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삼대 욕구가 수면욕, 식욕, 성욕이라고 했던가. 내 경우에는 성욕 대신 쾌변욕을 넣어야 할 것만 같다. 상상해 보면 금방 수긍이 갈 것이다. 남녀가 살갗을 맞대려는데 긴장해서 뿡! 소리라도 나면 흐트러진 분위기는 어쩔 텐가. 그리고 아랫배가 가벼워야 더욱 성실하게 사랑 표현에도 정진할 수 있지 않을까.
왜 자꾸 똥똥거리냐고 물으신다면 꽃다운 학창 시절부터 만성 변비와 싸워온 냄새나는 세월을 읊어드리리다. 아기 때는 잘 먹고 자고 쌌다고 하던데 오히려 퇴행을 겪고 있는 걸까. 아침마다 모닝 똥을 싸고 문밖을 나서는 깃털 같은 기분은 모두에게 오는 행운이 아니다. 꿈꾸는 여행은 변비로 고생하지 않는 여행이고, 평안한 휴일의 시작은 자고로 모닝 똥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본인이다.
똥 때문에 울고 웃어보았던 동지들의 창가에 살며시 뻐꾸기를 날리고 싶다. 쾌변을 위해 외로운 전투를 치러야 하는 이들을 모아 실컷 떠드는 상상을 해본다. 카페 대신 유산균이 가득한 수제 그릭 요거트 전문점에서 만나는 게 좋겠다. 모이는 사람들의 나이나 사연이 얼마나 다양할까. 임산부, 수험생, 다이어터, 워커홀릭이 모두 모여 똥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쾌변 비법을 나누어보면 어떨지. 수위가 깊어지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중간에 스리슬쩍 도망가도 좋다는 규칙이 있어야겠다. 그래도 변기통 위에 앉아 혼자 끙끙거리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힘든 쿰쿰한 얘기들을 들어주는 대나무 숲을 꿈꾼다.
서점 아동 코너에 가면 온통 똥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 책을 붙들고 킥킥거리던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더 이상 똥 얘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대형 서점에 가도 ‘대장암에 좋은 음식’처럼 숙연해지는 제목의 책 말고는 찾지 못했다. 웃음을 잃어가는 어른일수록 오히려 똥 이야기가 다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인가. ‘변비 때문에 커피 말고 요거트 먹는다고 왜 말을 못 해! 바지 위로 삐죽 튀어나온 건 술배가 아니라 똥배라고 왜 말을 못 해!’하는 터프한 마음이다. 똥배를 움켜쥐고도 피식 웃을 수 있으면 일류 아닐까.
강아지가 몸을 뒤집고 누워 은밀한 부분까지 드러낸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내 그 당돌함에 홀려 다시 눈길이 간다. 성질이 급한 변비인으로서 먼저 배를 까고 뒹굴어보자는 심정으로 적는다. 똥이야기를 하며 킥킥대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는 동지들이 내 배때기를 보고 용기를 내면 좋겠다. 발가락이 짧은 사람, 쌍꺼풀이 있는 사람, 입술이 얇은 사람처럼 우리는 장이 예민한 사람들일 뿐이니까. 특별한 몸과 마음에 대해 얘기 나누고 찬찬히 돌보다 보면 스스로를 편하게 해주는 법을 조금 일찍 찾아낼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