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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been 금콩 Oct 11. 2020

내가 글이 좋은 이유

이래 봬도 꽤나 진지한 사람이거든요? 저는 글의 이중성이 좋아요.

 자신을 나타내는 플랫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인스타, 유튜브, 블로그 등 방식 또한 다양하다. 나는 그중에 글로 나를 나타내는 플랫폼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다. 나는 글이 좋다. 글의 이중성이 좋다.


 '철부지' 독서모임을 함께 하는 언니가 나의 모습을 보고 한 말이다. 사람들이 나와 어느 정도 교류하다 보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체로 이와 같은 부류이다. 첫째 안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 내 이미지가 표현되려나 모르겠다. 어쩐지 나의 행동과  외모에선 진중함, 예민함, 섬세함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글로 나를 먼저 접하고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잘 매치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쓴 글에는 진짜 나의 한없이 솔직한 심정이 담긴다. 글을 써내는 나 조차도 '살면서 내가 이렇게 솔직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시간이라는 한계에 차마 담아내지 못하는, 한 문장 속 숨은 의미까지 탈탈 털어 표현할 수 있는 게 글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역설적이게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한없이 나를 감출 수 있는 것 역시 글이다. 플랫폼에 따라 글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간단한 포스팅 위주의 블로그에는 좀 더 가벼운 나의 모습이 담긴다. 이것저것 재미난 일을 많이 하고, 사람을 만나길 좋아하며, 핫한 곳을 찾아다니는 좀 더 쾌활한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가벼운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기에 호흡이 길지 않은 문장으로 나를 표현하고, 너무 진지해서 자칫 무료한 것들은 덜어내고 편집한다. 행동, 표정과 같이 실체가 있어 꾸며낼 수 없는 것과 달리, 수요가 있는 소재에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직 낯설거나,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만 전달할 수 있는 것도 글의 큰 매력포인트라고 하고 싶다.


 무엇보다 글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독자가 글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제목을 읽고 본문 속에 담겨있는 나의 솔직함, 나의 콘텐츠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로, 우리는 글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는 순간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독자는 활자 속에 숨겨진 나의 메시지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 감정을 전하고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독자는 나의 글에서 찾아낸 감정의 조각들을 모아 다시 한번,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토록 완벽한 상호작용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나의 순간의 감정이 작품이 되고, 그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아 또 다른 작품이 탄생하는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한없이 흥미롭다.


 그러면서 또 한없이 외롭고 쓸쓸한 혼자의 과정이 글쓰기이다. 나는 주로 밤에 누워 아이폰 메모장에 오늘 하루의 감상들을 끊임없이 주절거린다. 이불의 촉감을 느끼며 힘들었던 하루의 감정을 글로 풀어내며 울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글을 적고 수정하면서, 겪어본 적 없는 나의 외로움에 당도하는 기분. 그 틈에서 소재라는 특별함을 발견해 낸다. 그것들을 모아 서론, 본론, 결론이 완벽한 한 편의 글로 만들어 내는 과정은 나에게 또 다른 성취감을 안겨준다.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작품 하나를 완성해 냈다는 뿌듯함은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일 것이다. 낯선 성취감과 뿌듯함을 마주하게 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의 존재에 대해 근거를 찾게 되는 기분이랄까? 외로우면서 뿌듯한, 역설적인 과정이 내가 글을 써내는 과정이다.


 다채롭다 해야 할까? 이중적이라 해야 할까?

글이라는 건 정의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글을 잘 쓰길 원하고, 잘 정돈된 글을 읽기 위해 끊임없이 검색을 하는 것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글로 소통하는 시대가 가고, 영상, 사진과 같은 시각적 요소로 소통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글은 고리타분하며 시간이 많이 드는, 효율적이지 못한 매체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나는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어 구조를 잡아주는 글이라는 매체가 한순간에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렇게 형체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매체 역시 글이 유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솔직히는 내가 좋아하는 글이라는 매체가 사라진다면 개인적으로 너무 슬플 것 같다. 나에게는 글을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많은 글을 써내려 갈 것이다. 나는 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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