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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y Sep 17. 2015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구하기

"벤자민 네가 나 대신해서 이 로우를 타줄래?"

(로우 : 딸기를 일직선으로 심어놓은 밭)


홍콩에서 온 여자애가 애절한 눈빛으로 부탁한다.


너가 영어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너의 의사를 알아 들었다.


우리 딸기 밭에는 트롤리를 타고 다니기 힘든 로우가 있다


홍콩에서 혼 여자애가 힘든 로우를 탈 차례인데


갑자기 나보고 자기를 대신해서 힘든 로우를 타 달라고 한다.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퍼스트 레이디"(숙녀분 먼저)


나는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진 않다.


"벤자민 넌 남자잖아!"


단호하게 거절했다.


"FUxx you"


가만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여자의 부탁이라면 들어줬텐데


안  좋아하는 여자라고 부탁을 거절하고 욕을 하니 내가 나쁜 놈이 된 기분이 들었다


"오케이.."


“땡큐 벤자민”


“....”


럭비팜 피터형에겐 아직 연락이 없다.


러비씨만 따서 주에 300불 밖에 벌지 못했다

(러비씨 : 쓰레기, 못 먹는 딸기)


방값 내고 생활비 나가면 일주일에 100불씩 밖에 저금 못한다.


다미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농장에 찾아본다고 했다


다미와 작별 인사를 했다.


"유 마이 파트너 투게더 워크 투게더 워크"(넌 내 파트너다 같이 일하자)


웃으며 다미는 대답했다.


"아이 해이트 유"(난 널 증오해)


다미는 처음 사귄 외국인 친구였고 착했다.


다미와  출퇴근하며 그리고 일하면서 안 되는 영어 써가며 대화를 많이 했었다.


마치 포레스트 검프에 포레스트와 버바 같았다



그 덕분에 조금 이라도 영어실력이 늘었다.


한 번은 내가 말도 안 되는 영어 할 때면 한국말로 웃으면서


"씨 x" 이라며 욕도 했다.


뒷쪽이 홍콩 3인방 그리고 왼쪽에서 2~3번째가 다미와 나


홍콩 3인방 친구들도 일자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 본다고 한다.


딸기 신 유이도 이제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우리 농장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한 번은 내가 제일 빨리 따고 쉬고 있으니 마리안이 다가온다.


"유 스테이 히얼?"(너 여기서 있을 거야?)


"... 예스... 아이엠 탑 픽커 벗 노 머니 원 위크 샐러리 300달러"

(응. 난 상위 픽커야. 근데 돈이 안돼 한주에 300불 벌어")


마리안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미안한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프랑스 사람들은 노동자들에게 대한 시민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미안해했다.


딸기농장을 그만두고 나가자니 또 일자리 없이 몇 주 대기할까 봐


무섭다. 계륵이다.


딸기농장에는 많은 유럽인들이 왔다.


영국에선 온 동갑내기 앨리와 자주 이야기했다.


앨리는 여행과 조금의 돈을 벌려고 호주에 왔다고 한다.


앨리는 대만에서 영어 선생님을 해서 그런지


나의 허접한 영어를 다 알아 들었다.


한 번은 영국에 락밴드 "오아시스"에 대해 물어본 적 있다.


"두유 라이크 오아시스?"(너 오아시스 좋아해?)


앨리가 오아시스가 누구냐고 되물어 본다.


"싱어. 싱어 오아시스"(가수 가수 오아시스)


"왓? 오아이스????? 후이즈?"(뭐라고? 오아시스가 누구야?")


"노엘 갤러거 노엘 갤러거"( 노엘 갤러거 : 가수 이름)


그러자 앨리는 무릎 팍을 치며  " 아 오애시스~"


여기서 영어 발음이 왜 중요한지 깨 달았다.


토마토도 '토마토'라고 말하면 못 알아 들었다


'투매토우'라고 말해야지 알아 들었다.


앨리는 영국 사람이라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없어서 좋은 일자리도 구 할 수 있을 텐데


왜 돈도 안 되는 딸기농장에서 왜 일하고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리고 앨리는 시드니로 갔다.


친구들이 점점 사라진다.



대만에서 온 '팅'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에 관심도 많고 예쁜 친구였다


팅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많이 도와줬다.


트롤리도 대신 밀어주고 딸기도 좀 주고 글로벌 호구가 되어 주었던 거 같다.


팅은 영어를 정말 못했는데


"왓 유얼 네임?"도 못 알아 들었다.


나도 영어를 못해서 남을 평가할 그릇은 못 되지만.


속으로 "무슨 깡으로 호주를 혼자서 왔나?"  생각했다.


나와 팅


오늘은 딸기가 없어서 일을 일찍 마치고 승현이가 일하는 초밥집으로 갔다.


타운(상가가 있는 곳)으로 가니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인가 싶었다.



초밥집으로 가니 승현이가 일 하고 있었다.


"승현아. 나 이번 주에 300불 벌었다 나 어떻게 해? 다른 일자리 찾아봐야 할까???"


승현이는 웃으며


"형 거기 때려 쳐요 쓰레기 팜(농장)이네. 어떻게든 되닌깐 걱정 말고 그만둬요"


"제가 워크포스 같이 가서 도와드릴게요"


고민이다.


'계속 일하면서 많은 돈은 저금 못하지만 세컨비자를 하루라도

빨리 취득하고 시티로 가느냐?'


“일을 그만두고 기다리면서 다른 일자리를 얻느냐?”


전자를 선택하자니 돈은 안되고 후자를 선택하자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


나는 예전에도 무언가를 선택할 때 선택의 갈림길에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스티브 잡스의 말이 떠 올랐다


“한 단계 나아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깨지고  상처받는 것을 겁내선 안돼요 실패의 가능성은 감수해야 해요”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더 멀리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래. 몇 주나 대기할지 모르지만. 일단 나가고 보자”


항상 날 좋게 봐주던 슈퍼바이저 올리버에게 그만 둔다고 말했다


“아이엠 언더스탠 히얼 이즈 쉣”(나는 이해해. 여기 완전 똥이야")


라고 말하며 날  이해해준다.


그리고 올리버는 나에게 워홀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외국애들이랑 같이 살아야지 영어 실력 많이 늘어"


"컨츄렉 잡은 눈치 안 봐도 되는데. 아울리 잡은 눈치 보고 일해야 해"

(컨츄렉 잡 : 능력제로 돈 받는 일) (아울리 잡 : 시간제로 돈 받는 일)


그리고 마리안에게 마지막 인사하러 갔다.


“마리안 아이엠 곤. 에부리데이 땡큐 유 카인드 슈퍼바이저”

(마리안 나 간다. 매일 고마웠어. 넌 친절한 관리자야)


마리안이 웃는다.


내가 안아 달라고 하니 안아 주었다.


“씨유 리옹”(리옹 :프랑스 도시중 하나 마리아가 사는 곳)


호주 워홀이 끝나면 난 유럽여행을 갈 예정이다.


리옹에 간다면 인연처럼 다시 마리안을 만났으면 좋겠다.


마리안은 웃으면서 "위즈 프랭키???(프랭키랑 같이??) 물어본다


“아이 돈트 다이”(난 죽기 싫어)


마리안이 웃는다.


집에 돌아오니 수현이가 일을 마치고 왔는지 탁자에 앉아 있다.


수현이는 스탠소프에  SSR이라는 딸기 모종을 키우는 농장에서 일을 했다.


SSR을 호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딸기 모종 농장이다.


스탠소프에서는 유명한 농장이었고 아울리 잡이다.


수현이는 작년에 일한 경험이 있어서 올해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당시 수현이랑 나는 서로 성격이 안 맞아서 티격태격을 많이 했다.


그래도 사이가 안 좋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서로를 물과 기름이라며 인정하고 서로 엮이지 않으려고 했다.


수현이한테 일 그만두고 일자리 찾는다고 말하니


나를 걱정하며 귀찮은 표정 지으면서 말해주었다.


"종현아. 나 믿고 워크포스 가서 SSR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해봐 곧 있으면 몇 명 그만둔다"


"내가 너한테 소스 주는 거야 고마워해라"


정 많은 친구 수현이었다.


한 주 전에는 같이 딸기농장 다녔던 준형이 형 그리고 득제형 경옥이 누나도

워크포스 앞에서 본 적이 있다.


형들과 누나도 딸기농장 그만두고 워크포스에서 SSR 일자리를 줬다고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정말 부러웠다.


웃으면서 형과 누나들에게


"누나 형들 저도 데려가 주세요.  컨츄렉처럼 개처럼 일할게요"


워크포스에 가서 수할머니랑 린다에게 일자리를 달라고 해야 한다.


레주메를 작성하고 워크포스에 갔다 (레주메 : 이력서)


워크포스에 가니 '수'할머니가 있었다.


수 할머니는 까칠하기로 유명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편집장처럼 생겼다.


영화 속 편집장과 일하는 앤 해서웨이가 된 거 마냥 떨렸지만


일단 일자리를 구해야 하니. 내가 할 말을 미리 적어놓은 공책을 펼치고 영어를 읽으며 수에게 말했다.


“내 친구가 SSR에서 일하는데 다음주에 SSR에서 두 명이 일을 그만둔다고 한다”


“만약 사람 구한다고 연락이 오면 나한테 기회를 줄 수 있어?”


“$#%$#%$#%$#%#@#$#@$”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러너농장에서 연락 온 적이 없다고 말하는 거 같다


그래도 만약에 사람을 구하면  써달라고 수에게 부탁하고 왔다.


SSR에서 일하고 있는 준형이 형한테도 슈퍼바이저에게 만약에 사람 구하며 나 좀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준형이 형한테 워킹홀리데이에 대해서 조언을 들었다.


'워킹홀리데이 와서 다른 사람한테 의지 하지 말고 혼자 스스로 해봐 겁내지 말고 부딪쳐 봐"


"그래야 워킹홀리데이야"


맞는 말이었다.


나는 워킹홀리데이 하면서 사람들과 그렇게 깊게 사귀진 않았는데.


딸기농장에서 며칠 같이 일했다고 준형이 형에게 이런 부탁하니  염치없었다


그래 스스로 부딪쳐 보자..


3일 후


 워크포스에 다시 찾아갔다


 수 할머니 자리에 없었고 린다가 있었다.


린다는 수와 반대로 친절해서 그런지 긴장이 안됐다.


린다에겐 몇 마디 안 했다.


"린다. 아이 원트 SSR 잡"(린다 나는 SSR에서 일하고 싶어)


"SSR? 이츠 미!!!"(SSR? 나야!!")


린다와 옆에 있던 외국인 친구가 내 말이 웃긴지 한참을 웃는다


일 그만두고 대기한지 일주일째


수현이가 일을 마치고 헐레벌떡 집에 들어오며 묻는다.


“야 너 SSR 됐냐?”


“아니 연락 없는데...”


“아이구.. 너 끝났다. 우리 사람 두 명 뽑았대.. 아이구 어쩌냐?”


태연한 척 대답했다.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워크포스 가서 다른 일자리 달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담배 사러 갔다.


"시.... 먹고살고 힘들다"


담배를 피우고 워크포스에 가니. 이번엔 수 할머니가 있다.


“나 SSR농장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안됐어. 다른 일 줄 수 있어?”


“너 그러면 브로콜리 따는 일 해볼래? 컨츄렉이야”


나는 마음 편하게 아울리잡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컨츄렉이라도 하면서 돈을 벌어서 세컨 일수를 채워야 할까?


수 앞에서 곰곰이 고민했다.


생각해보니 아직 대기한지 일주일도 안됐고 기회는 있으니깐

아울리잡을 기다려보자 생각이 들었다


“아이 원트 아울리잡”(나는 시간제 일을 원해)


다음날 아침


아침 늦게까지 자고 있었다.


워크포스에서 문자가 왔다.


“SSR농장!!?!”


어머나 세상에


"애들아!!! 나 SSR 됐어!!"


같이 사는 쉐어생들이 축하해주었다.


취업준비생이 취업 합격 통지서 받은 느낌이 이런 걸까 생각이 들었다.


바로 씻고 워크포스에 달려 갔다.




“유 럭키가이~”(너 행운아야)


수할머니가 내 얼굴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딸기 러너 농장에서 2명을 뽑았는데.


그중 한 명이 일을 안 한다고 말해서 한자리가 비었는데.

수가 나를 기억했는지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살다 보니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


“알러뷰 수!!! 알러뷰 린다!!!” 말하니 두 명이 동시에 웃는다


내 입이 귀에 걸렸다.


이제 세컨비자 받을 때까지 돈도 많이 벌면서

농장 생활할 수 있구나..


승현이가 일하는 곳으로 가서 SSR에서 일한다고 하니


승현이는 웃으면서 말한다


"거 봐요. 어떻게든 된다고 했죠? 축하해요 형. 수현이 형이랑 남은 시즌 동안 편하게 일하겠네"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어떻게 보면 정말 운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


내가 만약 딸기농장에 계속 있었다면 이런 기회도 오지 않았고


승현이와 수현이한테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내가 만약 브로콜리 일을 하겠다고 말했으면


이런 기회도 오지 않았다.


농장 일 하나 구했다고 이런 거창한 말을 하나 싶겠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사람 인생  이란 게 앞 일은 아무도 모른다


변화를 원한다면 한 단계 나아가고 싶다면


두려움을 이겨내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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