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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y Sep 08. 2015

딸기농장 그리고 외국인 친구들

한국사람이 없다.


일단 픽업차량을 구해야지  출퇴근할 수 있다.


마침. 스모커타임이라서 대만애들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모커타임 : 담배 피우고 쉬는 시간)


어느 대만 남자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하이. 마이 네임 이즈 벤자민" (내 이름은 벤자민이야)


내 이름은 벤자민이다.


원래는 내 이름 '종현'에서 'JONG'이었다


 "존?"


스탠소프 교회 축제에서 할머니가 의아하게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마이 네임 이즈 종!"


"존???"


"종!!"


"존???"


"종!! j! o! n! g!"


내 발음이 이상한가 싶어서 철자까지 말해줬다.


 "존???"


...........


내가 잘못했다


발음이 어려운 거 같아서 행운아라는 뜻을 가진 벤자민으로 하게 되었다.


아무튼 대만 남자에게 다가가서 딜을 했다.


"아이 루킹 포 픽업 카 유 캔?? 원데이 5달러" (나는 픽업차량을 찾고 있다. 너 가능해? 하루에 5달러)


대만 친구는 내 말을 듣더니 3달러만 달라고 한다.


대만 친구 이름은 다미였고 29살이었다.


다미는 대만에서 카페를 하다가 여자친구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왔다고 한다.


스탠소프 오기 전에는 여러 지역에서 농장 일을 했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 중국어로 대화하는 대만 친구들 사이에서 멀뚱히 앉아만 있었다.


스모커 타임이 끝나고 이제 일 하러 가는  분위기였다.


대만인 슈파바이저(관리자) 올리버가 영어로 뭐라고 말하면서 설명해준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지만   알아듣는 척 하고 올리버의 행동을 따라 하기만 했다.


올리버는 나랑 동갑이었고 대만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했다고 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와서 카불쳐에서부터 2년 동안 딸기농장에서 일하다가 운 좋게 슈퍼바이저가 되었다고 한다.


올리버는 센척하며 내가 영어를 못 알아들을 때마다  답답해했지만.


"fucking ben"이라며 나를 챙겨주곤 했다.


딸기농장에서 픽킹과 패킹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픽킹은 트롤리(마차)를 타고 딸기를 따는 일이고 패킹은 딸기를 포장하는 일이다


픽킹은 남녀도 하고 패킹은 여자가 하는 일이었다


딸기농장 같은 경우 컨츄렉(능력제)이다 보니 열심히 해서는 돈이 안되고 정말 열심히 잘해야지 돈이 되는 편이었다.


가끔 딸기가 잘 자라도록 딸기가 주변에 잡초를  제거해주는 일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농장에서 딸기를 따보니 어렵기도 하고 신기하고 재밌었다.






일주일 동안 대만 홍콩 친구들이랑 있다 보니 영어공부를 안 해도 조금씩 영어가 늘기 시작했다.


한 번은 홍콩에서 온 잭, 톰, 사이러스가 한국 욕 가리켜달라고 해서 가르쳐줬는데


홍콩애들이 웃으면서 한국인 워커들이랑 대화하다가  "개 x끼"


날씨가 더 울 때 "존 x  덥다"라고 말하곤 했다


똑똑한 친구들이었고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딸기 따는 게 손에 익어 갈 무렵 정말 열심히 했는데. 주에 600불 벌었다.


내 친구 다미는 일도 잘하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700불 벌었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검지에는 굳은 살이 배겼다.









우리 농장에서 대만여자애가 탑이었다


이름은 '유이'였다


 그 애는 정말 빨랐다.


내가 한 손 움직일 때 유이는 리듬을 타며 손을 4번이나 움직였다


'이게 말로만 듣던 농장의 신인가." 싶었다


내가 "유 갓 유 갓 스트로베리 갓"라고 웃으며 말했더니 (넌 신이야 딸기 신이야)


부끄러운 듯 웃는다.


그리고 영어로 설명하며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유이야. 미안한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고마워"


그 애는 새벽에 나와서 픽킹도 하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패킹을 하러 갔다.


픽킹 하다가  패킹하러 갈 때 자기가 딴 딸기를 나한테 주고 갔는데


나한테 청혼 신청하는 줄 알았다


"유 엔젤"


일 한지 5일째 되던 날 우리 농장에도 한국사람이 왔다.


"한국 분이세요? 와 한국사람이다"


섬에  조난당한 사람이 사람을 발견한 것처럼 좋아했다.


한국사람 중에 준형이 형과 득제형 그리고 경옥이 누나랑 친했다.


준형이 형은 필리핀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여행하며 영어를 공부하러 호주에 왔다고 했다.


준형이 형은 영어도 잘했고 유쾌한 형이었다.


득제형과 경옥이 누나는 한국에서 빵을 만들었다고 한다.


두 분다 한국 사회생활에 지쳐서 한 번은 외국에 나와서 살아보고 싶어서 호주에 왔다고 했다.


득제형과 경옥이 누나도 성격도 좋고 좋은 분들이었다.


2주가 흐르고 카불쳐에서 새로운 프랑스 슈퍼바이저 2명이 넘어왔다.


마리안과 프랭키였는데


여자 슈퍼바이저 이름이 마리안이었는데. 정말 예뻐서 마리아라고 불렀다.


슈퍼바이저들은 픽커들이 딴 딸기의 상태를 체크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거나 개수를  체크했다.


마리안이 나에게 다가 왔다


"하이 왓 유얼 네임?"


"마리안. 유?"


"아이엠 벤자민 유 뷰리폴"


수줍은 듯 능청 스럽게 대답했다


"땡큐"


마리안도 웃으며 대답했다


"두유 해브 보이 프렌드?"


"저기 있는 프랭키가 내 남자친구야"


"겟 아웃 히얼 아이엠 비지~"(여기서 나가! 나 바빠)


바쁜 척 하며 대답했다.


마리아가 재밌는지 웃는다


외국애들은 이런 개그를 많이 좋아했던 거 같다.


한 번은 외국여자애랑 이야기를 했는데


"내 이름은 벤자민이야. 내 나이는  80살이야"라고 말했더니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한참을 웃었다


마리안이 다가와서 딸기를 체크할 때마다 농담을 했다


"헬로 벤! 벤! 하우 알 유? (안녕 벤! 오늘 어때?)


마리안은 나를 부를 때면 "벤 벤"이라고 했다.


"아이엠 베리 소 해피" (나는 매우 행복해)


"와이??"(왜??)


"비커즈 아이 캔 시 유" (왜냐하면 나는 너를 볼 수 있어서)


딸기농장에 송재림이 되었다.


마리안이 웃긴지 한참을 웃는다.


마리안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자주 했었다.


"마리안 돈 텔미 '헬로 벤! 벤!" (마리안  말하지 마 '헬로 벤! 벤!)


"와이??"(왜)


"아이엠 하트 브레이커"라고 말하며 심장 멎는 행동을 했더니 빵 터져서 좋아했다


마리아랑 말하면 영어가 방언 터지듯 나왔다


그러다가 가끔 마리아가 남자친구 프랭키를 찾으며 "벤이 너한테 할 말이  있대"라고 말한다


나는 웃으면서 "아이 돈트 다이" (난 죽기 싫어)


프랭키도 좋은 친구였는데. 어느 날 어떤 픽커한테 화내는 모습을 봤다. 다혈질 같았다


잘못하면 프랭키한테 맞아 죽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농담은 자제했다.


내 인생은 소중하니깐

                                                                             다미와 마리안


우리 농장에는 아시안들 보다 유럽 친구들이 많았다.


유럽 각지에서 많이 왔는데.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태리인들이 많았다.


트롤리를 타고 옆에 유럽애들과 가끔 대화를 하곤 했다.


한 번은 독일에서 온 친구와 대화를 했다.


그 친구도 영어를 잘 못해서 손짓 발짓 다해가며 대화를 했었다


나는 항상 유럽 친구들을 볼 때면 너희 나라에서 여행하기 좋은 곳이 어딘지 항상 묻곤 했다.


딸기농장에서 일한지 3주째


유럽 친구들이 한 명씩 떠난다.


딸기 농장 같은 경우 딸기가 많았다가 없었다가 반복을 하는데


내가 일하던 딸기농장은 규모가 작고 비도 많이 내리다 보니 주에 300불을 벌었다


300불 버는 것도 많이 버는 편이었고 못 하는 애들은 200불 밖에 못 벌었다.


"이 농장은 돈이 안돼 벤자민 넌 언제 떠날 거야??"


친했던 준형이 형과 득제형 경옥이 누나는 1주 전에 일을 그만두었다.


다미와 홍콩 친구들과 일을 마치며 주자창을 가며 대화를 했다


"다미. 히얼 이즈 낫 레드 힐. 디스 이즈 레드 헬" (레드힐 : 딸기농장 이름)

(다미야. 여기는 레드 힐 아니야.. 이건 레드 헬 이야")


다미와 홍콩애들이 내 말이 웃긴지 한 참을 웃는다.


다미도 돈이 안된다고 해서 다른 농장 일을 찾아본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도 다른 농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던 거 같다.


럭비팜이라고 야채농장 큰 곳이 있는데. 거기서 사람들을 많이 뽑는다고 한다.


그리고 "아울리잡(시간제)이라고 한다.


호주에서 보통 시간제로 일하면 시간당 20불 정도 준다.


그 소식을 듣고 홍콩 친구 3명을 조용히 차로 불렀다


"리슨 투미 두유 노우 럭비팜??" (내 이야기 들어봐. 럭비농장에 대해서 알아?)


홍콩 친구들이 내 이야기에 집중했다


"럭비팜 이즈 루킹 포 워커" (럭비농장에서 일 할 사람을 찾고 있다)


 "럭비팜 이즈 아울리잡" (럭비농장은 시간제로 알 하는 곳이다)


"히얼 이즈 헬!! 레드 헬!! 노 머니" (여기는 지옥이야. 돈이 안돼)


"위 머스트 고 투 더 어나더 팜"(우리는 다른 농장으로 가야 한다)


"시크릿 시크릿 어나더 피폴 돈 텔 올리버 앤 마리안"(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 올리버랑 마리안한테 비밀이야)


홍콩 친구들 3명도  동의했는지 "시크릿 시크릿"이라고 말한다.


이게 영어인지 콩글리쉬인지 모르겠는데. 홍콩애들은 일단 알아들었다.


일 마치고 홍콩애들과 다미를 포섭해서 럭비팜이라는 곳에 갔다.


차를 타고 럭비팜에 도착해서 사무실에 도착하니


피터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스탠소프는 한국사람들이 많아서 한국인들한테 한국말 인사를 배웠나 보다 싶었다


피터가 갑자기 나한테 다가와서


한국말로 유창하게 "일 구하러 오셨어요? 저기 가셔서 이름이랑 연락처 적으시면 돼요"


내가 지금 이태원에서 샘 해밍턴을 보고 있나 착각이 들었다.


홍콩 친구들과 다미도 깜짝 놀랬다


피터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피터는 어릴 때부터 한국사람들이랑 일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한국말을 배우게 되었고 한국을 좋아한다고 한다


한국에 놀러 가 보니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살고 눈치 보면서 사는 게 싫다고 했다.


"피터형 잘 부탁드려요"


" 우리 정말 열심히 일할게요. 여기 있는 홍콩 친구들이랑 대만 친구도 다 착한 친구들이에요"


"잘 부탁드릴게요"


먹고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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