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많이 하는 일 중에 하나는 같이 일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다.
승진을 해서 외부기관으로 파견을 가는 일도 있고, 오랫동안 한 부서에서 일한뒤 내부 규정에 따라 옆 부서로 가는 일도 있다. 본인이나, 부서장이나 원치 않는 상황임에도 억지로(?) 부서를 옮겨야 하는 일도 있다. 좋은 일로 부서를 떠나건, 원치 않게 부서를 떠나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로서는 모두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그렇게 사람을 보내고 난 뒤엔 약간의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엊그제도 한 사람이 떠났다. 박사출신으로 대기업 근무경험을 갖고, 사무관 직급으로 공직에 들어온 S팀장이다. 3.4년 전에 입직해서 그 사이 1년여의 육아 휴직 기를 가졌고, 나와는 과장과 팀장으로 6개월여 함께 일했다. '빠릿빠릿' 했고, 보고(서)의 퀄리티도 먼저 공직에 들어온 일반직보다 나았다.
그랬던 그가, 한 달여 전 조용히 면담을 요청했고 그 자리에서 의원면직 얘길 꺼냈다. '오래전부터 창업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고민 끝에 실행에 옮겨보기로 마음먹었다' 말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응원의 말을 건넸지만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명의 내 사람이 떠난단 사실은 맘을 지그시 눌렀다.
예정된 이별의 날이 기어이 왔고, 조촐한 송별회를 가졌다. 그 자리엔, 과장으로 일하는 동안 떠나보냈던 OB멤버들도 함께 했다. 그 들과 많은 일을 함께했고, 많은 것을 함께 이뤘다. 지금 부서에서 2년째를 맞고 있는 나도 얼마 후 새로운 부서로 갈 것이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자식들을 키워 객지로 보낸 뒤, 명절에 모인 그 들을 보는 것처럼 흐뭇했다.
떠나보냈지만, 그들은 새로운 그들의 자리에서 잘 산다. S팀장도 물론 그럴 것이고. 그리고, 얼마 뒤 자리를 옮길 나도 그럴 테지. 어제저녁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굴리던 기운 센 딸아이의 자전거처럼 시간은 나를 훌쩍 앞서 잘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