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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과장

불안함에 관하여

적을 제대로 알고 나를 지키는 방법

by 김 과장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의 돈을 받아먹고사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업보와도 같습니다. 과장으로 살고 있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에 가고 싶어요.' 란 말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제가 직원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불안이 튀어나오는 출구는 여러 곳일 겁니다. 회사일에 한정지어보 자면, 우선, '지금 하는 일이 잘 될 수 있을까?' 혹은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불안감이 있을 텐데요. 과제나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까지는 일정 부분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불안감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마음을 비워버릴 수 있는 용기는 누구에게 있을지 궁금합니다.


경험을 통해보건대, 불안을 만들어내는 적지 않은 다른 원인은 '막연함'에서 비롯됩니다. 나의 적이 누구인지 어떤 모습인지 모를 때 밀려오는 그 불안감. '앞으로 닥칠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게 닥칠 일을 제대로 알아야 나를 지키는데 필요한 시간과 도구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나의 적이 누구인지,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은 불안감 줄이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불안이 불안을 낳으며 몸과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불안감의 팽창을 막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간단하고 뻔한 방법이지만, 해야 할 일들을 쭉 써 내려가 보세요. 걱정스러웠던 적들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내가 해야 할 일들과 팀장이나 과장에게 던져서 해결해야 할 일들도 가지런히 구분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그다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의 범위가 명확해져서 숨 쉬기가 한결 나아집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릴 시간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매일매일 이렇게 저도 숨구멍을 조금 더 넓히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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