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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REAL Life Nov 20. 2020

삶의 시야를 넓히는 삶

Feat.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를때가 있잖아요



#1.

주말이 되면 눈꼽을 떼고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부부산책].

 

부스스한 모습으로

한주간의 피곤감과 노곤한 몸을 이끌고


뒷산 적당한 나무 숲을 걷노라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한시간 정도를 걷고는

차는 숨을 몰아쉬곤 의자에 앉으니

호기심 가득한 다람쥐와 이름 모를 새소리에…


“이제야 쉬는 날이구나”를 느낀다.



#2.

숲 속 여유로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곤

시계를 내려다 본다.


“아차...벌써 이렇게 되었나” 놀라며,

황급히 아내의 손을 이끈다.


행여 시간을 놓칠세라

바삐 걷기 시작하는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산 중턱에 위치한

청소년 수련관의 한 구내식당.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나면

칼 같이 마감되는 곳임을 알기에


어느새 마음이 다급해진다.


이후 새소리는 커녕 오로지

시계 초침소리만 들리는 턱에

한적한 산책은 어느새 산속조깅으로 바뀌며

부랴부랴 숲길을 헤쳐간다.



#3.

좌절이다.


“오늘은 마감됐어요”라는

천진난만한 캐릭터가 장식되어 있는 푯말에

자괴감이 몰려온다.


“아, 이게 아닌데..주말계획이 꼬였네”

라고 외치는 한탄과 오전 내내 주린 배는


흔들리는 동공 만큼이나 요동친다.


고백하건데…우리부부 산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수련관 점심식사”였건만

예상치 못한 Close 푯말에 그저 한숨만 남는다.


그때 지혜로운 아내는 말을 걸어온다.


“우리 더 맛있는데 가자”며 평소, 함께 다닌 맛집을

잘 기억하는 아내는 오히려 잘 되었다며

내 손을 이끌고 저벅저벅 걷기 시작한다.



#4.

생각지도 못한 쭈꾸미 비빔밥으로

신나게 밥을 비벼먹곤 배를 퉁기며 나온다.


예상치 못하게 펼쳐진 식사자리는 오히려

평소 거닐지 않았던 새로운 산책루트를 선사하며

우리 부부에게 더 큰 만족감을 안겨준다.


산책과 지혜로운 아내가 좋은 건

이따금 이런 예상치 못하는 여정들을

발굴해 낸다는 것.


그래서 “어떻게든 거길 가야돼” 라며

아등바등 숲 속을 뛰어가던 내 모습을

부끄럽게 만들곤 한다.



#5.

코로나로 부부산책이 뜸해지기는 했지만,

삶에서도 생각한 것 이상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이것을 꼭 해야돼 라는 “목적 달성”이 아닌

함께하는 이가 새로운 것을 선사해주는

“시야”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나 역시도 삶의 시야를 넓히며

함께 하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인생의 새소리를 들으며

삶의 여유를 머금은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데일리경제 칼럼 [윤한득의 안테나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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