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수현아 일어나! 출근해야 해. 나 첫날부터 잘리기 싫어"
6시 30분까지 농장으로 가야 하는데. 수현이는 자고 있다.
정 많은 친구 수현이는 게을렀다.
한 번은 비가 와서 수현이가 밖에 널어 놓은 빨래가 비에 다 젖었는데.
수현이는 그 빨래들을 널지 않고 바구니에 담아와서 마루에 5일 동안 나 둔적이 있다.
그리고 수현이가 옷을 갈아 입으려고 하니 옷에서 쉰내가 났다.
"아 왜 벌써부터 깨워. 내가 알아서 일어난다고!! 앞으로 깨우지 마!!"
수현이는 투덜투덜 걸리며 일어난다.
새벽에 아무도 없는 도로를 운전하며 수현이가 말한다.
"야 가면 열심히 하는 척 이라도 해. 아울리 잡이라고 대충하다가 처음부터 슈퍼바이저한테 찍히지 말고"
"그러다가 투다이 라스트 다이(today last day) 된다"
능력제가 아닌 시급제로 일을 시키다 보니 일을 열심히 안 하거나 못하면 자른다고 한다.
오늘 일하는 곳에 도착하니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중에는 득제형과 준형이 형 경옥이 누나도 있었다.
"득제형!! 저도 SSR 됐어요"
반가워하며 말했다
"종현이 왔냐?"
득제형도 담배를 피우며 웃으며 반겨주었다.
SSR은 딸기 모종을 키워서 다듬어서 파는 농장이다.
3~4월이면 딸기 모종을 다듬는 일을 능력제로 하는데
그때 300명 정도의 워홀러들이 온다고 한다.
(워홀러 : 호주 워킹홀리데이 하는 사람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으냐 하면 일도 쉽고 돈이 되니깐.
아무튼 10월부터 SSR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울리 잡으로
시급 21불을 받으면서 딸기 모종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딸기 모종 주변에 잡초를 제거해주는 일이다.
세상에 우리나라 돈으로 시간당 2만 원 받아가면서 하는 일이 잡초 뽑는 일이라니..
호주는 좋은 나라입니다.
SSR에는 대부분 한국사람이었다.
외국인 이라곤 몇 명 없었다.
네덜란드인, 일본인, 대만 이렇게 6명 정도 있었다.
슈퍼바이저는 호주인 '데이비'다.
40대 여자였는데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
호주에서는 여자에게 나이를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하이. 마이네임 이즈 벤자민. 아이 윌 비 하드 워커"
(안녕 내 이름은 벤자민이야 나는 열심히 일 할 거야)
데이비는 웃으며 반갑다고 인사했다.
"너도 SSR에서 일하냐?? 운 좋네"
태형이가 웃으며 말한다.
태형이는 축구를 하다가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다.
부산에서 온 태형이는 처음엔 골드코스트에서 한인업체에서 시급 10불 받으며 막일하다가
스탠소프에 와서 SSR농장에서 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년에 호주 슈퍼바이저들이랑 친하게 지내서 트랙터 운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트랙터 운전은 나름 워커들 사이에서 권위 있는 역할이었다.
태형이는 술 마시는 거 좋아하고 인생을 즐기는 친구였다.
일 하기 싫은 날이면 출근도 안 했다.
"여기가 우리가 일하는 농장이야? 딸기가 없는데?"
수현이에게 물었다.
"야 인마. SSR이 이런 곳이 몇십 군데야. 여기는 딸기 모종 심은지 별로 안돼서 그래"
" SSR이 호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농장이야"
"거짓말 같지? 나 스탠소프 실화꾼이야"
"너 여기서 일하는 걸 감사하게 여겨라. 그리고 나한테도 고마워해라."
SSR은 자기 덕분에 일 할 수 있게 됐고 그 돈으로 유럽여행도 갈 수 있었다며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자기한테 고마워하라고 말한다.
아마 수현이는 내 관 뚜껑 닫힐 때까지 그 말을 할 것 같다.
데이비가 영어로 뭐라고 말한다.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태형아 데이비가 뭐래?"
한국사람들이랑 일하면 좋은 점이 굳이 영어를 안 해도 되는 거다.
태형이가 대충 이야기를 듣고 한국인 워커들에게 말한다
"오늘은 여기 끝내야 한데요.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래요"
일은 간단했다.
딸기 모종이 자라 곳 주변에 잡초를 제거해서 딸기 모종이 잘 자라면 된다.
아침에 수현이가 열심히 하는 척이라도 하라고 해서 그런지 열심히 했다.
기어가면서 잡초 뽑으며 열심히 하다가 뒤돌아 보니 나 혼자 열심히 하고 있다
태형이가 나를 보더니 너무 눈에 띄게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한다.
"종현아 너무 열심히 안 해도 된다"
"중간만 가라. 네가 너무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들 눈치 보이잖아"
가만 생각해보니 능력제도 아닌 시급제 일을 목숨 걸고 할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열심히 안 하니깐 준형이 형이 웃으며 말한다.
"어? 종현아. 너 컨츄렉처럼 일한다며 어떻게 된 거야?"
수현이가 투덜거리며 말한다
"저 새끼 첫 날부터 빠졌구먼 너 그러다가 투다이 라스트 다이(today last day) 된다"
오후 6시 30분에 출근해서 3시에 일이 끝났다.
호주는 좋았던 게 뭐냐 하면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일을 시작하고 끝냈다.
혹시나 10분 이라도 더 일 하면 10분만큼 돈을 더 줬다.
그리고 SSR농장은 비가 오면 일하는 걸 멈추고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와 시.... 존.... 살기 좋은 나라구나.'
일이 끝나고 데이비는 워커들을 모아 놓고 내일은 어디서 일할 건지 말했다.
그리고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적힌 종이에 사인을 했다.
데이비가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왓 유얼 네임?"
"마이 네임 이즈 벤자민"
데이비가 못 알아 들었다
"쏘리?"
"벤 자 민"
"오케이"
명단에 내 이름을 확인해보니 '베니'로 적혀 있었다.
....
내 이름은 '벤자민'이지만 외국 친구들 '벤'이라고 많이 불렀다.
베니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어서 아무 말 안 했다.
나이 26살에 워킹홀리데이 오면 나이가 많은 측에 들 줄 알았는데
내 또래들이 많았고 30대도 많았다.
20대 초반에 오는 친구들은 보통 대학을 휴학하고 외국에서 한 번 살아보려고 경험 삼아 오는 친구들이 많았다.
20대 후반은 나처럼 경험 그리고 돈 아니면 정말 한국 사회생활에 지쳐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취업, 돈, 결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았다.
남의 시선 신경 안 쓰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는 사람들이었다.
얼마나 멋진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산다는 게
스탠소프는 한국 위홀러들이 많았다.
그래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도 있었고 한인마트도 있었다.
그래서 영어 못해도 사는 건 불편하지 않았다.
한 번은 호주 피자집에 가서 피자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주문한 피자가 나왔다.
피자 포장 박스에 한국말로 '안녕'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이 곳 사람들은 많은 한국인들과 교류하다 보니 우리에게 좋은 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 곳 스탠소프는 고산지대라서 구름과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말과 사진으로는 다 설명 못하지만. 마치 머리 위에 구름이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살면서도 이런 구름들을 볼 수 있을까?.
이렇게 살기 좋은 동네에 좋은 직장도 구했고 좋은 동생 친구들도 알게 되었고
세컨비자 받을 때까지 아무 걱정 안 하고 살아도 된다.
정말 나는 운이 좋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친구 진만이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진만이는 부산에서 온 동갑내기 친구이다.
진만이 착하고 속 깊은 친구였다.
쉬는 날이라 자려고 침대에 누웠었다.
"종현아 뭐하냐?"
진만이가 내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쳐다본다.
"응? 자려고"
"우리 브리즈번 놀러 가자. 카지노 가자"
"카지노????"
천종현은 카지노에서 인생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