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스티브.. 인생.... 망해라.."
맥캐이라는 중소도시
여기에 온지도 10일이나 지났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청소
새벽 3시에 일어나 차를 타고 시내로 가서 술집과 마트를 청소한다.
술집 2군데와 큰 마트 청소를 하면 오전 10시쯤 일이 끝난다.
시급 17불에 하루 6시 30분 일하고 쉬는 날 없이 주 7일을 일한다.
주급 773불.
많은 건 아니지만. 나쁜 편은 아니다.
..........
나는 호주 와서 혼자 밥 먹고 쉬는 거 좋아하고 사람들이랑 친해지려고 노력은 안 했다.
'그냥 지내다 보면 맞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친해진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득제형은 농장에 있을 때부터 나를 지켜봤다고 하는데 그러지 말라고 한다.
사람들이랑 대화도 하고 먼저 다가가고 같이 밥 먹고 그러라고 조언해주었다.
"나는 난데요?"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득제형이 나한테 관심을 가져다 주고 날 생각해서 조언해주신 말씀이고 틀린 말도 아니니 고치려고 하는 중인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보스인 조형은 영주권자다
내 나이때 호주에 와서 학교 다니며 청소일을 했었는데 적성에 맞아서 이쪽 일을 쭉 해서 영주권도 얻었다고 한다.
조형도 좋은 성품을 가진 좋은 형인 것 같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미드에서나 봤었던 좋은 집이다.
약 60평 되는 집에 주 120불에 각방 쓰며 6명이 살고 있는데.
농장에 생활할 때 살던 집이랑 비교해보면 정말 좋은 컨디션이다.
청소 일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닌 거 같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청소를 많이 해봐서 일을 쉽게 생각했다.
청소 일을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정말 꼼꼼하게 해야 하고 제시간에 끝내야 하니 힘들었다.
나랑 팀으로 해서 같이 일하는 규형이 있는데 그 형도 호주 온지 5년 되었고 영주권자다.
꼼꼼하게 하려고 하니 빨리하라고 재촉하고
빨리하니 꼼꼼하게 못해서 꼼꼼하게 하라고 하고.
지금 여기가 한국인가 싶었다
솔직히 내가 일을 능률적으로 잘하는 사람이라면 잘했겠지만
나 같은 경우 그러진 못한 편이라 잔소리 들으니 스트레스 받는다
어제는 그래도 이제 일도 적응되고 괜찮은가 싶었는데
조형과 와이프인 누나가 마트에서 내가 청소 한 곳이 디테일하게 안 되어있다고 더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일하면 같이 일 못한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꼼꼼하게 하려고 하니 규형이 빨리 하라고 재촉한다.
...........
스트레스 받는다..
나는 일을 좀 진득하게 못하는 편인데. 그래도 득제형 소개받고 온 일이라 그만두지도 못하겠고 지금 여기 아니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생각도 든다.
농장에서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 진향이가 예전에 나한테 그런 말을 한적이 있다.
진향이는 2년 동안 이곳저곳 떠돌면서 농장 일은 했지만 많은 돈은 못 모았다.
오죽했으면 한국 가고 싶었는데 비행기 값이 없어서 이곳저곳 떠돌게 되었다고 한다.
"종현아 스탠소프 좋은 동네야. 괜히 지역 이동하지 말고 돈 모으려면 여기 있어"
진향이 말고도 다른 형 누나들도 그런 말을 했었다.
나는 그 당시 농장일도 지겹고 지역 이동하며 다른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사람들 이야기에 새겨 듣긴 들었지만. 도전해보고 싶어서 지역 이동하게 되었다
..........
스탠소프 그곳은 좋은 농장이었습니다.
계속 이런 생각만 머릿속에 있으니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어제 한국에서 같이 일하던 형이랑 통화를 했는데 이제 가게가 점점 늘어나서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경력도 있으니 돈 많이 준다고 한 국 오라고 한다.
얼추 계산기 뚜드려 보니. 한국에서 돈 벌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유럽여행 갔다가 한국 들어가서 자리도 잡는 거야
한국 가자.. 한국 가는 거야.."
그래... 나는 지금 행복해야 돼... 나는 지금 행복해야 돼"
호주 처음 왔을 때 '출사표'랑은 다르게 '사직서'를 쓸려고 자기합리화하고 있었다.
득제형에게 나의 상태를 이야기를 하니 좋은 말씀해주셨다
"종현아 여기서 포기하면 안돼. 형이 지금 너 그런 생각하는 줄 알아"
"처음엔 다 힘들어 이게 나랑 맞나? 생각도 들고 나도 겪었어"
"여기서 포기하면 다른데 가서도 힘들면 쉽게 포기하고 그래 아무것도 못해"
가만 생각해보니 정말 내가 여기서 포기한다면 지금 내가 성장하지 못하고 무슨 일이든 쉽게 포기할 것 같다.
내 인생 가치관이 "내가 하고 싶은 일하자. 행복하자.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일을 하자"인데..
이런 일도 하면서 인내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도 내 인생에 성장의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 쉽게 포기하지 말자..
돈 많이 벌어서 엄마 보러 갈 거야.
엄마....
맥카이도 중소도시에 속하지만 차가 없으면 이동이 매우 불편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라고 15분 거리에 마트랑 맥도널드 밖에 없다...
시드니처럼 대중교통이 좋은 것도 아니고 놀거리도 없어서 아침에 퇴근해서 집에만 있고 가끔 장 보러 가고 그런다.
......
작심삼일이라고 했던가?.
호주 생활이 재미없다...
일 이야기로 넘어가면 한인보스 밑에서 일하니 눈치 보인다.
조형이랑 누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아무래도 같은 한국사람이고 사장이다 보니 눈치가 보였다.
"종현아 마트 청소할 땐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해줘야 해"
"네."
"종현아 밀대질을 할땐 물기를 정말 꽉꽉 짜 줘야 해"
"네."
"종현아 내일 마트에 청소상태 점검하는데 디테일 다 잡아"
"네."
........
호주 사람들이랑 6개월 동안 일하다가 한국사람이랑 일하니 죽을 맛이다.
농장에서 일할 땐 그냥 잡초 뽑고 딸기만 따면 됐는데.....
여유로웠던 농장 생활을 하다가 오니 죽을 맛이다.
심심하고 지루했다고 생각했던 농장 생활이 그립다.
스탠소프 좋은 곳입니다.
환율은 830원...
호주오기 7개월 940원 하던 환율은 100원이나 떨어졌다.
750원이 목표 라던데...더 내려 가겠지.
가만 생각해보니 돈 벌러 호주 왔는데. 계산기 얼추 뚜드려 보니
세상 뭐 같다. 정말 열심히 살아봐야 4만 불 모을 텐데
환전하면 3300만 원 밖에 안된다.
내가 한국에서 이렇게 정말 열심히 살면 직급도 올라가고 얼추 비슷하게 돈을 모을 수 있을 거 같다..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 경험이야. 이 정도면 충분하다. 호주 와서 느껴보니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고."
"돈이야 한국에서 이렇게 열심히 살면 충분히 모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지금 안 행복해"
근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성공했다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정말.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아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순간을 이겨내야지 내가 성장할 수 있나 생각도 든다
이런 이야기를 예전 사수였던 형한테 얘기하니 "인생 이란 게 그런 게 아니겠나?"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암튼 고민을 2주 정도 했던 거 같다.
이런 고민을 할땐 나만의 기준이 있다
"후회하지 않겠나?"
4년이라는 시간을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으로 둔갑한 애가 있었다.
그 애는 매년 매일 계획만 세우고 실천하지 않았다.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10일을 못 넘기고 집에서 인터넷을 하거나 친구들 만나며 놀았다.
9월쯤 되어서 '아 올해는 안 되겠다. 돈을 벌어서 내년에 다시 준비하자"
그리고 그 애는 알바해서 번 돈으로 다시 수험준비를 했다.
그 애는 매년 똑같은 짓을 반복하며 후회했지만
그 애는 매년 반복하며 살았다.
그 애가 그 짓을 4년째 하던 날 무언가를 깨달았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는 안전선에서 벗어났다.
그 애는 그 안전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안전선에 벗어날 때 두려웠다.
"내가 나중에 대학 못 간걸 후회하지 않을까?? 미련 남지 않을까??"
사회로 나가는 그날 아침까지 그 애는 고민했다.
그러나 막상 나와보니
"아 대학에 안 가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흘러서 그애가 과거를 생각해보니
미치도록 공부를 했더라면... 미치도록 놀기라도 했으면..
뭐라도 하나 붙잡고 했으면 후회가 없을 텐데.
4년이라는 시간을 이도 저도 아니게 허송세월 보낸 거에 후회를 하였다..
그리고 그 애는 인생이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
앞으로 후회하면서 살지 말자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암튼 고민 끝에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까진 아니지만 이제 한국 가면 호주는 다시 못 올 텐데.
후회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후회하진 않을 건 같다.
득제형에게 이야기했더니 니 인생은 네가 결정하는 거라며 눈치 보지 말라고 하셨다.
득제형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득제형과 경옥이 누나한테 미안했다.
득제형이 좋은 동생이라며 소개하여줬는데.. 이렇게 일을 그만두니... 정말 미안했다..
김어준이 이런 말을 했다.
나도 잘 다니던 직장 다니다가 호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해외도 나가고 싶고 어떤 곳인지 살아보고 싶었다.
근데 막상 나가자니.. 잘 다니던 직장 나가기도 그렇고
호주 간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안전빵은 아니었다.
그 당시 정말 고민했었다.
김어준이라는 사람을 글을 읽고 결정했었다.
그래 당장 하자.
그 후...
7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호주에 처음 왔을 때 목표가 2개였다
경험과 돈
경험은 만족한다
농장에서 일도 해보고 청소잡이지만 도시에서도 일해보고
외국 친구들도 사귀고 해외에서도 생활해보고 여행도 했다.
돈은 총 2만 불 벌었고 저금한 돈은 만불 정도 된다.
호주가 돈 벌기는 쉬운 나라인데 저금하기가 어려운 거 같다.
나 같은 경우 집세 120불+생활비 80불+담배값 80불 정도 쓰니 주에 250불은 쓴 거 같다
솔직히 나 같은 경우 기간 대비 많은 돈을 모은 편에 속하지만
목표였던 2년 동안 4만 불은 실패
지금은 정말 돈 벌러 호주 왔다가 돈 벌고 여행하는 워홀러가 되어 버렸다.
내 목표 중에 하나인 '돈'은 모으진 못했지만 지금 와서 느끼는 거지만 위에 김어준의 말 중에 이 말이 가장 와 닿는다
한국에서 준비기간 포함해서 1년이라는 시간을 워킹홀리데이에 투자했다.
목표였던 돈은 모으진 못했지만 경험은 했으니 작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조형과 누나 그리고 득제형과 경옥이 누나와 같이 살던 도운이 와 세형이 형과 이별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잘해줬는데.
내가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니. 너무 미안했다.
득제형은 맥캐이 공항까지 바래다주었다.
"형... 누나... 고마워요.."
맥캐이를 떠나 시드니에서 백팩커에 머물면서 2박 3일 동안 여행했다.
글을 쓰며 지금 드는 생각이 그때 내가 시드니에서 2박 3일 동안 여행했을 때.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타인의 의해서 움직이도 않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구경하러 가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그랬다.
정말 행복했던 거 같다. 그때를 기억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시드니의 중심지는 서울느낌이 났지만 외곽 쪽으론 볼만했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난 후..
'그때 후회 안 한다고 했지만 호주를 떠난 게 후회하지 않아?'
나 자신에게 묻는다
'후회한다'
솔직히 말해서 맥캐이라는 도시에 청소일은 나에게 힘든 일이라서 후회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농장에서의 생활.
그 당시 나에게 지루하고... 재미없던 농장 생활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 한국에서 아침에 출근 길에 농장에서 생활을 생각한다.
'정말 좋았어... 내가 앞으로 살면서 그렇게 여유롭게 살 순간이 찾아올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출근해서 오후 3시쯤에 일이 끝나..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밥을 먹어"
"그리고 여유롭게 저녁을 보내다가 10시쯤에는 잠이 들어. 가끔 친구들이랑 모여서 놀기도 하고"
그렇게 여유롭게 생활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정말 좋았던 거 같다... 정말로..
여기서 인생 하나 배운 거 같다.
지금이 어떤 상황이든 지금을 즐기라고.. 그 당시엔 지루하고 재미없던 생활이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면
좋았던 시간이었다는 걸 깨달은 거처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상황이 힘들어도 시간이 흐른 후 돌이켜 보면 좋았던 시간이었다는 걸
또 깨닫게 될테닌깐....
또 호주에서 만난 한국사람들과 외국인들이랑 깊게 사귀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득제형 말처럼 내가 먼저 다가가고 어울리고 그럴걸...
그 사람들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거절했었다.
그런 점에서 너무 아쉽다.
그리고 너무 돈만 바라봤던 거 같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호주로 간다면 '워킹홀리데이'할 거다..
말 그대로 일하고 휴가를 즐길 거다.. 인생을 즐길 거다..
정말 한번뿐인 나의 인생인데.. 그 1년을 인생을 즐긴다고 해서
내 인생이 망하지 않을테닌깐...
시간이 흐른 후 한국에서 사회 생활하며 그때 그 순간들을 생각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한 번뿐인 내 인생에서 그때가 여유롭고 마음이 편했던 순간이었다는 걸...
행복했어.. 정말
안녕. 호주야. 고마웠어 정말.
나 보다 어리지만 나 보다 어른이었던 승현이
정 많고 의리 있는 수현이
붙임성 좋고 예의 바른 태호 수현이 민형이
오랫동안 같이 살았던 형주형과 혜주누나.
속 깊고 마음이 따뜻했던 진만이와 착한 동생 수정이.
그리고 저에게 좋은 말씀 많이 해준 득제형과 경옥이 누나
그 외에도 성훈이 형 상민이 형 성준이 형 진향이, 태형이, 현철이 형, 설이 등
모두들 저한테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요.. 정말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