 모든 곳은 바다가 아니라 논인 곳에서, 파도 소리 대신 개구리 소리가 울려퍼지던 곳에서 몇 년을 지내고, 또 언제가부턴 새까만 풍경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밤 중에도 차와 빌딩의 빛으로 요란한 도시에 정착했다.

 그래서, 놀러가려고 맘을 먹으면 그건 어디든 바다였다. 부산이든 강릉이든 영덕이든 아니면 필리핀이든, 바다가 보이는 곳이 우선순위였다. 어느 날 부터 물 밖에서만 보던 바다를 안에서 보기 시작했고 그곳에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알게되었다.

 바다, 다이빙, 그리고 물고기. 세가지 키워드로 내가 만난 새로운 세계를 마주쳐보려 한다. 이게 바로 그 첫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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