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남자 생겼어?

몰래 내 카톡을 보려던 영감탱

by 재키


주말이 되면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고자 오후 두세시까지도 늦잠을 자는 편이다. 남편이 심심하다고 아침에 깨울 때가 있는데 많이 피곤한 날은 절대 오후까지 깨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둔다. 오후 두 시 전에 나를 깨우면 극대노를 보게 될 것이라고…


그날도 오후까지 눈뜨지 않으려고 작정함 날이었다. 남편이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심심하다고 장난을 쳐 내 화를 돋우게 할 타이밍인데.. 낯설 정도로 조심스레 깨우는 남편의 말투가 심상치 않다? 잠결에도 무슨 일이 있구나 싶은 말투였다.


남편: 잠깐만 일어나면 안 돼..? 할 말이 있는데..


혹시 시댁에 무슨 일이 생겼나, 큰일이라도 났나 싶어 눈을 번쩍 뜨고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나: 어..? 왜 깨워.. 왜..? 뭔데 뭔 일 있어?

남편: 뭐 하나만 물어볼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엉뚱한 소리 잘하는 남편의 성격을 고려할 때, 경험적으로 보아 헛소리가 나올 확률이 아주 높지만 이렇게 까지 진지한데 설마 헛소리일까 싶어 나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나: 알겠다 뭔데?

남편: 혹시.. 남자 생겼나.


…????????????

도대체 이건 또 어디서 나온 헛소리지…? 평소에 하는 엉뚱한 소리들은 유츄라도 가능한데 이건 정말 어디서 시작된 질문인지 가늠도 못했다. 뭐지..?


나: … 갑자기 그런 생각이 왜 들었는데?

남편: 아니 내가 부인 핸드폰을 보려고 했는데 비밀번호가 바뀐 거야.. 혹시 나한테 숨기는 거 있나..?


그렇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가 깔린 나의 폰을 쓰려고 했는데 하필 그 전날 내 폰 잠금 비밀번호를 바꿔둬서 쓰질 못한 것이다. 맨날 똑같은 비밀번호를 쓰던 내가 하필이면 그 전날 보이스피싱이니 사이버 해킹이니 하는 유튜브를 보다가 불안해져 모든 기기의 비밀번호를 바꾼 것을 그는 몰랐던 것이다. 평소에 카톡을 들여다보든 내 블로그를 보든 신경을 안 썼는데 비번을 바꿔뒀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던 모양이다.

혼자 아는 비밀번호와 내 생일, 자기 생일 등 모든 가능성 있는 번호는 다 눌러봤는데도 안되니 멘붕에 빠진 것이다.

거기까지 이해하고 나니 이 엉뚱한 영감탱을 어찌하면 좋을꼬 싶다가.. 퍼뜩 깨달음을 얻었다.


나: 근데 내가 바람을 진짜 폈으면 어쩌려고 이렇게 침착하게 물어봐?

남편: 진짜 남자 생겼으면.. 조용히 짐 싸서 나갈라고 했지..

나: 오? 그럼 나중에 내가 바람피우면 조용히 나가주는 거야? 좋은데? 바람 펴도 후환 걱정은 없겠군.

남편: (생각 중… 로딩 중…) 안 되겠다 내가 왜 나가. 네가 나가!!!! 너 죽고 나 죽고!!!!


갑자기요..? ㅋㅋㅋㅋㅋㅋㅋ

뒤늦게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지 잘 자고 있던 나한테 대뜸 나가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더 놀려줄걸 그랬다. 지금은 툭하면 나보고 ‘어떤 여자가 나보고 오빠 너무 좋아요~ 하면서 만나 달라고 하면 어떡하지?’하는 헛소리를 한다.

남편의 헛소리에도 대꾸해 주는 게 아내로서의 역할이겠지 싶어 진지하게 답해줬다.


나: 혹시 그런 여자가 있으면.. 나도 꼭 보여줘. 내 눈으로 봐야 믿을 수 있을 거 같아… 어지간해선 없을 거거든?

있으면 너보다 내가 먼저 만나고 싶다. 정신 차리라고 말해줘야지.. 킬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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