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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키 Oct 25. 2023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10년 전으로 돌아가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안녕. 고시원 생활은 어때. 첫 직장은 좀 적응이 됐어?

하루하루가 너무 느리게 가지? 왜 꼭 즐거운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괴로운 날들은 그 자리에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출근하면서 길에 뛰어들고 싶은 아침들을 견뎌내고 있겠지.

짧은 점심시간, 밥도 안 먹고 숨통을 트이겠다고 회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정작 갈 곳이 없어서 길을 헤매다 돌아오겠지.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10년밖에 안 지났나 싶어. 이렇게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한데.


우연히 너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 봤어.

예전에 이런 상상을 할 때는 꼭 네가 잘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싶었어.

어리고 아름다운 시간들을 너무 괴로워하지 않고 좀 더 누리면서 살기를 바랐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너를 만나게 된다면, 미안하지만 아마도 난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을 것 같아.

마음 같아서는 사야 하는 주식이나 땅의 위치를 하나하나 적어주고 싶어. 1등에 당첨될 수 있는 로또 번호를 소리쳐 알려주고 싶어.

하지만 그때의 네가 다른 선택을 한다면 아마 지금의 나도 없을 테니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로또 1등에 당첨되어 큰돈을 갖게 된다면, 너는 절대 내가 해온 선택들을 하지 않겠지. 방황하는 긴 시간도 없을 테고.

그럼 그 끝에는 지금과 다른 미래가 있을 텐데,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난 포기하기엔 너무 많은 걸 이뤘거든.


하지만 이 말은 해줄 수 있어.

네가 하는 모든 선택을 믿도록 해.

예전에 들었던 말 기억나지? 너 스스로 옳다고 믿든 틀리다고 믿든, 넌 언제나 옳은 선택을 내리고 있는 거라고.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다 하도록 해. 네가 걱정하는 최악의 순간들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적어도 아직은. 그러니까 너무 걱정을 안고 살지는 마.

아마 앞으로의 일상도 쉽진 않을 거야.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 많이 울고 힘들어하겠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나도 잘 아니까.


하지만 그 시간들을 버텨내면, 너는 오랫동안 꿈꿨던 소원들을 이루게 될 거야.

이번 생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고시공부 - 합격하게 될 거야.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좀 더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때. 그때만큼 힘들지 않을 거야. 오히려 즐거울 때도 있어.

하고 싶었던 그 일도 하게 될 거야.

인정도 받을 거고 능력도 발휘하게 될 거야. 너 스스로 생각했던 부족함 들은 너만의 착각이었단 걸 알게 될 거야.

사랑하는 사람도 만날 거야.

세상 그 누구보다 너를 사랑해 줄 사람과 함께 살게 될 거야. 나는 그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해.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거든.

물론 없는 게 낫겠다 싶을만큼 속터지게 하는 날도 많지만.. 하하

집도 갖게 될거야.

아직 완전히 내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분양 받은 아파트가 생겼거든.

넌 영원히 편히 쉴 공간도 하나 갖지 못할거라고 낙담했었지. 숨막히는 이 고시원에서 죽으면 알아주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비관하면서.

놀라지마. 갖게 될거야, 꿈에 그리던 집을. 그곳에서 너만의 가족을 만드는 기쁨도 누리게 될거야.

그리고 미래를 기대하게 될거야.

미래라는 건 그저 불행의 예고장처럼 느껴졌었지. 지금은 아니야.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꿈꿀 수 있게 됐어. 많은 것들이 바꼈거든.

얼마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따뜻한 친구들을 만들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리고 넌 더 나은 사람이 될거야.

때론 다른 사람도 이해해줄 수 있는, 가끔은 낯선이에게 친절도 베푸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 희망을 가져도 괜찮아. 점점 더 좋아질거야. 그건 약속할게.


그리고.. 고마워. 잘 버텨줘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가 알아.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는지 나는 기억해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텨보자. 너가 내 나이가 됐을 땐 더 편해질 수 있도록, 나도 계속 열심히 해볼게.

사랑해. 그리고 많이 미안해, 가진 것 없었던 시간들을 너무 부끄러워해서. 딱히 너의 잘못도 아니었는데.

힘든 날이 계속되더라도 잊지마. 누구보다 너를 응원하는 내가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거.


힘내, 나도 힘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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