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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Mar 21. 2024

어른이 읽는 그리스 신화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 김상준

인간은 태어나면서 사회적인 가치나 기준에 자신을 맞추면서 살아가게 된다. ... 하지만 다른 사람과 다른,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도 인간 내면에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개성화 과정은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많은 무의식적인 요소를 의식화함으로써 가능하다. 따라서 영웅이 무찌르거나 붙잡아야 하는 괴물이나 동물은 남과 다른 내가 되기 위해 필요한 무의식적인 요소를 상징한다.

...영웅은 왜 두 명의 아버지(부모)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는 개성화 과정의 근원은 두 개의 뿌리에서 생겨남을 암시하고 있다. 내가 내 자신이 되고자 하는 욕구는 개인적인 욕망(양부인 아버지)도 있지만,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선 신비로운 영역(생부인 신)도 함께 존재함을 의미한다. 개성화 과정이란 내 개인 안에 기록된 무의식적인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인류가 진화되어 오면서 DNA에 새겨진 인류 공통의 욕구의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즉, 나를 초월하는 어떤 힘이 무의식에 존재하면서 나를 남과 다르게 표현하고자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두 명의 아버지로 나타낸 것이다.

...헤라클레스가 에우리스테우스의 노예가 된 것은 개성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자아로 상징되는 에우리스테우스의 조절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자아와 무의식의 욕망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개성화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어떤 사람이 쉬운 길을 두고도 어려운 길을 가거나,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아무런 물질적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나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개성화 과정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내가 흡족하고 만족스러우면 되는 것이다.




어릴 때 사촌언니네 책장에 꽂혀 있던 그리스 신화는 왠지 내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가슴을 웅장하게 만드는 삼국지를 더 재밌게 읽었던 나.


그런데 그쪽 역사에 관심이 깊어진 어른이 되고부터 어릴 때 그리스 신화를 읽지 않은 게 늘 아쉬웠다.

물론 내가 어릴 때 그리스 신화를 읽었다면 

깊이 들여다볼 재간은 당연히 없었을 테니 그저 허구의 '이야기'로만 읽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남는 아쉬움은 뇌가 쌩쌩한 그땐 이름이나 관계를 조금 더 수월하게 익혔으리라는 것 때문.


아무튼 어른이 되니 

말 그대로 '그냥' 살았던 어린 나의 이야기와 속이 궁금해지고

도대체 어린 시절에 내게 생긴 어떤 일들 때문에 지금의 내가 된 건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읽는 그리스 신화는 

내게 그냥 '이야기'가 될 수 없어졌다.

그리스 신화뿐 아니라 내가 접하는 모든 이야기 속에서 숨은 의미 따위를 찾고, 

그 의미를 통해 나와 삶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어른이 되었으니까.


아마도 이 책은 그런 어른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다.

나를 찾고 싶은, 나를 알고 싶은

나를 이해해 나로 살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책.


급한 마음에 늘 이렇듯 몇몇 인물들에 집중된,

혹은 관련된 예술 작품들과 함께 설명된 책들을 읽었더니 중간에 빈 이야기가 늘 궁금한데


느긋하게 오래오래 앉아 책을 읽을 여유가 생기면

긴 호흡이 필요한 이런 책들에 푹 파묻혀야지.


꿈같은 이야기가 현재의 내 내면과 이어지듯

꿈같은 상상이 현실이 될 날도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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