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큰 산불이 발생했던 경남지역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입니다. 어둔 산등성이 너머엔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슬프도록 아름답습니다.
산불 피해가 컸던 자치단체 부군수님을 뵙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들었던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해당 자치단체에서는 '되물이 행정'을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되물이 행정'이 무슨 뜻일지 처음엔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요. 조금 더 쉽게 풀어말하면 '다시 물어보는(되물이) 행정'이란 말이었습니다.
자치단체에서 군수나 부군수가 지시를 내리면, 아래에서는 열심히 받아 적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뒤 돌아오는 지시사항에 대한 피드백 내용이 처음 의도에서 크게 빗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령, 처음엔 1을 하라는 지시에서 출발하지만, 지시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장- 과장 - 팀장 - 직원으로 계통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지시사항이 5로 이해되고, 전혀 엉뚱한 지시 이행이 이루어지는 상황입니다.
지시를 받는 어려운 자리에서는 오늘 부군수님의 말씀처럼 허겁지겁 지시사항을 받아 적기에 바쁩니다. 지시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일단 그 자리를 빠져나와 지시사항을 '해석'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충분히 그 상황이 이해됩니다.
서로 피곤하고 비생산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지시를 한 뒤에는 지시한 사항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셨나요?"라고 되물어 보는 행정을 강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군수든, 부군수든, 국장이든, 과장이든 지시를 할 땐 상대방이 지시내용을 이해했는지 되물어보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명확하게 지시를 하는 것, 그리고 이해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중요한 일입니다. 반대로, 지시를 받는 입장에서도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을 땐, 그 자리에서 편하게 물어보고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향의 되물이 행정도 함께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