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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Jun 11. 2024

줄도화돔, 인간은 그렇게 안 되겠니

줄도화돔, half-lined cardinal

 제주도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강사님이 보드로 뭔가를 썼다. ‘줄도화돔의 입안을 보세요’ 줄도화돔은 검지손가락 정도의 크기이고 등 지느러미에 검은 줄과 꼬리 쪽에 검은 점이 있는 날씬한, 옆으로 살짝 넓적한 물고기다. 얘네들이 우글우글 산호 옆에 모여 있었는데 그때는 저게 줄도화돔인지 주걱치인지 미역치인지도 구분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줄도화돔? 저게 줄도화돔인가? 입안? 어떻게 보라는 거죠? 굉장히 굉장한 초보 다이버였기 때문에 옆사람을 치지 않고, 산호에 닿지 않고, 모래폭풍을 일으키지 않고 조심히 다가가는 것도 어려워 진을 빼며 물고기 앞으로 갔더니 강사님이 입 안에 빛을 비추며 ‘알’ 있다고 했다. 알? 그게 왜 거기서 나와.



줄도화돔 출처 : 위키백과

알고 보니 암컷이 산란을 하면 수컷이 입 안에 알을 머금고 부화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알을 다른 물고기처럼 엄청 많이 낳지 않기 때문에(개복치는 3억 개를 낳는다고) 알들이 부화할 때까지 수컷이 먹이활동도 하지 않고 입을 꼭 닫고 적들에게서 보호한다는 것이었다.(뭐 물론 너무 힘든 수컷들은 어쩔 수 없이 몇 프로 정도는 삼키거나 먹이를 못 먹으면 알을 먹기도 한다고 한다) 어쨌든 엄청난 수컷들이구만.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카디널 피시도 수컷이 입안에 알을 품는다.    출처 : 한산신문


임신 막달에 들어서니 줄도화돔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나는 난자만 좀 제공하고 얘를 아빠가 품어주면 좋을 텐데. 왜 인간은 열 달을 품는 것도 여자가 하고, 젖도 여자만 나오는 걸까?

요즘 잘 때는 배가 점점 무거워져서 숨이 차거나, 다리가 아프거나, 아랫배가 당기거나, 쥐가 나거나 여섯 시간 전에 먹었던 뭔가가 올라오면 오우 하나만 하지 가지가지하네. 두루 아프구나 이거 참 어려운 일인걸 하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새벽 두 시, 역류성 식도염을 방지해 보겠다고(이미 불가능하지만) 리클라이너 의자에 앉아(누워) 똑게육아나 베싸육아책을 보며 도대체 아이가 태어나서 울 때 나는 어떤 표정일까를 우울해하며 상상한다.


 다행히 착한 남편은 육아와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자기가 앞으로 아이를 키우고 먹이고 재우고 이유식도 만들고 기저귀도 채워줄 거라고 했다. 별명을 새로 지어줘야 하나? 인간계의 줄도화돔 J 씨. 튼튼이가 태어날 날을 27일을 앞두고 곧 새로 태어날 인간계의 줄도화돔 J 씨의 각오를 서면으로라도 써서 보관해 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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