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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에드만 May 07. 2018

[여는글] 언론사 합격문을 공개합니다

그곳이 어디든, 합격은 떨리는 일이다

저는 2015년에 신문기자가 됐습니다. 2014년엔 직장에 다니면서 언론사 시험을 봤고요. 지난날을 더듬어보니 신문사(방송사가 아닙니다) 총 8군데에 지원해 5곳에서 필기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언론사는 일반 기업에 비해 서류 합격률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렇게 2014년 하반기부터 이듬해 상반기까지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언론사는 가나다 순)에 응시했네요. 서류를 통과해 논술과 작문 시험 기회가 주어진 이들 5개 신문사에서 본 필기는 모두 합격했습니다. 열악한 저의 외모 여건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송사는 맞지 않는다고 일찌감치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말보단 글에 비중을 더 두는 신문사에 집중했습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내놓는 이유는 언론사 준비생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언론계를 떠나서 자유로운 몸이 됐다는 사실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아직 우리나라에 훌륭한 저널리스트들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럼에도 필기시험 문턱에서 연거푸 좌절하는 준비생들이 여전히 많아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국가고시도 아니건만, 3~4년간 준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더군다나 이를 타개해보자고 많은 돈을 내고 사설 언론사 입사 준비반에 다니면서 생계 걱정마저 해야하는 준비생들의 사정을 여러 통로로 접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방황해본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커졌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모든 입사 시험의 필기는 주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할 인재를 뽑는 데 주력하기보다 되레 떨어뜨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언론계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필기시험을 통과하지 못해도, 즉 글을 유달리 잘 쓰지 못해도 얼마든지 유능한 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숱한 사례를 현장에서 봤습니다. 언론계엔 등단하기에는 한 톨 정도 능력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글 재주 말고는 특별히 밥벌이 할 수단이 없는 분들이 불가피하게 이 직업을 택해 스스로를 불행에 빠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만은 공통점이니 쉽게 선택한 것이겠죠.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문장력이 좋은 사람이 실제로 취재력이 좋은가, 훌륭한 기자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차라리 더 노력해서 문학으로 생계를 잇는 게 그 자신에게도 더 나을 것 같은 분들도 많다는 것이죠. 그러니 이같은 기자 선발제도가 여전히 유효한지는 다시 검토해봐야 할 것입니다. 언론사도 기업이기에, 가장 효율적인 현재와 같은 선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        


그럼에도 주어진 현실을 두고 한탄만 하고 있는 것은 사태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 뿐만 아니라 현업에 들어와서 목소리를 내고 개선해나가면 될 것입니다. 구조적 문제는 한순간에 바뀌지 않으니까요. 그럼 무엇을 해야 효율적으로 단시간에 필기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이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가 써낸 답안을 공개합니다. 언론사에서 시험을 보고 나면 직후에 바로 복기를 했습니다. 정확하진 않더라도, 현장에서 쓴 답안과 90% 이상은 일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얼굴이 화끈거려 공개하기 민망하지만, 민낯 그대로 드러내야 공정하고 솔직한 비평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글에 대한 자기 비판도 많을 것입니다. 약간의 팁도 있을 것입니다. 함께 이 글을 비판해보면서 효율적인 필기 답안 작성에 대해서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어떻게 이런 답안이 언론사 필기를 통과했단 말인가! 이런 종류의 비판, 정말 좋습니다. 그래서 공개하는 겁니다. 이 정도면 되는 거니까요. 절대 필기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좌절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글이 조금 미진하더라도 당신은 당찬 취재력으로 현장을 누비는 민완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인정받으실 수 있습니다.     


@언론사 기자 채용 절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실 수 있는 독자를 위해 몇 가지 당부 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철저히 필기시험, 그 중에서도 논술과 작문에 한정한 것입니다. 필기시험 통과 이후의 험난한 과정은 다루지 않습니다. 또한 필기시험 내에서도 논술과 작문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언론사 시험 역시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실무 현장평가 및 면접과 최종 면접에서 수많은 변수가 생깁니다. 이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통제가 그나마 가능한 영역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니 글쓰기 차원에서 본다면 언론사 준비생이 아닌 독자분들도 같이 이 글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읽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글쓰기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도 얻어가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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