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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l Choi Sep 29. 2016

약속만큼 일했다면, 약속대로 떠나라

미국 직장인과 휴가

직장인인 나에게 병가나 공휴일을 제외한, 진짜 휴가라고 할 수 있는 날짜는 딱 1년에 13일 이다. 사실 미국이라는 근로 환경에서는 적은편인데 병가를 무제한으로 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뭐 나쁘지 않다.

날짜에 관계없이 직장인이 되고난후 가장 좋은것은 휴가가 있다는 것이고 가장 나쁜것은 방학이 없다는 것이다. 뭐 대학생때를 떠올리면서 방학을 추억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회사위치 때문에 수 많은 대학생들을 마주치게되니, 갑자기 한산해진 거리를 보면 방학임을 바로바로 느낀다. 뭐 방학이 없어진 배부른 불평은 그만하고 다시 직장인 이야기를 하자.


휴가의 장점을 생각해보면, 먼저 내가 쓰고 싶을 때 쓴다는 최강의 장점이 있다. 게다가 우리부서 하는 일의 특성상 특별한 시기가 아닌 이상, 나 아니라도 상당부분 팀원들에 의해서 서로 커버가 가능한 팀 프로젝트라서 몽땅 한꺼번에 빠지는거 아닌이상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일단 한번 허락된 휴가는 바뀌지 않고 다녀올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공항은 더 이상 설레이는 곳은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

나는 13일이라는 매우 짧은 날짜를 이리저리 붙여서 1년에 두번정도의 괜찮은 길이의 휴가를 다녀온다. 미국인 동료들은 주로 일년중 세번이나 네번정도로 주말에 붙혀서 가는것 같다. 물론 나도 한국을 방문 하는 것같은 긴 여행만 아니면 그게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인의 휴가는 말그대로 쉬엄쉬엄 하는걸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거에 중점을 둔다. 며칠씩 휴가를 내놓고 그냥 산속에 들어앉아 매일매일 산책과 독서만 하다오는 사람. 오토바이를 가지고 계속 라이딩만 하다 오는 사람. 그것도 아니면 집에서 그냥 청소하고 하고싶은거 하다가 돌아오는 속칭 스테이케이션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여느 보통의 화려한 휴가처럼 유럽도 가고 아시아도 가기도 한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어느어느 유명한 어느곳에가서 티비에 나왔던 음식을 먹고 누군가 연애인이 가진 물건을 사서 돌아왔다 보다는, 주관적으로 내가 그동안 막연하게 하고싶었던일들을 하면서 쉬었다에 좀더 관점을 두니 좀더 말그대로의 휴가답다는 생각도 든다.


별거 아니다. 약속 만큼 일했으니 약속대로 쓰는 것 뿐이다.



이렇게 눈치보지않고 마음대로 쓸수 있는 휴가. 그렇다면 업무 처리는 어떻게 되는가? 어느 정도 이상의 긴휴가는 미리미리 계획이 되고 그 휴가분이 프로젝트 계획에 반영이 된다. "누군가가 이기간 동안에 없으니 우리팀 업무 속도는 이만큼 늦을것이므로 이정도 줄인다" 처럼 말이다. 직원의 휴가의 자유를 보장하려면 그걸 목표에 반영 하는것이다. 물론 마감이 조여오는 순간들이 있겠지만. 다행히 우리 회사는 직원의 휴가를 취소 해야하는 일따위는 없다. 물론 개인의 휴가가 팀프로젝트의 영향을 주지않는다면 말이다.


그 영향을 주지않는게 어려워보일 수도 있는데 프로젝트는 끝을 내는것보다는 완성도를 높이는게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라서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한거라고 동료들은 말한다. 약속한 만큼 일했는데 약속한만큼 쉴 수 없다면 회사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거니까. 그리고 그게 프로이니까. 회사도 직원도 프로답게 행동하는 곳.... 이라고 이해한다면 될까?

프로답게 일하고 프로처럼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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