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키 Nov 12. 2023

남편이 꿈에 나온 날.

꿈에서도 우리 영감탱은..

종종 남편이 꿈에 나온다.


한 번은 꿈에서 남편이 나보다 어린 여자를 만나겠다고 날 버리고 가서 놀래서 깬 적이 있다. 눈을 뜨자마자 분노와 배신감에 옆에 있는 남편의 등짝을 후드려 팼다.


꿈은 자기가 꿔놓고 왜 남한테 화풀이냐며 헛웃음을 지었지만, 자기 아내가 남편이 바람피울까 봐 걱정하는 꿈을 꿨다는 게 영 싫진 않은 모양이었는지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라며 으스댔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남편이 꿈에 나왔다.

꿈 내용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다이나믹한 꿈이었다. 등장 인물도 여러명에 시간과 공간을 오가는, 심지어 반전도 있는 꿈이었다. 매일 꿈을 꾸는 편인데도 지난밤의 꿈은 유난히 격동적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옆에서 폰을 보는 남편에게 ‘나 엄청난 꿈을 꿨어, 꿈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놀라기도 해서 울 뻔했어 ‘라고 했더니 뭐 그런 걸로 우냐며 내 말을 흘려들었다.


‘아 근데 꿈에 자기도 나왔어’라고 했더니 그제야 관심을 돌아누우며 관심을 보였다.


남편: 꿈에서 난 뭐 하고 있었는데?!


어젯밤 꿈에서, 그러니까 내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쟁을 막고 아바타에 나올 법한 대자연의 엄마 역할인 거대한 나무를 보고 눈물을 흘린 그 꿈에서, 남편은..


나: 자기는.. 밥하고 있었는데?

남편: 아이씨…


그렇다.

우리 집 공식 식사 담당인 남편은, 그 다이나믹한 꿈에서도 밥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우주 전쟁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도 그는 집에서 만두를 빚고 있었던 것이다.


모처럼 등장한 꿈에서의 자기 역할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남편은 옆에 누워 마른 세수를 하며 한참을 구시렁댔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눈 뜨자마자 밥을 차렸다는 슬픈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혹시.. 남자 생겼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