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림 Jan 31. 2019

신고 있던 운동화가 더러워져-

선생님께 올리는 편지, 하나

선생님, 신고 있던 운동화가 더러워져 기분이나 내 볼까 하고 끈을 풀어 손빨래를 했습니다. 다른 색 끈으로 바꿔 매었더니 완전히 다른 신발처럼 느껴집니다. 때가 탄 운동화를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몸체는 세월의 때가 탔는데 끈은 새것이니 그것 참 어색하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피부 관리, 각종 기능성 화장품, 성형 시술과 수술, 헤어 관련한 광고도 넘쳐나지요. 몸과 마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본래 하나인데 몸, 그러니까 특별히 얼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얼굴은 40대인데 몸은 70대요, 마음은 100세여라. 제 운동화처럼 어색해 보입니다.


나이가 들어 주름이 깊어지고 등이 굽고 배가 나오고 목이 쳐지는 것은 상상해보니 그렇게 달갑지는 않습니다. '나이 듦'이라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고 거저 준다고 해도 받기 싫은 선물처럼 교육받았던 것일까요. 뒤로 숨겨 감추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실제는 무엇인지 알고 싶어집니다.


정정히 펴낸 허리 주변에 불필요한 군살은 없고 입가에는 온화한 미소가 번져있고 말을 하지 않아도 맑은 눈을 가진 백발 노인을 본 적이 있습니다. 참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기억합니다. 세월을 싸워야할 적으로 여기지 않고 친구처럼 지낸 다정한 얼굴이었습니다. '마땅히 싸워야할 대상'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들을 다시 꺼내 검토해보아야겠습니다. 헛된 싸움은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니까요.




글 / 올림

작가의 이전글 탄수화물 중독? 간헐적단식? 의 연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