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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조 Feb 17. 2019

자유의지는 없다 (1) - 선택이란 환상

[특별한 뇌과학 이야기 #3] 뇌과학으로 말해보는 자유의지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문제가 있다. 

아래에 있는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푸시오.


2 + 2 = ?


4 + 4 = ?


8 + 8 = ?


16 + 16 = ?


.

.

.


빠르게 12에서 5 사이에 있는 숫자를 고르시오.


 자유롭게 고른 숫자가 맞는가? 내 예측이 맞다면, 아마 당신이 생각한 숫자는 7일 것이다. 이 문제는 90%의 사람들이 같은 답을 생각한다고 인터넷에 알려져 있다. 만약 이 답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생각한 숫자는 8일 것이다.


다음 문제도 생각해보자.

다음과 같은 단어가 있다. 

이 단어에 있는 알파벳 중에서 하나를 생각해보시오.


생각했는가? 아마 당신이 생각한 글자는 O일 것이다.


자유의지

 우리는 우리가 내린 선택에 책임감을 느낀다. 미래에 영향을 줄 선택을 내린 존재로서, 원인을 제공한 데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임감의 이면에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1]


 그렇다면 이번에는 당신의 이상형을 물어보겠다. 다음 세 명의 여자 사진 중에서 본인에게 비교적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사람의 사진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면 된다. 준비되었는가?

[P1]

내 생각이 맞다면, 다수의 독자들이 고른 사람은 왼쪽에 있는 여성일 것이다.


 위 사진에서 세 명의 얼굴 중, 가운데 여성의 얼굴은 왼쪽 얼굴을 비율이 맞지 않게 수정해놓은 것이다. 왼쪽 여성과 오른쪽 여성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왼쪽 여성은 가운데 여성보다는 확실히 더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가운데 여성이 없을 때에 비해 이 상황에서 사람들의 선택은 왼쪽 여성으로 쏠리는데, 이 현상을 '미끼 효과(Decoy effect)'라 부른다. [2] 가운데 여성이 왼쪽 여성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미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내가 가운데 여성 사진을 놓았다는 이유만으로 왼쪽 여성을 고르게 된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을 한 것일까? 아니면 가운데 여성 사진을 놓은 내가 그 사람들의 선택을 조종한 것인가?


파손율을 80%나 낮춘 포장 방법
TV 포장처럼 보이는 자전거 포장 방법[P2]

 자전거 배송 중에 자전거가 파손되어 배송되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제조 회사 반무프(VanMoof)는 파손을 막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데, TV 그림을 박스에 그려 넣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통해 반무프는 배송 파손율을 80%나 낮추는 데에 성공한다. [3]


  이와 같이, "던지지 마시오!"라고 지시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품을 던지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넛지(Nudge)'라고 한다. [4]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행동 경향을 이용해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는 방법이다.


 평소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점심 특선 메뉴, 왠지 사면 이득일 것 같은 편의점 1+1 상품, 무의식적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마트 계산대 앞 군것질거리 등,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의 사례는 수없이 존재한다. 이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이 유도당한 경우에도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했다 말할 수 있을까?


치과의사(Dentist)가 된 데니스(Dennis), 변호사(Lawyer)가 된 로라(Laura)

 이름이 미래를 결정한다고 믿는가? 어쩌면 이는 사실일 수도 있다. 버펄로 대학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데니스(Dennis)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치과의사(Dentist)가 될 확률이 높았고, 로라(Laura) 혹은 로렌스(Lawrence)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변호사(Lawyer)가 될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5]


 반복되는 노출은 선호도를 높인다. [6] 실제로 2018년 가장 핫한 아이템 중 하나였던 애플의 '에어팟'도 출시 당시에는 많은 혹평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디자인이 익숙해지자 에어팟을 선호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이와 같이, 본인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비슷한 발음을 가진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한 것이다.


 물론 평균적인 수치일 뿐 예외가 많지만, 우리의 선택이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에 외부적인 요인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믿으나, 실제로는 의식할 겨를도 없이 언제나 주변의 영향을 받으며 하루를 살아간다. [7]


첫 문제를 되돌아보자

 첫 문제에서 7을 많이 고르게 되는 데에도 분명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유를 고르자면, 평소 우리의 생활 속에서 7이 굉장히 많이 언급되는 숫자라는 것이다. 럭키 세븐, 무지개의 7가지 색깔 등, 7은 우리가 상당히 자주 접할 수 있는 숫자이고 많은 사람들이 행운의 숫자로 7을 매우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12와 5 사이 숫자를 고르게 했을 때, 7을 고르게 되는 가설들 (빨강: 7을 고르는 이유, 파랑: 다른 숫자를 고르지 않는 이유)


EXXON 문제는 어떨까?

 사람은 대체적으로 양 끝에 있는 선택지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8] 그래서 E와 N을 고르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리고 사람은 모호한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9] 저 겹쳐져 있는 X는 두 개의 X인지, 하나의 기호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따라서, 사람들은 가장 확실하고 마음 편한 선택지인 O를 고른다 여겨진다.


선택이란 환상

 우리의 선택을 돌이켜보면 언제나 이유가 있다. 내가 어제 산 원피스는 항상 이맘쯤에 열리는 시즌 마감 세일 마케팅에 설득당해 산 것일 수도 있으며,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주변으로 받은 영향 때문에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모든 선택에 대해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과연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것은 존재할까?


 분명 자유로운 선택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찌보면 맥락에 맞춰 이루어지는 선택들을 '선택했다'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선택이 그저 환상일 뿐이라면,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아직 자유의지가 없다 말하기에 성급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지는 물리학적 논의와 뇌과학적 실험들은 선택과 자유의지가 그저 환상일 수도 있다는 확신을 준다. 다음 글에서는 자유의지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뒤흔든 물리학적 그리고 뇌과학적 사건들을 다루어보겠다.



[1] Vohs, K. D., & Schooler, J. W. (2008). The value of believing in free will: Encouraging a belief in determinism increases cheating. Psychological science19(1), 49-54.

[2] Huber, J., Payne, J. W., & Puto, C. (1982). Adding asymmetrically dominated alternatives: Violations of regularity and the similarity hypothesi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9(1), 90-98.

[3] 자전거 관련 인터넷 뉴스 사이트 'Bicycling' (https://www.bicycling.com/news/a20027122/vanmoof-tv-on-box-damaged-bikes/

[4] Thaler, R. H., & Sunstein, C. R. (2009). Nudge: Improving decisions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 Penguin.

[5] Pelham, B. W., Mirenberg, M. C., & Jones, J. T. (2002). Why Susie sells seashells by the seashore: implicit egotism and major life decisio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82(4), 469.

[6] Zajonc, R. B. (2001). Mere exposure: A gateway to the subliminal.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10(6), 224-228.

[7] Berger, J. (2016). Invisible influence: The hidden forces that shape behavior. Simon and Schuster.

[8] Mangione, T. W. (1995). Mail surveys: Improving the quality (Vol. 40). Sage.

[9] Ellsberg, D. (1961). Risk, ambiguity, and the Savage axioms.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643-669.


[P1] (왼쪽 사진) 저작권: Pixabay License (오른쪽 사진) 저작권: CC0

[P2] 출처: http://cycling.today/bicycle-company-prints-tv-on-boxes-to-reduce-damage-during-tran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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