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키 Jan 09. 2024

첫눈에 반했니?

만난 지 일주일 만에 결혼 얘기했던 영감탱

남편과 나는 만난 지 일주일 만에 사귀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남편의 상상력은 항상 내 예상에서 한 걸음 더 튀어나간다.

- 난 우리가 결혼할 거 같은데?

사귄 첫날에 한 말이다.


자유의 영혼인 나에게 결혼이라니요. 내가 사람을 잘 못 봤나 싶었다. 겨우 20대 초반의 남자 입에서 결혼 얘기가 나오다니..


하지만 확신에 찬 그의 눈빛이 썩 싫지는 않았다. 평소엔 어리버리하고 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하는 성격이면서 그 순간만큼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었다. 덕분에 그 순간이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결혼할 사람은 운명처럼 알아본다던데 우리도 그런 거였을까?

며칠 전 그때가 생각나 저녁을 먹다 물었다.

나: 그때 생각나? 처음부터 나랑 결혼할 거라고 했았잖아. 뭘 보고 확신에 차서 얘기한 거야? 첫눈에 반하기라도 했나 부지?


남편: 내가 그랬었다고..? 내가.. 미쳤지.. 내 발등을 내가..


야이 c… 내 추억 돌려내라.


지금 남편은 또래에 비해 일찍 결혼을 한 탓에 종종 ‘결혼을 일찍 하셨네요’란 말을 듣는다. 어제도 구직 면접을 보러 다녀왔는데 사장님이 일찍 결혼한 것 같다고 하니 ‘어휴 와이프가 하도 졸라서요 ‘라고 말했단다. 차암나. 진짜 어이가 없는데 더 황당한 건 내가 나이가 많으니 사람들이 남편말이 진짠 줄 안다.

억울하다 억울해. 당장 사장님을 찾아가서 정정하고 싶다.


쟤가 먼저 결혼하자고 했다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이 꿈에 나온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