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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인 Aug 23. 2023

중학교 영어성적 단숨에 올리는 방법

가르치던 애들 절반이 올해 중학교에 진학했다. 요즘 알파 세대의 교과서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었던 찰나, 마침 시중 교과서와 참고서를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택배 받아 찬찬히 구경해 보니 교과서에 실린 문장들이나 대화가 참 좋은 게 많더라.


'만점 비결요? 그냥 교과서 위주로 열심히 공부했어요.' 예부터 수능 백 점 자들이 입 모아 했던 말, 역시 틀린 게 없었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콘텐츠 좋은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면 성적 충분히 잘 받을 수 있었을 거다. 영어는 더더욱이 그렇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날고기는 애들이 '이 교과서로 도대체 어떻게, 얼마나 공부했는가'이다.


중학교 때, 성적을 잘 받아오는 방법은 딱 하나이다. 교과서에 실린 지문들과 대화 문장들을 입에서 툭 치면 나올 정도로 외우는 것이다. 분명 그 만점자 친구들은 그렇게 공부했을 것이다. 걔네 머리엔 어느 책 어디에 어느 내용이 있는지 다 들어있다.


걔네들이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뇌 용량도 다를뿐더러, 나 같은 일반인들은 그저 한국어 뜻을 보면 그 영어 문장이 입에서 툭 나올 정도로 외우면 된다. 공부는 그렇게 따로 하고, 학교 가서 선생님 수업 들으면 된다. 그럼 익숙한 문장이 들리고 보이니 수업이 더 재밌어질 거다.




근데 여기서 '외우세요'라는 말을 또 이렇게 오해할 수 있다. 철자 하나하나 외우며 열심히 '필사'하는 방식으로.


'필사'는 엄청 큰 노고가 들어간다. 그렇게 손등 새까매지게 필사해서 남는 건 무엇일까? 아쉽게도 손가락 굳은살뿐이다. 실컷 해도 정작 입에는 남는 게 없는 상당히 아쉬운 방법이다.


차라리 필사할 시간의 반의반을 들여 매일 내 입으로 소리 내어 반복해서 읽는 방법이 백배 낫다.


이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마치 스포츠 하나를 처음 배울 때 기본자세만 몇 개월을 지겹게 반복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루 만에 모든 지문을 다 머리로 외우려 하지 말고, 기간을 좀 길게 잡아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좀 적은 분량의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아이가 영어를 보고 더듬더듬 읽고 힘들어하면, 엄마가 영어 문장 아래 직접 한글 발음을 달아주던가(요즘 AI가 원체 잘 나와서 문장 입력하면 원어민 발음 들려준다), 아니면 주변 영어 좀 잘하는 엄마들에게 비용 주고 부탁해서 한글로 발음을 달아달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읽히면 된다.



이런 방법으로 교과서 지문을 계속 반복해 읽히게 하면, 30점 받아오던 애들이 금세 70점대로 올라갈 것이다. 지문을 눈으로 입으로 좔좔 읽는 동시에 빈칸도 채우고 틀린 것도 뚝딱 맞힐 것이다. 이 방법이라면 중딩 때까진 충분히 문법 몰라도 시험 잘 풀어낼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성적이 올랐다면? 여기서 점수 더 올리고 싶어서 벌써부터 문법 너무 어렵게 파고들 필요 없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문법으로 충분하다. 자꾸 더 어려운 문법을 학원 돌려 배우게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앞으로 평생 회화에 겁 안 먹고 자유로우려면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게 더 낫다.


100점까지 아등바등 채우려고 문제집이나 문법책 더 사서 공부할 생각 말고, 그 시간에 오히려 다른 걸 하는 게 좋다. 시중에 교과서뿐만 아니라 좋은 영어 동화책들이나 일상회화용 영화, 애니메이션 대본이 있다. 이런 좋은 문장들을 끊임없이 입에 입력시켜주는 작업이다.


이 방식으로 애들 학기 중 방학 중에 꾸준히 훈련을 시키면 어떻게 될까? 고등학교 때 기존 학원 다녔던 아이들의 점수를 무섭게 추월할 것이다.


혹시 지금 아이가 중학생인데 학교에서 성적을 괜찮게 받아온다면 따로 안 해도 될까요? 전혀 안심할 수 없는 게, 개인적으로 중학교 때 늘 전교 상위권에서 놀다가 고등학교 가서 성적이 급 곤두박질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그만큼 3년 후 볼 수능시험이 비정상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그만큼 나보다 더 머리 좋고 시험 잘 보는 애들은 세상에 쌔고 쌨다는 뜻이다.


그러니 중학교 때 성적 10점 더 못 올린 거에 연연해 하지 말고 열 걸음 멀리 내다보고 이 훈련을 계속 시켜야 한다. 훈련이라고 해서 그렇게 힘들지도 않다. 하루아침저녁 10분씩만 해도 충분하다. 학원 걸어서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안된다.


이렇게만 해도 고등학교 가서 성적 걱정 일절 사라진다. 고등학교 성적뿐이랴. 대학 가서 토익이 해결되고, 스피킹도 해결되고, 유학 생활도, 직장 생활도 전부 한방에 해결된다.


사실 우리 어른들 평생을 그랬듯, 눈앞에 성적 성적 좇다가(나이 40중후반까지 승진 시험에 시달린다) 결국 10년 넘게 공부해도 남는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막상 사회 나와보면 고등학교 수능 100점 맞고도 말 안 되는 사람 천지 빼까리다. 주변에 수능 백 점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서 웬만큼 잘 아는 현실인데, 영어 성적이 늘 70을 못 넘어 한 서린 사람들은 여전히 성적에 막연한 환상을 품고 있을 거다. 학창시절 성적 100점이 진짜 영어실력을 대변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


웃프게도, 고등학교 시절 때 주변 친구들을 되돌아보면 고3 수능 직전에 발등에 불 떨어져 성적을 50점대에서 90점대로 그나마 쉽게, 단숨에 올릴 수 있던 과목이 바로 영어였다. 영어성적은 단기간에 집중과 요령으로 해결이 된다. 3개월 안에 90점으로 올려준다는 광고 문구, 실제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실력'은 절대로 단숨에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라도 아이에게 여유가 있을 때 '실력을 위한 공부'를 시켜야 된다. 평생 써먹을 수 있게. 평생 돈에 헛돈 쓰지 않게.


혹여나 애들 중학교 때 성적 잘 못 받아와서 자신감 바닥치고 그게 평생 걸림돌이 될까 염려하시는 부모님들 계시던데, 절대 그 자신감이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가지 않으니 맘을 좀 편하게 먹으셨으면 좋겠다. 인생길게 보면 중학교 때 성적은 너무 보잘것없다. 내 평생 자신감을 좌지우지할 만한 깜냥이 안된다. 그러니 이때 아이들 성적 못 받아와서 부모님이 너무 안달복달할 필요 없다.


애 좀 성적 잘 못 받아와도 엄마 아빠 얼굴 찡그리지 말고 어이구 이렇게나 잘 받아왔냐며 같이 덩실덩실해주셨으면 좋겠다. 성적보다 오히려 평소 노력을 더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채워나가며 언젠가 진짜 실력으로 탄탄히 채워지면 그때 아이의 자신감이 몰라보게 채워져있을 것이다.


그날을 위해 지금은 성적과 상관없이 그냥 묵묵히 시킬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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