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만 채워지는 보고서에서도 꼼꼼함은 기본이지만,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보고서에는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글로 작성되는 보고서는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알기 쉽지만, 통계를 표 형태로 반영한 보고서는 논리나 맥락을 파악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기존 통계 자료 중 일부를 발췌하여 보고서 상에 반영하는 경우, 손으로 '꾹꾹' 짚어가면서 원래 통계 내용이 보고서상에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통계를 새로 생성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도 가로세로 합계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다른 사람과도 보고서를 공유해서 같이 검토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관련된 큰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실무자 시절, 지역경제상황 변화를 주제로 다양한 경제지표들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배포했지만, 자료를 배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통계표 상의 수치가 잘 못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기자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어렵게 뒷수습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 합니다.
통계가 반영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자주 하는 실수는 수치의 단위 혼동에 따라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산이나 금액에 관한 보고자료에서는 그 규모가 억 단위 이상(백억 , 천억 단 위)에 이르는 경우 수치 단순화를 위해 00천 원,00백만 원, 000억 원 등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통계값이 63,2000,000(6억 3천2백만 원)인 경우 이를 6.32억 원으로 쓸 수 있지만, 632백만 원 또는 632,000천 원으로도 표기할 수 있습니다.
단위를 어떤 레벨로 잡느냐에 따라 아라비아 숫자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632백만 원을 63.2백만 원 식으로 잘 못쓰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수치가 단위에 맞게 작성되었는지 역시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간혹, 하나의 표 안에 두 개의 금액 단위를 섞어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나의 표에서 합계에는 단위를 (억 원)으로 표기하고, 다른 세부 항목에서는 (백만 원)을 단위로 쓰는 사례가 그에 해당합니다. 세부 항목의 금액이 적어 큰 단위의 금액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단위를 큰 단위로 하든 작은 단위로 하든 통일해야 합니다. 한 표 안에 두 개의 단위를 같이 쓰는 것은 보고서를 읽는 사람의 제대로 된 이해와 해석을 방해하게 됩니다. 친절하지 못한 보고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