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nny Sep 30. 2015

SSR러너 시작 그리고 먹고 살기 힘들다

"아 일하기 싫어. 집에 가고 싶다"


SSR에서 같이 일하는 진향이가 일하기 싫다며 투덜 거 린다.


"진향아 돈 벌어야지 엄마 보러 가야지"


진향이는 워홀 2년 차이다.


처음에 호주 온 이유가 돈 벌려고 왔었는데.


돈은 못 모으고 고생은 고생대로 해서 집에 갈려고 했는데


비행기 값이 없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 모았냐고 물어보니. 4000불도 안된다고 한다.


의아해서 물어봤다


"넌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는데. 왜 못 모았니?"


진향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


"대마 하니??"


호주 온지 6개월 동안 머리를 한 번도 자르지 않으니 장발이 되어버렸다


지루하고 재미없던 칩핑이 드디어 끝났다 (칩핑 : 잡초뽑기)


칩핑팀 호주 슈퍼바이저 데이비를 헝가래 해주고


고맙다고 말하니 데이비가 울먹 거 린다.


데이비는 한국인 워커들 사이에서는 가끔씩  짜증 나는 존재였지만

그래도 호주 기념일이나 크리스마스에 워커들에게 선물을 주거나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나눠 먹었다.


우리가 정이 없었다.


 데이비는 정이 많고 착했다.


칩핑 막바지쯤 데이비가 준비한 음식으로 워커들이랑 점심을 먹으며 사진도 찍고 그랬다

그리고 얼마 전 나의 생일이었다.


나는 생일 같은 건 안 챙겨서 넘어 가는 편인데.


생일날 대만인 친구 다미집에 놀러 갔다가 다미와 처음 보는 친구들이 나의 생일이라며 피자도 만들어주고 케이크도 만들어 주었다.


내가 다미에게 특별히 잘 해준 적도 없는데. 친구라며 내가 재밌다며 이렇게 나를 챙겨주니 정말 고마웠다.


이제 이곳 스탠소프도 시즌 막바지다.


스탠소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러너'가 있는데.


'러너'가 뭐냐 하면 쉽게 말해서 딸기 모종을 키워서 다 큰 딸기 모종을 다듬어서 분류하는 일을 말한다. 총 4~6주간 일을 한다


딸기 모종 25개에 한 묶음 총 4묶음(1 트레이)을 만들어야지 6불을  벌 수 있는 능력제다


작년 탑은 하루에 60 트레이를 했다고 한다.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360불, 우리나라 돈으로 36만 원


일주일에 2000불, 200만 원 버는 셈이다.


건물 안에서 하는 일이고 쉬운 일이라고 생각 하지만 능력제다 보니 작년에 일했던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한다.


나는 러너가 시작하기 전부터 모종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잡초 뽑는 일을 해서 쉽게 들어갈 수 있었고 우리 팀은 다른 사람들 보다 일주일 늦게 합류했다.


아침에 농장에 도착하니 한국, 대만, 유럽 사람들이 많이 왔다.


약 200명은 넘는다고 한다




작년에 일 했던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자리!


X Y Z 3개의 라인이 있고 각  라인마다 한 테이블에 AB CD 총 4명의 자리가 있다.


AB 자리는 좋고 CD자리는 안 좋다.


왜냐하면 테이블 위로 딸기 모종이 한가득 들어있는 드럼통이 지나가면서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드럼통을 쳐야지 딸기 모종이 테이블 위로 쏟아진다.


드럼통이 AB를 시작으로 CD를 끝으로 지나가는데


AB에 있는 사람들이 드럼통을 마구 쳐대니 CD는 AB만큼 딸기 모종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일주일 전부터 일했던 사람들부터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러너 최고책임자 스티븐이 우리 칩핑팀은 입구 바로 앞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대기 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보트에 탄 미군 심정이었다.





긴장된다.


스티븐이 건물 입구에서 웃으며 말했다.


"투 피폴 컴온!!!"(두 사람 들어와)


'갈까 말까? 왠지 불안한데? 아 느낌이 안 좋은데."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제일 문 앞쪽에서 대기 하고 있던 나와 상욱이가 어쩌다 보니 먼저 들어갔다.


스티븐이 "히얼" 거리 더니 CD 맨 끝자리에  배치해줬다.


시 X 망했다



멘탈이  붕괴되었지만 일단 돈은 벌어야 하니


테이블 위로 수많은 딸기 모종을 보며 일단 손을 빨리 움직였다.


내 옆자리는  칩핑팀에서부터 같이 일했던 부산에서 온 '상욱'이었는데 싹싹하고 좋은 동생 이었다


상욱이는 작년에도 러너를 했던 경험자였다.


CD 맨 끝자리로  배치받은 상욱이가 안 좋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행님 우리 망했어요"


상욱이는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슈퍼바이저 안 보는 사이에 다른 라인으로 무단으로  자리 이동했지만 걸려서 결국 1시간  퇴장당했다.


암튼 진짜 오늘 10 트레이 못하면 죽는다 생각으로 10시간 동안 미친 듯이 했다.


점심도 되기 전에 내 몸이 퍼졌다.


런치 시간에 담배 피우며 넋 놓고 있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지루 했던 잡초뽑기가 정말 좋은 일이었구나"


"러너 하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데이비가 칩핑팀에서 일주일 더 일할수 있는걸 고맙게 생각하라는 게 이런 거였나?"


"아 그냥 일 하지 말고 한 달 동안 집에서 영어 공부하고 지역 이동할까..."


"그게 내 인생에 이득 아닐까?"


첫째 날 총 15 트레이 했다. 하루에 30 트레이는 해야지. 주에 100만 원 버는데...


목숨 걸고 해도 15 트레이 라니.





둘째 날


농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동갑내기 친구 진향이에게 말했다


"진향아. 나 오늘 20 트레이 못하면 죽을 거야."


진향이는 웃으며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그러면 너 오늘 죽어. 죽기 전에 딸기 모종은 주고 가렴"


진향이는 작년에 처음 일했을 때 첫날에 3 트레이 했다고 한다.


진향이는 그래도 경험자라 그런지 올해 첫날에 30개 넘게 했다.


일이 시작됐고 CD 맨  끝자리라서 딸기 모종이 끊기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때마다 나는 소리 질렀다


"슈퍼바이저!!!" "슈퍼바이저!!!!" 아아!! 아아아!!!!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근데 이렇게 해야지 슈퍼바이저가 딸기 모종을 따로 챙겨서 테이블로 갖다 준다.


작년 경험자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러너로 돈을 벌려면 얼굴에 철판 깔아야 합니다. 개 XX가 되어야 합니다"


총 20 트레이 했다.


개수가 올라가긴 하는데. 힘들다.


셋째 날


'나 오늘 25개 못하면 죽는다'


아침부터 목숨 걸고 했다.


내가 이상한 게 동작이랑 손은 정말 빠른데 그만큼 개수가 안 나온다.


폼은 탑인데. 실력은 초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쓸 때 없는 동작으로 너무 많이 하는 거 같다.


친구들이 내가 일하는 모습 보면 하루에 60 트레이 하는 사람 같다고 한다


옆에 있던 상욱이는 나보다 동작은 느려도 하루에 40개씩 하고 그랬다.


상욱이가 조언을 해준다.


"행님. 손이 빠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눈으로 잘 보고 잘  캐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행님은 모종을  분류할 때 너무 좋은 것만 깔끔하게 합니다"


"좋은 것만 하면 농장에선 좋아하겠지만. 돈 벌려면 아무거나 마구 집어 넣어야 합니다"


"우리가 깨끗하게 한다고 해서 농장에서 알아주고 그런 거 아닙니다"


상욱이 말이 맞다.


사람이 양심적으로 살아야 하는 건 맞겠지만.. 융통성 있게 살아야 한다.


작년에 일 못했던 진향이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양심적으로 일 안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셋째 날 목숨 걸고 일한 결과 27개 정도 한 거 같다.


집에 오니 배도 안 고프고 힘이 빠진다 손목이 아파서 파스 붙였다.


"어떻게 30개를 하지."


4일째.


하루 쉬고 일하였더니 시작부터 몸이 무겁다.


"오늘 30개 해야 하는데.."


내 옆자리였던 상욱이는 다른 라인으로 가버리고 이제 대만애들 3명이랑 일하게 되었다.


러너가 또 끊긴다


이제 소리 지르지도 못하겠다.


슈퍼바이저들도 많이 바빠 보인다.


이제 그러려니... 하려고 하는데..


우리 테이블에 떨어져야 할 드럼통을 바로 옆에 테이블 사람들이 쳐서 떨어 트린다..


그 모습을 보고 "헤이.. 헤이.. 히얼 히얼"


말하니 대만여자애가 미안하다고 말한다.


또 우리 테이블에 떨어져야 할 드럼통을 바로 옆에 테이블 사람들이 쳐서 떨어 트렸다


"헤이. 헤이 헤이!!! 헤이!!!"


대만여자애가 미안하다고 말한다.


호주가 만약 총기가 소지가 되는 나라였다면  권총을 가지고 다녔을 것 같다.


슈퍼바이저가 드럼통을 못 치게 이제는 지켜본다.


슈퍼바이저한테 "이거 우리 테이블거 맞지?"


"YES"


또 우리 테이블에 떨어져야 할 드럼통을 바로 옆에 테이블 사람들이 쳐서 떨어 트린다..


"야!!!!!!!!! 인마!!!!!!!!!!!!!!!!!!!!!!!"


대만 여자애가 미안한 표정 짓으며 사과한다


"쏘리."


솔직히 내가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쁜 놈도 아닌데.


옆 테이블에 대만여자애가 나의 폭력성을 일 깨워주는 거 같다.


암튼 화가 난 표정으로 일하다가 일 끝나고 가서


오늘 소리쳐서 미안했어라고 말하니


대만여자애 두 명이 통성명하면서


한국말로 "괜찮아."하며 웃는다.


확실히 대체적으로 대만애들이 착하긴 착한 거 같다.


한국사람들 끼리 싸웠으면 칼바람 불었을 거 같은데.


아.


암튼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기 싫은데. 돈이 뭔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거 같다.


몇 주 안 되는 러너 기간 동안 돈 많이 벌어야 할 텐데..


먹고살기 힘들다.

매거진의 이전글 워킹홀리데이는 운칠기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