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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과장

등등이 둥둥둥

보고서에서 '등'을 쉽게쓰지 마세요.

by 김 과장

보고서 작성할 때 ‘등’ 참 많이 쓰시죠?
‘등’ 한 글자로 일일이 관련 사례들을 길게 나열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퉁칠 수 있습니다.

A. 미역, 김, 다시마 등 해조류 공급확대
B. 고구마, 감자 등 농작물 생육부진
C. 샤프연필, 만년필, 사인펜 등 필기구 공급 부족

위 사례 A, B, C에서 '등'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 있는 ‘해조류’, ‘농작물’, ‘필기구’는 왼쪽의 사례들을 대표하는 일종의 대명사에 해당합니다. A에서 해조류는 등의 왼편에 있는 미역, 김, 다시마를 범주화하여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등’을 잘 못 사용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문장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국회와 지자체, 전문가 의 폭넓은 의견 수렴 공감대 형성과정을 거치는 중장기적인 검토 필요

어떤가요? 우선, 문장 안에 등이 무려 세 번이나 등장합니다.등’을 사용하는 것은 사례들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겠다는 점을 알려주고 보고서를 읽는 사람들로부터 일종의 익스큐즈를 구하는 것입니다. 한 문장 안에 세 번의 ‘등’을 사용하는 것은 ‘익스큐즈’ ‘익스큐즈’, ‘익스큐즈’를 남발하는 격입니다.


진정성을 떨어뜨립니다. 자신 없어 보이고 문장의 명확성도 부족해집니다. 늘 그렇듯 지나침은 병이 됩니다. 한 문장에는 딱 한 번의 ‘등’만 사용하세요. 그걸로 족합니다.

위의 사례문장은 사실 등이 필요 없는 문장입니다. 등을 사이에 두고 왼쪽의 사례와 오른쪽의 대명사가 균형 있게 들어있는 구조도 아닙니다. 원래 문장을 최대한 살린다면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국회와 지자체, 전문가들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는 공감대 형성과정을 거쳐 중장기적인 검토 필요“ 정도로 다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서 ‘등’을 사용할 때는 어떤 범위나 사례를 대표하는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써야 합니다. 사례를 직접 나열할 수 있다면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장은 더 명확해질 겁니다.

(사례 2) "우리 정부는 청소년 교육, 복지, 문화활동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
=> (등을 뺀 경우) "우리 정부는 청소년 교육, 복지, 문화활동 프로그램 운영 중"

(사례 3) "정책시행을 위해 자료조사, 설문조사 사전검토와 공청회 간담회 공감대 형성 병행 필요"
=> (등을 줄인 경우) "정책시행을 위해 자료조사, 설문조사 등 사전검토를 시행하고 공청회와 간담회를 통해 공감대 형성"


등이 둥둥 떠다니며 이해하기 힘들고 자신 없는 보고서를 만들고 있지 않은지 냉정하게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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