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투다이 이즈 라스트 다이(today is last day)"
(수현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슈퍼바이저 데이비가 수현이를 잘랐다.
수현이는 농담으론 나에게 하던 말이 있었다.
"너 일 그렇게 하다가 투다이 이즈 라스트 다이 된다 열심히 해 인마"
"너도 내가 볼 땐 너도 조만간이다 베니~ 투다이 이즈 라스트 다이~"
"베니~ 투다이 이즈 라스트 다이"
"베니~투다이 이즈 라스트 다이...."
그 말을 나에게 하던 수현이가 잘렸다
사람은 정말 말 조심해야 하나 보다.
그리고 득제형과 경옥이 누나도 잘렸다.
데이비는 3명이 일 못 한다고 잘랐다고 말했지만 3명은 일을 잘 했었다.
사람들이 잘린 이유의 배경은 이렇다.
수현이랑 득제형 그리고 경옥이누나랑 친했던 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이 일하다가 허리를 다쳤었다.
허리 다치고 며칠 후 주말에 축구를 한 걸 보니 심하게 다치진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동생은 일하다가 다친걸 이용해서 '워크커버'를 신청했었다.
'워크커버'가 뭐냐 하면 간단하게 말해서 일하다가 다치면 병원비랑 월급의 70%를 노동자에게 줘야 한다.
아무튼 '워크커버'에는 증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 동생과 같이 사는 득제형과 경옥이 누나가 증인을 해줬고
정 많고 의리의 사나이 수현이가 증인으로 나서다가 SSR에서 괘심 하다고 생각했는지 3명을 잘라버렸다.
이런 걸 보면 한국이나 호주나 노동자한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현이가 걱정됐다
"수현아 괜찮아??"
수현이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서 있었다.
득제형은 데이비에게 다가가서 따진다.
"나는 열심히 일했는데. 왜 자르느냐? 왜!"
그리고 두손으로 멋지게 Fxxk you를 날렸다.
경옥이 누나도 짜증이 났는지 득제형에게 그만 집에 가자며 차에 타라고 한다.
데이비도 표정이 안 좋다
데이비도 회사에서 자르라고 해서 잘랐을 텐데. 데이비 마음도 편하지 않아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수현이가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
그 당시 나는 승현이가 다른 곳에 집을 렌트해서 그 곳에서 살고 있었다.
왜냐하면 수현이가 집 청소도 안 하고 설거지도 안 하니 같이 사는 쉐어생들도 불편해했고
나도 그 당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아무튼 그 당시 수현이랑 물과 기름 같은 사이였지만 친구 수현이가 걱정되었다.
"수현아 괜찮아???"
수현이는 마당에 있는 의자 앉아서 데이비 욕을 퍼붓고 있었다.
"데이비 썅 x 내가 그 x 시 x #@$#$@$"
마침 승현이가 집에 왔었다.
"형이 왜 잘려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런 건 SSR 사무실에 따지러 가요"
승현이는 영어를 잘했다.
그러다 보니 승현이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부탁을 많이 받았다.
한 번은 승현이에게 물어 본 적 있다.
"승현아 너는 사람들이 너한테 해주는 것도 없는데. 이런 저런 부탁을 왜 다 들어줘? 안 귀찮아??"
이야기를 듣자 승현이가 웃으며 말한다.
"음. 힘든 일도 아니고 제가 그 부탁 들어준다고 해서 제가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승현이는 그릇자체가 큰 아이였다.
나보다 어린 동생이었지만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동생이었다.
승현이와 수현이는 자동차를 타고 SSR 사무실로 갔고 나는 득제형 집으로 갔다.
"형 괜찮아요??"
"난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이번에 일이 잘 풀리나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네.."
"형 조만간 다른 도시로 떠날 거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형 괜찮아 인마"
득제형은 멘탈이 강한 사람이었다.
득제형이 자동차로 우리 집까지 바래다줬다.
"종현아 다음에 또 보자"
착했던 득제형이 그렇게 잘리니 마음이 무거웠다.
이번 일로 통해서 워킹홀리데이라는 게 운이 정말 중요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살아남고 잘 될 수 있었던 건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운칠기삼
한 편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친구가 있는데. 걔는 시드니에서 오지주방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고
(오지 : 호주인 / 오지잡 : 호주인 운영하는 곳에서 일하는 것, 오지잡 같은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시급이 18~20불이다)
남은 6개월 동안 퍼스에 감자농장에서 일하며 세컨비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2층 침대에서 자다가 떨어져서 손목이 부러졌단다.
그래서 얼마 전 한국으로 갔다.
인생이란 게 정말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
나도 이제 워킹홀리데이 5개월 차에 접어 들었다.
처음엔 호주 와서 편의점에서 담배 샀을 때
"아이 니드 시가렛 말보루 라이트"라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깡패였나 생각이 든다.
'can i get~'(나에게 ~ 줄 수 있어?) 도 몰랐는데...
SSR에서 처음 일했을 때 시급 21불 받는다고 좋아했지만
잡초 뽑는 일 자체가 지루하다 보니 농장이 싫었다.
시간당 돈 21불 벌어도 빨리 일이 끝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지루하고 재미없던 농장 생활도 이제 익숙해지니.
여유로움을 즐기며 보내고 있다.
4월 중순쯤이면 이곳 스탠소프도 시즌이 끝나서 지역 이동을 해야 한다.
처음엔 시드니 갈려고 생각했었는데.
시드니에서 살면 뭔가 인생이 팍팍 해질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요즘은 생각이 바뀌어서 케언즈라는 휴양지가 있는 곳으로 가서
리조트랑 식당에서 일하면서 비벼 볼까 생각 중이다.
문제는 영어다.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데.. 도통 나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참 나도 문제다.
'사람은... 안 변해'
한국에 있을 때 사회 생활할 때 뭐 만 하면 스트레스였는데.
호주에서 딱히 그런 적이 드물었다
호주도 사장님이 오면 워홀러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척 하라고 눈치 준다.
상사 눈치를 본다거나. 등등 한국이나 호주나 다 똑같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고방식이라던지 문화 차이는 존재하는 거 같다.
한마디로 여유롭다.
처음엔 나도 답답했는데. 적응이 되는 듯하다.
우리 집에 인터넷 달아준다고 2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안 달아준다.
미친놈들
이런 건 좀 화가 나는데. 괜찮다.
여긴 호주닌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