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하니를 응원하는 스승, 홍두깨 선생님
마당 한쪽에 푸석한 체육복 차림,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굵은 목소리로 아이들을 불러 세우던 사내가 있었다. 라면만 먹으며 학교를 다니던 소녀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 사내는 다소 거칠고 무뚝뚝했지만 진심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했다. 혹독한 훈련은 때로 폭력처럼 느껴졌지만, 그 과정을 통과한 소녀는 결국 세계 무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 시절과 다르다. 교실에서는 선생이 존중받지 못하고, 운동장에서는 제자가 스승을 거꾸로 몰아세우는 일이 낯설지 않다. 교권은 빠르게 무너지고, 배움은 관계가 아니라 거래로 전락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어른을 필요로 하지만, 어른이 제 역할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불행이다.
그 남자는 완벽한 어른이 아니었다. 화를 잘 내고, 서툴게 감정을 드러내는 보통의 인간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불완전한 고집 속에서 진심을 읽었고, 그 진심이 끝내 아이들을 지탱했다. 혈연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보호자였고, ‘대안 가족’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시절에 이미 그 역할을 수행했다.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진실을 전하고, 함께 버티며 달려주었던 그 사내가 있었기에 한 소녀의 인생은 바뀌었다.
12월 첫눈이 내린 날
12월은 늘 끝과 시작이 맞닿은 시간이다.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다가오듯, 혹독한 훈련과 시련은 성장의 전환점이 된다.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그 굵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떠올린다. 아이들에게 버텨야 할 이유를 알려주고, 때로는 부모 이상으로 곁을 지켜주던 스승.
2025년의 마지막, 이시대의 참 스승으로 회자되는 강동구 성내동의 홍두깨 씨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