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은 더 이상 산업 현장의 보조적 도구에 머물지 않고, 노동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은 사무·기획·분석·소통 등 기존에는 고도의 인지 노동으로 간주되던 영역에까지 기술적 개입을 확장시켰으며, 이에 따라 노동의 양보다 노동의 성격, 요구 역량, 가치 평가 기준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 보고서에서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1억 7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한편 9천 2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술 변화가 노동의 소멸이라기보다 대규모 재편의 성격을 지닌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같은 보고서는 기업의 절반가량이 AI에 대응하여 사업 모델을 재조정할 계획이며, 약 40%는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 영역에서 인력 감축을 예상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진단은 AI 시대의 핵심 문제가 단순한 실업의 증가에만 있지 않고, 어떤 노동이 유지되고 어떤 노동이 약화되며, 인간의 역할이 무엇으로 재정의되는가에 있음을 보여 준다. (World Economic Forum,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5.).
그러나 기술 낙관론이나 기술 비관론 어느 한쪽으로만 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국제노동기구는 생성형 AI가 직업 전체를 일괄적으로 대체한다기보다 다수의 직무를 ‘자동화’보다는 ‘증강’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면서도, 그 영향은 국가, 산업, 성별, 직무 유형에 따라 불균등하게 나타난다고 보았다. 특히 사무직과 같은 특정 직군은 높은 노출도를 가지며, 그 결과 노동시장 내 새로운 취약성과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OECD 역시 현재까지 OECD 국가들 전반에서 AI가 총고용 규모에 미친 부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고숙련·고소득 노동자에게 더 큰 임금 및 생산성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AI는 노동을 곧바로 제거하기보다 노동시장의 위계와 의미 체계를 재배열하고 있는 것이다.
(Pawel Gmyrek, Janine Berg, and David Bescond, Generative AI and Jobs: A Global Analysis of Potential Effects on Job Quantity and Quality, ILO Working Paper 96, 2023.).
이러한 변화는 노동을 단지 생계 유지의 수단으로만 이해해 온 근대적 관점을 넘어서는 질문을 제기한다. 근대 산업사회에서 노동은 생산, 임금, 사회적 인정, 자아실현을 연결하는 핵심 제도였다. 직업은 단순한 소득 획득의 통로가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과 도덕적 가치를 증명하는 장치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AI와 로봇 기술이 생산성과 효율의 상당 부분을 인간 외적 체계로 이전시키는 상황에서, 인간은 더 이상 ‘필수적인 노동 주체’로 이해되지 않을 가능성에 직면한다. 이 지점에서 문제는 단지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가”가 아니라, “노동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아닐 때 인간은 왜 일하는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물음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술 기업가들의 발언 속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일론 머스크는 2024년 Viva Technology 행사에서 AI와 로봇이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경우 “아마 우리 중 누구도 직업을 가지지 않게 될 것”이며, 그 상황에서 핵심 문제는 소득 자체보다 ‘의미’를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 전망은 다소 과장된 예측으로 보일 수 있으나, 노동이 인간 삶의 중심축이던 사회에서 노동 이후의 인간 정체성과 공동체 질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실제적 논의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동시에 이러한 논의는 기본소득 혹은 머스크가 말한 ‘보편적 고소득’과 같은 분배 모델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경제적 보상이 보장된다고 해서 인간의 존재 의미와 소명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분명히 드러낸다. (Euronews, 2024; World Economic Forum, 2025).
기독교 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상황은 더욱 중요한 도전을 제기한다. 왜냐하면 기독교 전통은 노동을 단지 경제 행위로만 이해하지 않고, 창조 질서 안에서의 청지기적 사명, 이웃 사랑의 실천,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의 소명이라는 틀 속에서 해석해 왔기 때문이다. 창세기 1–2장은 인간에게 세상을 다스리고 돌보는 책임을 부여하며, 노동은 타락 이전부터 주어진 창조적 참여의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창세기 3장은 노동 그 자체의 선함을 부정하기보다, 죄로 인해 노동의 조건이 고통과 수고 아래 왜곡되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성경적 관점은 노동을 절대화하는 근대적 노동 윤리와도, 노동을 오직 제거되어야 할 부담으로 보는 기술 결정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둔다.
따라서 본 연구는 AI 시대의 급격한 노동 재편 속에서 기독교 신앙이 노동을 어떻게 이해해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는 노동을 생존 수단이나 생산성의 함수로만 환원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 소명, 안식, 돌봄, 예배와의 관계 속에서 통합적으로 고찰하려 한다. 이를 통해 ‘노동 이후 사회’라는 가정 아래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기독교적 노동 이해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교회와 신앙공동체가 어떤 인간상과 삶의 질서를 제시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본 글이 제기하는 중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이 더 이상 인간 생존의 필수 조건이 아니게 되는 사회가 도래할 때, 인간은 무엇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와 존엄을 이해하게 되는가.
둘째, 기독교 신앙은 노동을 단지 경제적 생산 활동으로 보지 않고 어떤 신학적 의미망 속에서 해석해 왔는가.
셋째, 이러한 전통적 노동 이해는 AI 시대의 새로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수정·보완·재구성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미래 일자리의 수급 전망을 다루는 사회과학적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왜 일하는 존재인지, 노동이 인간됨의 본질인지 혹은 역사적·사회적 제도인지, 그리고 노동이 약화된 자리에서 놀이·안식·관계·예배와 같은 비생산적 영역이 어떤 새로운 중심성을 획득하는지에 관한 인간학적·신학적 문제이다. 그러므로 AI 시대의 노동 논의는 결국 인간 이해의 문제이며, 기독교 신학은 바로 그 지점에서 독자적인 해석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