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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y Sep 03. 2015

스탠소프 도착 그리고 농장 일 구하기

잠에서 깨니 어디론가 가고 있다.


버스기사에게 물었다


"넥스트 플레이스 스탠소프?"


"#@%$#$^#$%%#$%$%$%"


"땡..큐"


기사 아저씨가  '스탠소프'라고 말할 때 내리면 되겠지..


쉐어마스터 승현이에게 30분 뒤쯤 도착할 거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한국에 있을 때 '썬브리즈번'라는 사이트 통해서 쉐어룸을 구했다.


쉐어마스터, 쉐어룸이 뭐냐 하면 간단히 말해서 한국사람들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와서


누군가 한 명이 집을 렌트를 해서 같이 살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같이 살게 되면 집세를 나눠서 내면 되닌깐. 돈을 절약할 수가 있다.


근데 보통 집을 렌트해서 쉐어생을 구하는 사람들은 대게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이트를 통해서 승현이 말고도 다른 사람과도  접촉했었는데.


어느 집으로 들어갈까? 고민을 했다.


워낙 한국사람 믿지 말라는 글을 인터넷으로 많이 봐서 그런지 고민을 많이 했다.


스탠소프 농장에 대해 글 올렸던 블로거에게 집 좀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승현이를  추천해주었다.


사람 참 괜찮다고..


이건 '운명이다'싶어서 승현이 집으로 가게 되었다.


스탠소프 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승현이가 마중 나와 있었다.


"브리즈번에서 바로 오신다고 피곤하셨죠?"


이건 나만의 생각인데. 사람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보이는 것 같다.


누가 봐도 총명하고 선하게 생겼다.


승현이 차를 타고 쉐어하우스에 도착했다


50평쯤 되어 보이는 쉐어하우스에 5명이 살았다.


승현이 말로는 시즌 되면 10명 정도 살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일할 때 가게 사람들이랑 빌라에서 살았는데.


45평쯤 되는 집에서 20명 가까이 산적이 있다.


나에겐 이 정도면 궁궐이었다


사람들과 간단하게 통성명 하고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승현이와 수현이랑 같이 '워크포스'에 이력서를 등록하러 갔다.


'워크포스'는 이력서를 등록하면 일자리를 주는 정부기관이다.


승현이는 22살이고 중학생 때부터 중국, 필리핀, 뉴질랜드에서 공부를 했으며


뉴질랜드 대학교 학비를 벌려고 워홀을 왔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어서 장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금은 동네 초밥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승현이는 22살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유재석 보는 거 같았다.


수현이는 나랑 동갑내기 친구였다.


대전에서 온 친구인데. 작년에도 이 마을에 있었던 친구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승현이 이랑 같이 장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현이 정리정돈 안 하고 게으른 친구였지만. 정은 많은 친구였다.


정말 딱 정준하 같았다


워크포스에 들어가니 40대처럼 보이는 '린다'가 있었다.


승현이의 도움으로 이력서를 작성했다


승현이는 영어를 잘해서 '린다'와 여러 이야기를 한다.


린다가 갑자기 나에게 묻는다


$##$$#% english??"


"비기너"


린다가 웃으며 "english good"


이상한 현상 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을 때가 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궁금해서 사람들에게 물으니


2년 차 워홀러들이 말하길. 이현상은 '눈치'였다


워크포스에서 나와 승현이가 나에게 말했다


"형 이제 시즌 곧 시작하니깐 2주 안에 일 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원래는 7월쯤 호주에 오려고 했었다.


스탠소프가 시즌이 10월부터라는 소식을 듣고 티켓을 취소했었다


35만 원 손해 봤었다


농장에서 최대한 빠르게 세컨비자를 받고 시티로 이동하자


농장에 있는 기간 동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시티에서도 비벼 볼 수 있다


나의 워홀 첫 번째 계획이었다




스탠소프는 작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일자리를 구 할 때까지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2주 후.

아직도 워크포스에서 연락이 없다. 점점 초초해진다.




일자리를 못 구하니 내 표정이 안 좋았나 보다


승현이가 걱정이 됐는지


승현이는 자기가 작년에 일했던 딸기농장에 가보자고 했다


승현이에게 정말 고마웠다.


그러나 딸기농장에서도 '워크포스'를 통해서 일자리를 구하라고 한다.


같은 집에서 사는 태호라는 동생이 있었다.


태호는 UDT병사 출신이었고 예의 바르고 붙임성이 좋은 동생이었다.


그래서 태호는 동네에서 한국사람 끼리 술자리만 가졌다 하면 일자리를 얻어 오고 그랬다.


범죄와 전쟁에 최익현을 보는 거 같았다.


"나는 워크포스가 필요 없어"


태호도 내가 걱정됐는지. 도움을 주었다.


"형 주말에 한인끼리 조기 축구하는데 거기 한번 오실래요? 일자리 줄지도 몰라요"


축구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 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사람들 쳐다보는 눈빛이 좀 그랬다.


'일자리 한번 구해볼려고 축구에 참석한 사람'으로 쳐다봤다.


축구를 했다.


'숨이 찬다. 덥다. 어지럽다. 언제 끝나지'


스탠소프가 고지대라서 그런지 조그만 뛰어도 숨이 찬다.


그래도 사람들한테 잘 보이려고 열심히 했다.


일자리는 못 얻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시... 진짜  먹고살기 힘들다....'




3주 후


아직 일자리 못 구했다. 이젠 표정이 어둡다.


나도 걱정하고 집사람들도 걱정했다


같은 방을 쓰는 형주형은 하루에 12시간을 일한다며


여기가 한국이냐며 일하기 싫다며 징징 거리는데...


난 형주형이 부러웠다.


시즌에 맞춰서 들어오려고 티켓 취소하며 35만 원까지 손해 봤었는데...


사람들은 계획들을 참 많이 해요.
계획만큼 웃긴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될 리가 없어요.
만약에 신이 존재한다면, 전 무신론자지만,
가장 사람에 대해서 비웃을 게 그 부분입니다.
‘계획을 세웠어 이것들이.’

그렇게 될 리가 없죠.


김어준의 말이 떠올랐다


이제는 똥줄타기 시작했다


혼자서 이력서를 들고 농장 개인 컨택도 다녀보고 워크포스에 3일에  한 번씩 찾아갔다.


영어를 못하니 구글 번역기 돌려가며 내가 할 말을 미리 적어서 갔다





호주 온지 24일째 되던 날


자고 있었다. 난 백수닌깐


문자가 왔다.


!!!!!!!!!!!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워크포스에 연락 온 거 같다.


승현이에게 연락하니 차 구해줄 테니 가보라고 한다.


승현이의 도움으로 승현이의 아는 사람의 차를 타고 워크포스에 들렸다가 농장으로 갔다


워크포스에서 린다도 날 걱정했는지 'good luck!'이라고 말해준다.



승현이가 말하길


'형은 일단 차 없으시닌깐 가서 픽업 차량 구하세요. 한국사람 있을 거예요'


농장에서 도착하니 어떤 할아버지가 손가락으로 어딜 가리키며 뭐라고 말한다


"@#%^#%##$@$#$"


어르신 실례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로 갔다.


일을 하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쓰마 [什麼]?(왜?)


이농장엔 한국사람이 없다.


대만 사람과 호주 사람뿐이다


큰 일이다. 영어 못하는데..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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