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18.03.30 기사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권지수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가 지난달 27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벤치 내 전자기기 사용을 허가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골라인 판독기를 도입한 데 이어 이번엔 비디오판독시스템도 운영된다. ‘순수성’을 이유로 첨단 기술 도입을 거절했던 축구계엔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축구계에서 스포츠과학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에도 축구계 스포츠과학 전쟁에 뛰어든 인물이 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팀매니저(TM)’를 내놓은 이상기 QMIT 대표다.
축구선수에서 청년창업가로
이상기는 2009년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최우수 GK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다음해 성남일화(현 성남FC)에 입단했다. 그뒤 수원삼성, 수원FC, 서울이랜드 등을 거쳤다. 이상기는 특별한 선수였다. 팬과의 소통을 위해 블로그를 열었고, 은퇴 전인 2016년엔 선수들의 상담사를 자처했다. 미래 준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선수 생활 중 “한 눈 판다”는 소리를 들을까 늘 조심했다.
때마침 스포츠과학을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일궈낸 레스터시티가 이상기의 눈에 들어왔다. 수기로 컨디션을 체크하는 대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TM’을 준비했다. TM은 2017년 11월 프로팀과 대학팀을 대상으로 실험에 나섰다. 어느 정도 실험이 끝나자 이상기는 은퇴를 선언했다.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상기는 축구화를 벗었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삼켰다.
TM의 탄생
지난 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은 레스터시티FC(레스터시티)에게 돌아갔다. 모두가 기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레스터시티는 “우승은 기적이 아니라 준비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들의 말처럼 우승은 기적이 아니었다. 그 시즌 레스터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어느 팀보다 데이터에 집중했다. 선수들의 신체·심리 컨디션을 꼼꼼히 기록하고 관리했다. 레스터시티는 누적 부상 275일을 기록했고, 이는 누적 부상 1137일을 기록한 아스날의 4분의 1 수준이다.
QMIT 이상기 대표는 여기서 영감을 얻었다. 설문을 통한 관리는 레스터시티를 포함한 유럽 빅리그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이었다. TM을 통한 시도는 국내에선 최초로 이뤄졌다. TM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선수들은 훈련 및 시합 전 후 자신의 컨디션을 기록한다. 통증을 느낀 경우 신체부위별로 1에서 5단계로 설정한다. 통증 체크 후엔 자신에 상태를 기록한다. TM은 이를 데이터화시켜 팀에 제공한다.
“TM을 통해 부상을 대비할 수 있다. 선수들이 남긴 기록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허투루 봐선 안 된다. 실제로 TM을 제대로 사용한 팀은 부상자가 30% 이상 감소했다. 또 부상 선수들 대부분이 TM에 기록된 통증이 악화된 경우다.”
TM을 처음 현장에 내놓았을 때 대부분 난색을 표했다. 모두가 선수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낯선 방식에 대한 거부감은 컸다. 시간이 지나며 TM은 진가를 발휘했다. 성균관대학교와 경남FC가 대표적인 예다. 성균관대학교는 제54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경남FC는 최근 K리그1에서 3연승을 달리며 1위에 올라있다. 이상기 대표는 “축구계에서 스포츠과학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때, TM이 그 지표가 되고자 한다. 축구가 데이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축구선수 이상기를 사랑해주신 만큼 청년CEO 이상기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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