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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디오스 Mar 01. 2024

로또 당첨되면 1억 줄게.

아런 약속을 왜 하는지 궁금하다.


유튜브를 볼 때 알고리즘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구독 탭에서만 주로 보는 편이다. 구독 채널에 없으면 홈 탭에서 자발적(?)으로 검색해서 보려고 한다. 이런 행위를 자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알고리즘에 의해 영상이 조회되고 추천될 텐데 말이다,.


암튼, 또 쓸데없이 서론이 길었다. 중요한 결론은 늘 허겁지겁 끝내면서 말이다.






너덜트이라는 구독 채널이 있는데 조금 전에 본 영상이 로또 당첨과 관련된 영상이다,

물론 이 영상은 다큐도 아니고 시사고발프로그램도 아니다. 코믹 숏 무비라고 채널소개란에 적혀있다.


친구 셋이 모여서 로또 1등 당첨되면 얼마 줄게라고 약속하는데 그중에 한 명이 1등이 당첨되어 버린 것이다. 당첨된 그 친구는 다른 두 친구들과 달리 1억 주겠다 2억 주겠다가 아니라 세전 N빵을 하겠다고 약속한 친구이다. 세후도 아니고 세전...


그런 내용인데...

나는 진지충(매사 좀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뜻으로 벌레충을 붙인다. 쓰면 안 되는 용어이긴 하다.)이어서 농담으로 지나칠 수 있는 일도 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농담이라도 왜 그런 농담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런데 하나는,  내가 로또가 당첨되지 않을 거라는 마음이 있어야만 그런 약속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정말 1등에 당첨된다면 아무리 친한 친구이지만 1억, 2억을 줄 수 있을까? 아니 친구는커녕 친인척이라도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1등에 당첨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로또를  살까? 다들 1등 당첨을 바라고 사는 것 같던데...  사람들 말대로 그냥 일주일을 버티기 위한 스스로에게 거는 희망고문 같은 건가?  로또를 사지 않아서 당첨금 농담 공약을 하는 그 마음을 잘 모르겠다.



1등 당첨을 바라면서도 1등 당첨이라는 행운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

아이러니가 이해가 안 된다.




그리도 또 하나 이해가 안 되는 점은, 정말 사람들은  1등에 당첨되면 약속한 돈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줄 수 없을 거라는 걸 모르는 걸까?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로또 당첨금 배분을 얘기했다가 진짜 당첨되어 소송까지 걸린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이것이 지극이 당연한 인간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당첨금 공약을 지킨 훈훈한 사례가 많은데 누스에 안 나와서 내가 모르는 걸까?



내가 1억이 있다고 상상하는 것과 내 손에 만원 지폐가 들려있는 것과는 천지차이니까. 내 눈에 보이고 내 촉각으로 돈의 실체를 느끼는 게 진짜니까 말이다,

당첨금 10억이 든 통장을 내 손에 쥐고도 나눠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약속이 진짜일 것이다




물론 그런 농담을 하는 사람은 선의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진심이었을 것이다. 정말 1등에 당첨되면 좋아하는 친구들이나 어려운 친인척, 가족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지킬 수 있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약속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줄 순 있겠지만 아깝다는 생각 없이 처음에 약속했던 그 선의 그대로인 상태로 흔쾌히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또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이유는  (너덜트 영상에서도 나왔지 만) 고액의 1등 당첨금이 내가 쓰기에도 모자라는 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물가가 올라서일 수도 있지만 그건 본질이 아닐 것이다. 내 욕구가 나도 모르게 거기에 맞춰 훌쩍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는  로또를 사지도 않고 그런 약속을 하지도 않겠지만 만약 내가  그런 약속을 했다 하더라도  상상의 돈이 현실의 돈이 되는 순간 내가 어떻게 돌변할 건지 나는 알 것 같다. 당첨금이 아니라 지극히 작은 돈이라도 금전적인 이익이나 손해의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돌변하는지를 수차 봐왔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그런 농담을 하고 그런 분쟁에 휩싸이는 건, 분쟁까지 안 가도 그런 농담을 할 수 있는 건...



돈의 속성을 모르거나

돈에 대한  마음,

아니 인간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 아닐까.





저, 너무 진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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