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d Aug 20. 2022

부당함을 지적하는 태도

김훈 《하얼빈》을 읽고

어느 새부턴가 김훈 작가의 문장을 닮고 싶어 했다. 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만을 군더더기 없는 단어로 조합해 전하는 것. 나아가 대체로 감정보다 상황, 행동을 설명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춤에도 오히려 독자가 인물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는 "내가 쓴 문장이 뼈만 남았으면 좋겠다"는 본인의 소망을 실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가가 쓴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라니, 신간 소식을 듣자마자 강하게 이끌려 《하얼빈》을 구입했다.

 

안중근 의사는 '동양 평화를 저해하는 이토 암살'이라는 대의를 정한 뒤 오직 이에 따라 행동하고, 준비하고, 관계를 맺고, 옮겨 다녔다. 혈육, 의병, 천주교단, 일제 등 그와 관련된 모든 세계는 그를 가두거나 제어할 수 없었다. 이를 두고 '강한 의지'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작품 속 안중근 의사는 자신의 나약함과 싸워 이기는 경지를 넘어선 사람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숨을 쉬듯, 안중근 의사는 너무도 당연하게 하얼빈으로 향했다. 그렇게 만 30세의 나이에 일본 추밀원 의장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사살했다. 그리고 이듬해 그 또한 생을 마감했다.


작품에서 안중근 의사의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저격을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라고 썼는가 하면, 거사 하루 전, 처자식의 거취를 묻는 우덕순(거사에 함께한 의병 동료)의 질문에 대해서는 "내 처자식들은 처한 형편 속에서 살게 된다. 어렵지만,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썼다. 독자인 나로서는 이러한 감정의 공백을 어디까지나 나의 좁은 그릇을 바탕으로 추측해볼 수밖에 없었고, 한 장 한 장 넘기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 또한 드러나지 않은 주인공의 감정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대목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경외심으로 이어졌다.


시공을 초월해 부당함을 지적하는 태도는 늘 존재한다. 그중 어떤 태도는 단순한 돌발행동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어떤 태도는 권력에 눌린 도전으로 끝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또 어떤 태도는 그다음, 그다음 뒤를 잇는 지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나는 그 비결이 자기 생각과 행동에 대한 '확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믿음의 정도란 행동을 덧대 두텁게 만들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어진 확신 '전달력'라는 속성이 생다. 《하얼빈》 속 안중근 의사의 모든 말과 행동은 확신을 키우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안중근 의사가 서거한 후에도 친족과 동포뿐 아니라 타국에까지 전해져 항일운동의 방향성이 됐다.


나는 부당함에 맞서 강하게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인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쓸모없(어 보이)는 일로 기여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