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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Apr 10. 2020

"성실하게 슬퍼하기"

<밀라노 안개의 풍경>-스가 아쓰코-


그녀의 문체는 마치 눈 앞에 밀라노가 펼쳐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녀가 홀로 겪었을 1960년대의 이탈리아를 걷는 기분이 든다.

그와 함께한 주변의 사람들이 정겹다.

스가 아쓰코의 면밀한 관찰로 그들의 인생은 기록으로 다시 태어난다.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의 삶을 살아간 저자가 참으로 부럽다.


책의 내용 중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녀의 남편 이야기이다.

그는 이탈리아인인데, 갑작스레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커다란 슬픔의 내용이 책 이곳저곳에 매우 담담하게 묻어있다.

그녀의 친구인 가티는 남편을 잃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던 그녀에게 수면제를 먹을 게 아니라 상실의 시간을 인간답고 성실하게 슬퍼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인가 잃어버린 상실의 시간을 어떻게 성실하게 슬퍼해야 할까?

슬픔도 분명한 자신의 감정이고, 직면해야할, 혹은 직면하는 감정이다.

인간답고 성실하게 슬퍼하며 살자.

사실 지금까지 내가 잘 못해온 일이다.

슬픈 것은 피하기에 급급했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을 때도, 슬픈 감정 위에 난 괜찮다라는 속삭임과 꿋꿋해야지 라는 다짐을 수없이 쌓아올렸다. 성실하게 슬퍼했던 마지막 일은 어린 초등학생 시절,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가 마지막이었던 거 같다.

1주일 동안 눈물흘리며, 강아지가 죽은 것을 엄마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으로 돌렸었다.


이제 또 다가올 상실의 시간을 겁내지말자.

인간답고 성실하게 슬퍼하며 살자.


새로운 다짐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또 이렇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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