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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에드만 May 15. 2018

7. 기자의 책읽기

언론사 준비생 가이드 [7] 학술+출판면을 주목하자

이번 연재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합니까? 

얼마나 읽어야 하나요? 

글감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      


이제 막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글 연습을 할수록 자신의 인문사회 소양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괴롭다는 것이었습니다. 배경지식은 단시간에 쌓아올릴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답답하다는 것이죠. 눈앞에 시험은 다가오고,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특단의 대책이 없느냐는 간절함도 스며있었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논술이나 작문 공부를 할 때 신문 오피니언 란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통찰과 글감을 얻기 위해서죠.  저명한 칼럼리스트들이 해박한 지식과 현란한 문장력을 동원해 우리 사회에 새 화두를 던지거나 현 상황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글을 보면 입이 벌어집니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욕구가 자연스레 올라옵니다. 동시에 아무리 연습해도 언저리에도 못 가는 건가 싶어 좌절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 ‘우리는 김훈이 아니지만, 기자는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문학가가 될 생각이라면 지금 제가 쓰는 글을 읽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앞에서 공개한 실전 논술, 작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에세이를 쓰실 테니까요.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그런 경지가 아닙니다. 이제 막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몇 번 서류를 통과해 필기를 봤지만 타율이 좋지 못한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안정권에 진입하는 몇 가지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는 일입니다.     

ⓒ픽사베이

책읽기와 글감 확보에 관해선 2가지를 제안해보려 합니다.      


‘어떤 글을 어떻게 인용하라’라는 식의 내용은 없습니다. 그건 저보다 뛰어난 여러분이 유연하게 대처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언론사 준비생이 닥쳐오는 시험 앞에서 어떻게 효율적인 책읽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글쓰기에 인용할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가 제 주안점입니다.

     

우선 저는 준비생 때 보수, 중도, 진보에 해당하는 신문 3개의 <학술면>을 유심히 봤습니다.(사회면 아무리 열심히 봐도 하루 지나면 다 잊혀지지 않나요?) 글감을 얻기에 훌륭한 기사들이 자주 실렸기 때문입니다. <학술면>에 실리는 기사에서는 현안에 대한 연구자들의 깊은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학술 세미나 발표자료나 논문을 신문사 학술 담당 기자가 대신 듣거나 읽고 기사로 쉽게 풀어준 것이죠.

      

때문에 현안에 묻혀 본질을 잃어버리기 십상인 현직, 혹은 준비생 분들에겐 이만한 글감이 없습니다. 당면한 이슈에 대한 논설위원이나 현장 기자들 칼럼엔 대부분 깊이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물론 제 주관적 느낌입니다. 그래서 전 잘 읽지 않습니다.) 생생하긴 하지만 읽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할까요.     

 

하지만 학자들의 논문은 다릅니다. 고민하고 연구했던 시간이 길다보니 현안에 대한 역사적 검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진단도 예리합니다. 그리고 이런 최신 학술 흐름을 여러분의 글에 녹여내면 글 자체의 신뢰와 깊이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논문을 검색해서 정리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기자들이 매주 학자들의 최신 논문을 소개하고 있으니 이것을 잘 스크랩해두고 반복해서 읽어달라는 주문입니다.      


두 번째는 각 신문사의 출판 면을 유심히 봐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작업을 12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그저 즐거워서 하는 일입니다. 기자를 꿈꾸지 않았을 때부터 해왔습니다. 보통 일간지들은 금요일이나 토요일(대부분은 토요일입니다)에 적게는 2면 많게는 3~5면까지 해당 주간에 새로 나온 신간을 소개합니다.      


문화부에서는 매주 월요일, 그 주에 머리기사로 다룰 책을 선정하기 위해 토론을 벌입니다. 베테랑 기자들은 보는 눈이 거의 비슷합니다.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나누는 눈이 말이죠. 때문에 누가 위에서 관리한 것도 아닌데 일간지 프론트 서평에 공통적으로 실리는 책이 한 주에 1권은 반드시 나오게 됩니다.

      

그 책은 좋은 책일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기자들은 시의성과 전문성, 책에 들인 정성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책을 고릅니다. 그런데 그 평가로 선택된 책이 신문사의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공통된 것이라면 좋은 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저는 무조건 그 책을 삽니다.      


물론 이는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는 사치가 누구나 하나쯤은 있는데 저는 없는 살림에도 책 구매만큼은 예산을 좀 후하게 책정하는 편입니다. 보통 하단 기사에 소개되는 책까지 범위를 넓히면, 3개 신문사에서 공통으로 소개하는 책이 한 주에 3~4권 정도 되는데 이 책은 다 일단 삽니다. 물론 다 읽진 못합니다. 그래도 사두는 것은 목차라도 보기 위해서이고, 목차라도 봐두면 글을 쓸 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읽지도 못할 책을 비싼 돈 들여 사기 힘든 분들도 있고 그 필요성을 못 느끼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이 다급한 준비생 분들에겐 더 효율적인 방법이겠네요. 해당 주간 머리기사 서평을 맡은 기자는 향후 나흘간 그 책과 씨름합니다. 마치 어려운 취재원과 겨루듯이 말이죠. 기자들은 습성상 핵심이 뭐냐, 근거는 뭐냐, 시사하는 바가 뭐냐를 나눠서 비판적으로 읽어나갑니다. 논리에 무리가 없는지를 파악하면서요. 

      

그리고 이를 짧게는 원고지 10매, 길게는 15매에 걸쳐서 서평으로 옮깁니다. 결국 알짜만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바쁜 언론사 준비생들에겐 출판계 최전선에서 논의되고 있는 책을 이 서평만 읽고 고갱이를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글에 적용한다면 그 응시자의 글은 ‘힙’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최신 학술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교양까지 보일 수 있습니다.    

  

상식 준비와 글쓰기 연습, 신문 정독과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를 하다보면 하루가 훌쩍 가버립니다. 거기에 인문사회 교양을 넓히기 위해 논리와 정보가 빽빽하게 들어찬 인문서적을 읽는 것은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 때 위와 같은 방법을 동원하면 공백을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픽사베이

제 이야기를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같은 책읽기와 글감 확보 방식은 오로지 언론사 준비생에게만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여러 직군들 중에서 기자들의 독서율이 아마도 평균 이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텍스트를 다루는 직업이고, 사회에 대해 논리를 갖춰 발언하는 직업이니 책읽기가 다른 직종에 비해 더 중요할텐데도 기자들의 독서율은 정말 형편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하시고 지금은 명예교수로 은퇴하신 제 은사님께 기자가 된 뒤 전화를 드렸더니 이런 말씀을 전해주시더군요. 제가 다닌 회사의 객원 논설위원도 지내신 분이고 학자로서 명성도 높으신 분이었습니다. 그 교수님은 “기자들만큼 책을 안 읽는 직업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자주 이상한 글이 보여. 전화 취재를 할 때 해오는 질문도 황당할 때가 많고. 자네는 그러지 말길 바라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현업에 들어오기 전까진 제가 관찰한 바가 적어서 잘 모르겠지만, 현업에 들어오고 나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정말 심각할 정도로 기자들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물론 하루 종일 텍스트와 씨름하다 퇴근하니 더 이상 글을 읽을 힘이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그 정도 노력도 하지 않고 좋은 직업인이 될 수 있는 분야가 어디 있을까라는 의문도 늘 따라붙습니다.     


그러니 폭넓고 깊이 있는 독서는 다다익선입니다. 이런 분들은 별도의 글쓰기 공부 역시 크게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은 분들에겐 위와 같은 방법이 유효한 전략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우리는 우선 붙는 게 목표입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고 해도, 그래서 인문사회 교양이 좀 부족하다고 느낀다해도, 그렇지 않은 척이라도 해서 다음 전형으로 넘어가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또한 책을 많이 읽었지만 그 책을 잘 소화하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하신 분들에게도 적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읽었다고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가 촘촘히 들어찬 책들은 쉽게 휘발돼버립니다. 스스로 요약과 발췌를 통해 생각을 정돈해둬야 현장에서 겨우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그 작업을 기자들이 직업적으로 매주 해오고 있으니 활용해보자는 뜻입니다.               


책 읽기 방법론에 관한 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체계적인 독서 가이드가 필요하신 분들은 그 책들을 읽기 바랍니다. 이 글에서 제가 실제로 도움을 받았던 책들, 그리고 현재도 자주 들여다보는 책들을 소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 선호일 뿐 여러분의 성향과 여러모로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별도로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방법론만 공유하면 길은 여러분들이 알아서 찾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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